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식 환산점수 동일 지원자 간 엇갈린 당락
의대에도 불어 닥친 N수생 열풍…정시 합격 3명 중 2명은 N수생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자연계열 최고 모집단위인 서울대 의대 합격의 당락을 좌우한 요소는 과탐 선택과 학생부였다.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30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식 환산점수 기준 커트라인은 당초 예상보다는 낮은 404.39점. 동일한 성적을 받았지만, 합격증을 거머쥔 경우와 불합격한 경우가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동점자 처리기준에 따라 과탐 조합에 따른 표준점수 우열 내지 학생부 교과성적 차이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합격자들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의대도 ‘N수생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시모집에 합격한 합격자 3명 중 2명은 N수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평균 수치에 비해 의대의 N수생 합격 비율은 한층 높았다. 의대 입학을 위해 3수, 4수를 불사할 정도로 ‘의대 열기’가 높다 보니 벌어진 일로 풀이된다. 

■서울대 의대 커트라인 404.39점 ‘확정’…예상보다 낮아 = 2020학년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들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커트라인(합격선)은 404.39점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재수학원가와 고교 교육계 등을 통해 집계한 결과다. 

커트라인에 걸린 수험생은 수학(가) 에서만 4점짜리 한 문제를 틀렸을 뿐 국어와 과탐은 모두 만점이었다. 과탐 선택과목은 생명과학Ⅰ과 화학Ⅱ였다. 영어와 한국사는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감점이 없는 1등급 이내였다. 

404.39점의 커트라인은 당초 예상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정시모집이 시행되기 전 대다수 입시기관들은 405점대를 합격선으로 제시했다. 서울대 의대는 자연계열 최상위 모집단위로 합격 시 등록 0순위를 차지하기에 다른 대학·학과들과는 달리 변수가 적다. 입시기관들의 예상이 들어맞을 확률도 그만큼 높은 편이다. 

커트라인이 예상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난도가 높게 나타난 탓에 수험생들이 ‘하향지원’ 경향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대 의대에 지원할법한 점수대를 가진 수험생이 치대에 지원해 합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그렇다 보니 서울대 치대 최초 합격선은 403점대 중후반으로 의대 점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경쟁률이 낮아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예상보다 하락폭이 더 크다. 서울대 의대 합격선이 404점 후반까지는 내려갈 수 있다고 봤지만, 404점 중반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예상 밖”이라며 “올해 정시모집 합격선이 낮아진 것은 경쟁률 하락에 따른 것이다. 수시모집 비율이 크고 수험생이 줄면서 정시 경쟁률이 낮아지다 보니 그에 따라 합격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시모집은 3개 군 체제이기에 3대 1의 경쟁률은 사실상 1대 1과 다를 것이 없다. 지난해 5대 1 수준을 유지하던 주요대학들도 4대 1 선으로 낮아진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동점 불구 ‘희비 교차’, 왜 동점자들 불합격했나 = 404.39점이 커트라인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은 ‘동점’을 받았음에도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동일한 404.39점을 받은 수험생 표본이 최소 3개 이상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합격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동일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희비가 엇갈린 것은 ‘서울대 동점자 처리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정시모집에서 동점자가 나오면 △수능 영역별 표준점수·등급 △학생부 교과영역 점수 등을 따져 합격 여부를 가린다. 해당 기준을 모두 적용해도 동점으로 판명되면, 해당 인원은 모두 합격한 것으로 본다. 

서울대식 404.39점이 나오는 경우는 수학(가)에서 4점짜리를 한 문제 틀리고, 과탐 2과목에서 백분위 99와 98을 각각 받으면 된다. 지구과학은 백분위 99의 환산점수가 2개 값인데 이 중 표준점수 71점에 해당하는 값인 경우에만 404.39점이 나올 수 있다.

커트라인에 걸린 404.39점 수험생이 고른 과탐은 생명과학Ⅰ과 화학Ⅱ다. 서울대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과탐에서 한 과목 이상은 Ⅱ과목에 응시해야 하며, 같은 과목을 골라서는 안 된다. 예컨대 화학Ⅰ과 화학Ⅱ, 물리Ⅰ과 물리Ⅱ처럼 과목명이 같은 Ⅰ+Ⅱ 조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과탐 반영방법에 따라 Ⅱ과목이 한 과목 이상 포함되면서 백분위 99와 98이 나오는 경우를 따져보면 13개 조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생명과학Ⅰ과 화학Ⅱ을 고를 시 나오는 134점보다 표준점수가 높은 조합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지구과학Ⅰ에서 백분위 99를 받고 화학Ⅱ나 생명과학Ⅱ에서 백분위 98을 받은 경우, 지구과학Ⅰ에서 백분위 98을 받고, 생명과학Ⅱ에서 99를 받은 경우까지 3개 조합만 135점, 136점, 138점 등으로 생Ⅰ+화Ⅱ보다 표점이 높게 나온다. 나머지 9개 조합을 고른 경우에는 표준점수가 적게는 130점부터 많게는 133점까지로 생Ⅰ+화Ⅱ보다 낮기에 동점자 처리기준에 따라 불합격으로 분류된다. 동일하게 수학 한 문제만 틀렸다 하더라도 과탐을 뭘 선택했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불합격한 수험생들의 선택과목은 다소 불확실한 상황. 합격한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생명과학Ⅰ과 화학Ⅱ를 고른 경우라면 당락을 가른 지점은 과탐이 아닌 학생부로 이동한다. 학생부 교과성적을 따져 이를 기반으로 합격 여부를 판가름 했을 수 있다.

물론 과탐과 학생부교과성적 외에도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는 의대 정시모집에서 면접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별도의 배점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의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적성·인성면접을 실시하며, 미응시자는 선발 대상에서 제외한다. 면접 결과는 결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단, 면접이 당락을 갈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서울대 의대 면접은 ‘결격 여부 판단’에만 쓰인다. 특별히 모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결격으로 분류되는 사례는 적다는 게 중론”이라며 “면접이 당락을 결정하는 일이 벌어지려면, 과탐 선택과목이 모두 동일하고, 학생부 교과성적도 같아야 한다. 과탐은 인기 많은 과목들이 있으므로 동일한 경우가 많지만, 교과성적이 완전히 같은 수험생이 존재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했다. 

■의대도 N수생 열풍, 3분의 2가 N수생 = 의대도 올해 서울대에 불어 닥친 ‘N수생 열풍’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합격생들의 출신 고교와 재학·졸업 여부를 집계한 결과 N수생이 재학생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명의 합격생 가운데 19명이 N수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의대 합격생에서 N수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63.3%로 서울대 정시모집 전체 평균값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서울대가 앞서 3일 공개한 ‘2020학년 대학 신입학생 정시모집 최초합격 결과’에 따르면, 전체 867명의 합격자 중 N수생은 510명으로 58.8%를 차지했다. 

고교유형으로 보면, 일반고가 다소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절반이 넘는 18명이 일반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형 사립고 출신이 총 7명이었으며, 과학영재학교 출신 N수생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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