‘프레지던트 서밋 2018 도쿄 콘퍼런스’에서 일본 고등교육의 대표주자인 HAL도쿄를 방문한 총장단.
‘프레지던트 서밋 2018 도쿄 콘퍼런스’에서 일본 고등교육의 대표주자인 HAL도쿄를 방문한 총장단.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세계화 추세가 점차 가속화 되고 있다. 산업시장에서 창의적‧융합적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해외 혁신사례에 대한 전문대학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 발표에 따른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수행교가 결정되면서 전국의 많은 전문대학들이 교육 환경에 대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교육 선진국들의 사례를 직접 살피고, 벤치마킹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재학생의 해외시장 진출 뿐 아니라 해외 교육혁신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국내 고등직업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집중 투자하는 대학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본지는 2018년과 2019년 전문대학 총장단과 함께 각각 일본과 대만의 고등교육 혁신현장을 돌아본 바 있다. 전문대학 총장단이 양국 대학 혁신 현장을 찾아, 어떤 점에 주목했는지 돌아본다.

■ “일본, ‘연구중심’ ‘직업중심’ 고등교육 투트랙…적극적으로 수용해야” = 2018년 일본 도쿄에서 ‘프레지던트 서밋 2018 도쿄 콘퍼런스’가 3박 4일간 진행됐다. 국내 전문대학의 현안 모색과 일본의 고등직업교육 기관 탐방, 전문직대학에 대한 연구 등 한일 양국의 교육 소통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된 도쿄 콘퍼런스를 통해 총장단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풍성한 성과를 거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의 대표 전문학교인 HAL도쿄와 할리우드 뷰티 전문학교, 문화복장학원 등 현지 교육기관을 비롯해 임상빈 한일문화산업교류협회 회장, 쓰루호 요스케 참의원 등 간담회 참석자들은 국내 전문대학 총장단과 하나라도 더 교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적어도 교육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이전보다 더욱 빈번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특명장관을 역임한 쓰루호 요스케 참의원은 4차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 전문대학은 특성화 교육과 창의적 인재 양성 측면에서 일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한일 양국 간 교육적‧인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더욱 앞장서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일본 고등직업교육의 대표주자인 HAL도쿄와 할리우드 뷰티 전문학교, 문화복장학원 방문에서 국내 총장단은 기관 관계자들로부터 학교 현황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받을 수 있었으며, 현장과 직결된 실습시설을 둘러보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또한 현장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기우 전 인천재능대 총장(당시 전문대교협 회장)은 문화복장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의 질 높은 교육 역량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됐고, 서밋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도쿄 콘퍼런스의 최대 수확은 ‘전문직대학’에 대한 총장단의 궁금증 해결과 국내 고등직업교육 체계 개선의 방향성을 확립했다는 점이었다. 일본 고등직업교육 개혁이 한창인 시점에 도쿄 콘퍼런스를 개최했기 때문에 총장단은 일본의 전문직대학 도입, 인가심사 결과 발표 등을 빠르고, 자세하게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쓰루호 세이시로 HAL도쿄 교장 등 전문직대학 추진‧도입 과정에 가장 밀접하게 관여했던 기관 관계자 등에게 직접 질의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총장단이 던진 전문직대학 관련 질문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일본에서는 왜 기존대학을 개혁하는 방법을 취하지 않고 새로운 유형의 대학을 만들었는가 △새로운 대학이 설치된 이후 기존 대학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기존 고등직업교육기관인 단기대학과 전문학교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되나 △왜 전문학교들만 인가신청을 냈는가 등이다. 국내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일반대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나흘간의 도쿄 콘퍼런스를 통해 총장단은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에 매우 공감했으며,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의 ‘투트랙’ 구조로 신속하게 개편돼야 한다는 점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현 전문대교협 회장)은 “고등교육 체계 개선을 위해 ‘연구중심’과 ‘직업중심’의 투트랙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와 한국의 고등교육 체계를 비교하면서 우리가 받아들일 부분에선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CN PS 2019 대만 콘퍼런스’ 에서 국립타이베이과학기술대학의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총장들.
‘UCN PS 2019 대만 콘퍼런스’ 에서 국립타이베이과학기술대학의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총장들.

■ 대만 정부, 직업교육 대한 ‘확실한 비전’ ‘강력한 추진력’ = 대만은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부 차원 고등직업교육 혁신을 거듭하며, 이제는 해외 인접국가로 그들의 고등직업교육을 수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글로벌 고등직업교육 국가가 된 대만과 그들의 ‘과학기술대학’을 직접 보기 위해, 국내 전문대학 총장단이 대만 타이베이와 타이난 등을 순방했다.

