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해 12월 10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2021 진단 편람 시안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의 반대 농성으로 무산됐다.(한국대학신문 DB)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10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2021 진단 편람 시안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의 반대 농성으로 무산됐다.(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전국 대학가가 코로나19로 초비상 상태인 가운데 교육부가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2021 진단) 편람을 확정했다. 2021 진단에 대해 대학가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본지 취재 결과 교육부는 지난 7일 전국 대학에 공문과 함께 2021 진단 편람을 발송했다. 편람 확정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1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학생 충원율 비중이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10점에서 20점(신입생 충원율 12점+재학생 충원율 8점)으로 대폭 확대된다.

현재 지방대학들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 높다. 따라서 교육부의 2021 진단 기본계획(시안)은 사실상 ‘지방대학 죽이기’라는 반발 여론에 휩싸였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교육부에 2021 진단 시행 보류를 공식 요청했다. 특히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의 반대 농성으로 지난해 12월 10일 2021 진단 편람 시안 설명회가 무산됐다.

교육부는 설명회가 무산되자 서면으로 2021 진단 편람 시안에 대한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2월 초에 설명회를 재차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설명회가 취소됐다. 결국 교육부는 추가 설명회와 의견 수렴 없이 2021 진단 편람을 확정했다. 현재 대학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여념이 없다. 교육부가 대학가의 운명을 좌우할 2021 진단 편람을 2021 진단 기본계획(시안)대로 확정했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교련은 “2019년 8월 14일 2021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하고, 연이어 12월 10일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대학직원노조의 저항으로 행사가 무산됐다”면서 “(설명회가 무산되면서) 교육부는 진단에 관한 의견 제출을 요망하는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했고 사교련에도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아무런 설명회나 예고도 없이 갑자기 대학진단 공문과 편람을 전국 대학에 발송하면서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것을 공론화했다”고 지적했다.

사교련은 “그동안 사교련은 정부와 대학 구성원의 협의를 거쳐 합의된 방식으로 2021 진단이 진행돼야 하며, 현 정부가 표방하는 대학 민주화와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두 가지 제안을 모두 거부했다”며 “사교련은 지금까지 교육부가 문재인 정부의 촛불정신에 맞는 새로운 진단 지표들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방대학의 몰락과 지역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에 집착, 교육부 주도의 일방적 평가와 구조개혁의 강요를 지양해 달라는 사교련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사교련은 “그동안 교육부는 ‘얼마나 교육과 대학의 가치를 잘 발전시켰는가?’라는 평가의 본질을 외면한 채 획일화된 하향식 진단을 통해 교육생태계를 황폐화시켰다. 전국 모든 대학을 교육부만 쳐다보는 해바라기로 만들어 정작 지방의 대학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가 무엇인가? 지난 25년간의 각종 평가를 통해 우리 대학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했다고 교육부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우리는 엄중히 묻는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타성을 버리고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진단을 바르게 시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사교련은 “대학은 교육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하부기관이 아니다. 교육부가 여전히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면 안 된다. 아무런 협의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교육부는 무엇이 두려워서 변화를 거부하는가? 교육부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하고 여전히 퇴행적인 못난 자신의 모습일 것”이라며 “교육부의 어리석은 결정은 교육부 폐지론과 무용론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고 대학은 황폐화의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교육부는 진단에 앞서 다시 한 번 진정성을 갖고 사교련과 심도 있게 논의하기 바란다. 교육부의 용기와 자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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