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박대호·이현진·허지은 기자] ‘학습 소비자 중심의 글로벌 교육혁신’을 주제로 6일 열린 ‘2020 신년 UCN CONFERENCE(콘퍼런스)’에 참석한 총장들은 강연자로 나선 미누 아이프(Minu Ipe) 애리조나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ASU) 총장고문·정책총괄, 켄 로스(Kenn Ross) 미네르바 프로젝트(Minerva Project) 아시아 총괄 디렉터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전 세계 혁신교육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ASU와 미네르바스쿨이 지닌 혁신의 원동력을 우리 교육에 접목시켜 ‘한국형 혁신모델’을 만들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대학들이 혁신을 수행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UCN 콘퍼런스를 뜨겁게 달궜던 질문과 답변들을 소개한다. 

다음은 미누아이프 ASU 총장고문·정책총괄과 대학 총장들이 나눈 일문일답.
    

■김일목 삼육대 총장 “혁신을 이루는 데는 어마어마한 재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SU는 어떻게 재정을 확보했는지 궁금하다.”

A) “우리는 주립대학이기에 주정부로터 지원을 받는다. 전체 예산의 90% 정도를 주정부에서 제공했다. 학생 가운데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국제학생, 기업과 맺은 파트너십, 자선·기부도 도움이 됐다. 졸업생과 관련 기관에서 캠페인을 벌여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안동규 한림대 부총장 “혁신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교수·구성원들의 저항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고 싶다. 학교 구조를 새롭게 디자인할 때 학제간 융합은 어떻게 수행했는지도 묻고 싶은 부분이다”

A) “초기에는 저항이 컸다. 많은 교수들이 학제 간 융합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대학이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반대했다. 초창기 5년간은 성공에 대한 미더움으로 ASU를 떠나는 사례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학제 간 융합·연구는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 이전에 할 수 없던 연구를 할 수 있게 됐고, 추가 자원도 확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혁신에 대한 저항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파일럿 프로젝트 등을 통해 혁신에 가속도를 붙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ASU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가을 아카데미 유닛을 다시금 디자인하고, 디자인 스쿨을 만든 데다 지속 가능성 관련 학부를 개설하는 등 혁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강희성 호원대 총장 “ASU가 주정부로부터 90%의 예산을 지원받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을 향한 지자체의 지원이 전무하다. 정부의 지원도 미미한 수준이다. 학생들이 줄고 있는 지방 사립대학들이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도입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사립대든 공립대든 더 가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방법이다.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 과목들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보조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기업들은 대학과 잘 맞는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한국 환경에도 부합할 것이다.”

■윤여송 인덕대학교 총장 “ASU는 교육과 연구 모두에서 상당히 넓은 범위를 자랑한다. 대학은 일반적으로 한 분야를 특성화해 연구 중심이나 교육 중심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ASU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경우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또한, ASU 주변 커뮤니티 칼리지들과 상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알고 싶다”

A) “우리는 가급적이면 많은 학생들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가능한 많은 과목을 제공하며, 많은 분야를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지원처 등을 통해 학생이 심리적인 문제라든지, 가정 문제 등에 대해 힘들어할 때 도움도 준다. 모든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주변 커뮤니티 칼리지와는 파트너십을 맺어 협업하는 중이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2년 공부한 후 입학조건을 맞춘다면 ASU에 입학할 수 있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총장 “ASU 학생들 가운데 50%가 온라인 학생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학생들은 4학년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과정만 온라인으로 수행하는지 알고 싶다. 온라인 강좌를 늘린 것이 학생 등록·졸업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정부의 온라인 강의 관련 규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한국 같은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규제도 없다. ASU는 온라인으로 200개 과정을 제공한다. 모든 과정은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과 동일한 환경이다. 온라인 학생들만을 지원하는 학생지원센터도 존재한다. 온라인 수업만 듣고, 졸업 때에만 학교에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오프라인 수업을 받으면서, 온라인 수강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교육 체계에 유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들은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수동적으로 교육 받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권대봉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입학 문턱을 낮춰 재학생을 늘렸는데도 졸업률이 상당한 수준이다. 학년 진급 시 질 관리를 안하고 있는 것인지, 졸업 관련 기준을 낮춘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스타벅스와 산학협력을 하고 있는데, 스타벅스에 제공하는 교육의 대상이 고용인인지, 고객인지 알고싶다. 스타벅스와 ASU가 서로 주고받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답변 부탁한다.”

