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고넬대 연구원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남극 코끼리의 턱끈펭귄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펭귄 7만 쌍이 기후위기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141년 관측 역사상, 전 세계 지표면과 해수면의 평균온도가 1월 기록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런 우려는 남극대륙 온도가 섭씨 20도를 넘는 기록을 보임으로써 절정에 이른다.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을 기점으로 기후위기와 환경운동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는 있지만, 정치가와 자본가의 욕심이 위기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시각을 돌려보자.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과연 인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인류는 지구의 수호자인가? 혹은 파괴자인가?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널은 2018년 흥미로운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세균을 양팔 저울에 단다면 바늘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결과는 세균의 압도적 승리.

과학자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전체탄소량을 550기가톤으로 계산했다. 식물이 총탄소량의 80%, 세균이 12.7%를 차지한 것에 비해 지구상 모든 동물의 총탄소량은 0.36%로 나타났으며, 이중 어류가 0.12%를 차지하는 데 비해 사람은 고작 0.01%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세균이 전 인류를 합친 질량보다 천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류가 차지하는 질량은 지구 전체 생명체 가운데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 논문은 나아가 이 미미한 비율의 생명체가 지구라는 행성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을 언급한다. 인류 등장 이래로 지구 육상동물의 질량은 7분의 1로 감소했으며, 해상동물 역시 2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활동으로 매년 숲의 면적은 감소하고 있으며, 동물의 멸종은 인류 등장 이전보다 천 배에서 만 배 빠르게 진행한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코로나19로 지금 지구는 대유행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2011년 발간된 학술지 <네이처(Nature)> 기사를 보자. 티스푼 하나에 담긴 흙에는 대략 십억 개의 세균이 존재하는데 이는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인구수와 맞먹는 수치다. 사람의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은 대략 1㎏의 무게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수를 연산해 보라. 또한 바닷물 한 방울에는 대략 천만 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지구 전체로 환산하면 대략 1×1031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숫자는 바이러스 끝과 끝을 연결할 경우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돈다는 빛이 1억 년을 여행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이처럼 질량과 수적인 면에서도 우세인 미생물의 생존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의 수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송진이 굳어서 만들어진 호박으로부터 17만 년 전에 생존했던 세균을 재생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매년 1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돼 사망한다. 그리고 인구 12명 당 1명꼴, 혹은 5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만성 바이러스 간염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간다.

영화 컨테이젼의 마지막 장면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면서 박쥐의 서식처가 인간과 더 가깝게 되고, 이들이 분비한 배설물에 감염된 돼지가 식탁에 오르면서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가는 상황을 집약해 보여준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아지는 탄소중립 정책이 각국의 경제이익과 맞물려 흐지부지되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아마존 밀림의 울음을 외면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극지방 얼음과 펭귄의 비명을 외면한다면 코로나19 감염은 어쩌면 비극의 첫걸음을 뗀 것뿐일지도 모른다. 지구는 자정작용을 한다. 지구가 온전히 자신을 보전하기 위해 어쩌면 미미한 인류를 떨궈낼지도 모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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