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육과정혁신센터 팀장

‘아브라카다브라, 아브라카다브라’

대학 캠퍼스의 봄은 원래부터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잘 가꿔진 캠퍼스의 화목에서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한 꽃망울과 신입생들의 다소 어리바리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또 한 학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굳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2020학년도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아니 매년 있었던 ‘봄’이지만 상황이 아주 다르다. 봉쇄, 폐쇄, 격리, 펜더믹(pandemic) 등의 강렬한 단어가 언론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은 수십 년 동안 이어온 3월 첫 주 개강을 연기하는 초유의 조처를 내림과 동시에 급기야 학내에 긴급 대응 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학사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단순히 날짜를 몇 주 미루는 것 이상의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의 본격적인 입국에 맞춰 기숙사를 비우고 2주간의 격리 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도 긴급히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내외국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대상이 될 정도로 긴급한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전염병 전문가는 인류의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해, 조만간 진압될 것이라는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허무맹랑한 예측은 아닌 것 같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교육부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공문과 지침을 통해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조치가 귀찮음 이상의 관심과 노력으로 보인다.

어느 한 대학, 어느 한 사람 힘들지 않은 상황이 아니지만 과거 악명 높았던 사스와 메르스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이 들지만 다시 교직원과 학생이,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리며 웃음꽃이 만발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 날의 일상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그리고 주문을 외워본다. “아브라카다브라, 아브라카다브라”

주)아랍어 ‘아브라카다브라’를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소멸한다’라는 뜻이다. 말라리아뿐 아니라 나쁜 질병을 내쫓기 위해 고대 마법사들은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쳤다고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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