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학원 금주 집단 휴원, ‘역적 될라’ 정부 권고 수용…대성·시대인재·종로·청솔 등
전국 각지 수험생들 관리 어떻게? …정부 매뉴얼 부재에 ‘발만 동동’
학원가, 코로나 사태 확산 ‘우려’…현장 실태파악 ‘촉구’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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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정부가 우한 코로나(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학원들에 휴원을 권고한 조치가 오히려 코로나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데 모여 관리되고 있던 수험생들이 전국 각지로 퍼지면서 도리어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수험생 관리방안을 비롯해 확진자 발생 시 대처방안 등의 매뉴얼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가 실태조사 한 번 벌이지 않고 무책임하게 휴원조치를 결정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권 대형 재수학원들이 24일을 기점으로 집단으로 휴원에 들어간다. 정부가 하루 전 학원들에 휴원 조치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23일 가진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통해 확진자 발생지역 환자 동선과 감염위험 등을 고려해 학원들에 휴원·등원중지와 감염 위험성이 있는 강사 업무배제 등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합동단속반을 꾸려 방역물품 비치와 소독 여부, 예방교육 등 현장점검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학원별로 보면, 대성학원과 시대인재N재수종합학원(시대인재N), 청솔학원(이투스교육) 등은 오늘(24일)부터 3월 1일까지 1주일간 휴원을 결정했다. 휴원 기간 중에는 재수종합반뿐만 아니라 단과수업도 전부 휴강하는 등 학원생들의 출입을 전면 제한한다. 

단,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서는 출입을 허용한다. 대성학원과 청솔학원은 24일에 한해 수험생들이 그간 공부하던 교재를 챙기기 위해 방문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시대인재N은 개인 교재를 수령하는 수험생의 경우 학원 측 통솔 아래 출입을 허용한다.

모든 학원이 1주일 휴원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비타에듀학원과 종로학원은 이와 달리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휴원을 결정했다. 사태를 지켜보며 추가 휴원 조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휴원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1일까지 휴원한다고 해서 학생·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들은 9일까지 개학을 연기했고, 대학들은 16일 개강하는 곳이 많다. 1일까지 휴원하더라도 학교·대학과는 시기적인 공백이 있는 것”이라며 “사태를 지켜보며 휴원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학원이더라도 ‘기숙학원’은 예외로 분류되는 모양새다. 종로학원과 청솔학원 등은 운영 중인 기숙학원은 휴원하지 않고 정상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임성호 대표는 “기숙학원에 대한 조치는 군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고 봤다. 부모의 면회나 외출·외박을 금지하고, 현재 상태를 유지해 감염 가능성을 낮추려 한다”고 했다. 

휴원으로 인해 생기는 학습 공백은 온라인 강의와 보강 등을 통해 최소화하겠다고 학원들은 입을 모았다. 청솔학원을 운영하는 이투스교육은 “휴원 기간 동안 학습 지원을 위해 재원생들에게 이투스닷컴의 모든 인강을 수강할 수 있는 상품을 일주일간 무료로 제공한다. 담임들이 일주일동안 2회 전화 상담도 진행한다”고 했다. 대성학원과 시대인재N, 종로학원 등도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습 공백을 메꿀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원들이 정부 방침에 적극 호응한 만큼 차후 보강 등을 위해 수업시간 제한을 일정기간 풀어줘야 한다는 요청도 나온다. 임성호 대표는 “휴원기간이 끝나면 보강을 통해 학습공백을 메꾸려 한다. 1주일 내지 2주일 동안만 밤 10시로 정해져 있는 학원 수업시간 제한을 해제해 보강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휴원을 결정했지만, 학원가에서는 이번 정부 지침이 코로나19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험생들이 휴원 기간 동안 도리어 감염될 수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A학원 관계자는 “휴원 기간 동안에도 담당 강사를 정해 연락을 취함으로써 수험생들의 동선을 자가 격리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려 노력할 것이다. 다만, 아무리 노력을 들여도 학생들의 모든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리적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권고를 할 수 있을 뿐 아무런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관리에 불응하는 경우 방법이 없다”며 “지역 학원들과 대형학원들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지역 내에 있는 학생들이 다니는 지역 학원과 달리 대형학원 재수생들은 전국에서 모여든다. 현재 문제로 불거지는 지역을 비롯해 휴원기간 동안 전국 각지로 흩어진 수험생들이 다시 모였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턱대고 휴원조치를 하기보다는 재수종합반 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B학원 관계자는 “현재는 재수종합반 학생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에 있기에 발열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휴원조치를 내리면서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벌이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벌인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C학원 관계자는 “이번 휴원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대형 학원 등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최소한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학원가 사정이 어떠한지, 휴원 결정 시 위험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위험성이 지속될 경우에는 무기한 휴원을 시킬 것인지,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상세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더 상세한 매뉴얼을 냈으면 한다. 원생들을 관리할 때 어느 정도 빈도로 연락을 취해야 하는지, 만약 확진자가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역 기간은 얼마나 두고 다시 학원에는 언제부터 나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매뉴얼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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