A) “졸업 관련 질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졸업률이 높은 것은 학생들에게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문제를 겪고 있을 때 도움을 주고, 데이터 시스템 기술 등에 투자한 결과 졸업률이 높아진 것이지, 졸업 기준을 낮춘다거나 교육·학생들의 질이 낮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우제창 서일대학교 총장 “혁신의 과정 동안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으며, 해결책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가장 큰 문제는 자원이 줄어든다는 데 있었다. 제한된 자원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목표가 명확했기에 믿음을 갖고 혁신을 추진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소화하기란 물론 어렵다. 제한된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 것이 ASU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학교 총장) “혁신을 이루려면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사례를 만들고자 할 때 정부 규제로 인해 가로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에서는 규제가 혁신에 어려움을 안기는 사례가 있는지?”

A) “한국처럼 규제가 있지는 않다. 다만, 대학에 가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는 사립대학도 나온다. ASU는 인구가 줄고 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교육 수요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누구나 언제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어린 학생들을 넘어서 평생교육 등을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학습 방식이나 기업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다음은 켄 로스 미네르바 프로젝트 아시아 총괄 디렉터와 대학 총장들이 나눈 일문일답.

■최병욱 한밭대 총장 “미네르바스쿨에는 상당히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다. 이들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B·C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기업 등에 의미 있는 정보를 성적표에 어떻게 담는지도 알고 싶다.”

A) “많은 학생들이 미네르바스쿨에 선별적으로 입학한다. 때문에 굉장히 지적 능력이 높고 우수하다. 입학 당시부터 학생들에 대한 측정을 시작한다. 우수한 학생들이다 보니 입학 당시부터 일반적인 졸업반 학생들보다도 우수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제3의 기관인 CLA+를 통해서도 학생들을 평가한다. CLA+가 내리는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의 학습 모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설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내부적으로 A~D 등의 성적평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학점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2010년 이후에도 예일대에서 67% 가량의 학생들이 A 등급을 받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더 우수해져서가 아니라 단순 학점 인플레이션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 “미네르바스쿨에 재학하는 한국 학생들이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그를 통해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해 줄 수 있는지. 또한, 최근 소수 인원 수강생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을 대단위 수업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개발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디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다른 교육기관과의 협력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하는데, 적용에 있어 제약이나 문제점들은 무엇이었는지 답변 부탁드린다.”

A) “전 세계에서 인재를 받아들이는 특성상 한국 학생들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한국인 졸업생도 배출했다. 문화적인 차이 등 여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학습에 대해서 느끼는 점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습에 대한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놓여도 학업을 잘 수행한다. 최근 파트너십을 인도에서 시작했다. 수천명의 학생들이 미네르바 커리큘럼의 일부를 활용하고 있다. 학습의지가 없던 학생들에게 미네르바스쿨의 학습모델을 적용한 결과 학교에 잘 난오고 동기부여도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미네르바스쿨은 그간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해 왔다. 우리의 학습 모델이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교육기관들을 협력 관계로 선정해 왔다. 학교나 문화, 학생 수준과 관계없이 미네르바 스쿨의 학습 모델이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안동규 한림대 부총장 “대학에서는 교수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미네르바스쿨은 능동적인 학습을 위해 교수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미네르바스쿨에서도 교수들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미네르바스쿨과 같은 학습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강의를 할 때보다 한층 더 교수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교수진을 트레이닝한다. 능동적인 학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3주간의 교육이 존재한다. 사실 대학 교수들은 연구력 등을 기반으로 고용된 후 거의 훈련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미네르바스쿨은 구조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어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