이인원 본지 회장은 대만 콘퍼런스 개회를 선언하며 “무언가 새로운 생각, 창조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며 “순방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다른 것을 보며 배운다는 측면보다는, 다른 사회에서 직업교육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더욱 자세히 느끼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하되, 동시에 대만 교육 당국자들에게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반대로 알려 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대만 콘퍼런스의 첫날에는 대만 교육부에서 쑤후이원(徐會文) 국가 및 우안교육사 교육참사와 료카오시엔(廖高賢) 기술직업교육사 교육부참사, 대만과학기술협회 관계자도 참석했다. 대한민국의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23개교 전문대학 총장단이 대만의 고등직업교육 현장을 순방하기 위해 타이베이를 찾았다는 소식이 그들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많은 한국의 대학 총장들이,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타이베이를 방문한 사실이 그곳에서도 꽤나 화두가 됐던 모양이다.

료카오시엔(廖高賢) 대만 교육부 기술직업교육사 교육부참사는 이날 대만의 직업교육 방향과 특색에 대해 설명했다. 대만 교육부의 ‘기술직업교육사’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고등직업교육정책실’에 해당한다. 또 ‘참사’라는 직위는 우리나라의 교육부의 ‘직업교육정책관’에 해당한다. 료카오시엔 교육부참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직업교육 부(副)정책관’인 셈이다.

료카오시엔 교육부참사는 지난 1990년부터 대만 정부 주도의 고등직업교육 정책이 결정됐으며, 그 후 발전을 거듭해 현재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와 ‘국제화 역량 정체’ 역시 대만의 고민거리였다”며 “이 두 가지는 대만 정부로 하여금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본격적인 고민을 하게 했다. 어떻게 하면 산업 기술에 알맞은 직업교육을 실시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7년에 대만 행정부는 각 부처를 통합적으로 통솔하면서 기술직업교육에 대한 ‘강령’을 발표했다. 이 정책강령에는 대만 기술직업교육과 기술산업에 관련된 모든 내용이 망라돼 있다”며 “현재 대만이 80여 개의 과학기술대학교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정책강령’을 발전시킨 효과”라고 평가했다.

이날 전문대학 총장들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과학기술대학교 등 ‘기술직업교육’을 일반대와 동일한 위상으로 정립해 나간 대만 정부(교육부) 정책 변화 과정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히 ‘산학협력’에 대한 대만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설명하는 대목은 많은 총장들의 공감을 산 부분이기도 했다.

이튿날부터는 본격적인 대만의 ‘과학기술대학’ 순방 일정이 시작됐다. 총장단이 찾은 곳은 국공립대 두 곳으로, 타이베이에 위치한 ‘타이베이과학기술대학교’와 ‘타이완과학기술대학교’다.

‘타이베이과기대’와 ‘타이완과기대’에서는 멋스럽지는 않지만 예스러운 대만 국공립대 특유의 색깔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대학 정문부터 길을 따라 놓여진 오래된 보도블럭과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역사관’에서나 볼 법한 시설들이 아직도 강의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변화는 하되 성급하지 않고, 20년 동안 차분히 고등직업교육 혁신을 거듭해 온 대만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직업교육에 대한 대만의 국가 철학은 ‘대학평가’를 설명하는 그들의 말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대만의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후승리(傅勝利) 대만평감협회 이사장은 이날 전문대학 총장단과 함께 한 저녁 만찬에서 “정량평가나 정성평가 등 정해진 비율, 평가의 준거도 따로 정하지 않는다”며 “각 대학이 처음 대학을 설립했을 때, 학과를 설치할 때의 목표 그대로,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살핀다는 차원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남부의 타이난도 방문했다. 사립대인 곤산과학기술대학교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날, 한국 전문대 총장들을 보기 위해 린텡차오(林騰蛟) 대만 교육부 상근차장도 아침 일찍부터 타이베이에서 ‘고속철’을 타고 이 대학을 긴급 방문하기도 했다. 린텡차오 상근차장은 우리나라의 교육부 차관에 해당한다.

그는 “특별히 최근 양국이 동시에 겪고 있는 고등교육 이슈인 ‘학생인구 감소’와 ‘대학정원 감축’ 문제의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쌍방이 이 문제를 똑같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할지 해법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각자가 따로 생각하면 해결방법과 대책이 다를 수 있고,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렇게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로 교류한다면 해결점 모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을, 일반대와 학문교육에 비해 낮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직업교육이 학문교육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대만을 보며,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확실한 비전’과 이를 목표로 한 ‘강력한 추진력’이다.

‘능력중심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적 밑바탕은 어느 정도 그려지고 있다. 일본과 대만을 방문하며,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의 해답과 핵심을 찾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직업교육을 받게 되는 사회, 전문대학이 국가 직업교육의 중심기능을 수행하며 빛나는, 대만 ‘과학기술대학’과 일본의 ‘전문직대학’을 넘어서는 글로벌 고등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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