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와의 전쟁에서 참패한 교육부, 인강 강의료 인하 유도 정책 예고
업체 간 경쟁으로 내려간 ‘프리패스’ 가격 왜 언급하나…교육부 덕 아니야
대응방안 현실과 괴리…인강은 ‘호황’, EBS는 ‘불황’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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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강의(인강) 업체의 ‘프리패스’ 가격 인하를 마치 자신들이 낸 성과인 것처럼 언급해 빈축을 산다. 업체 간 경쟁으로 교육상품의 가격이 내려간 것에 불과한데도 마치 교육부가 가격 인하에 도움을 준 것 마냥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쟁이 붙은 업계 사정상 전반적인 가격 인하가 가시적인 상황에서 ‘EBS 교육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언급한 것도 지적의 대상이다. 향후 업체들이 가격을 내릴 시 ‘손 안대고 코푸는’ 것 마냥 교육부의 성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작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가 동시에 증가세를 보이는 데 반해 EBS 교재를 구입하는 비율이나 이에 쓰는 비용은 감소하는 등 교육부의 의도는 실현되기 힘든 상황이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사교육비와의 ‘전쟁’에서 교육당국은 패배했다. ‘사교육비 완화’를 이유로 대입전형을 바꾸고, 특목·자사고를 막무가내로 폐지하는 등 여러 정책들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초·중·고 전체 사교육비는 20조 9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5000억여 원이나 늘어났다. 

사교육비 증가는 초·중·고 모든 학교급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대입에 직면해 있는 고등학교는 6조1819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사교육비가 2471억원 늘었고, 중학교도 5조2554억원으로 2582억 사교육비가 증가했다. 초등학교는 한술 더 떠 8조5531억원에서 9조5597억원으로 1조원 넘게 사교육비가 늘어났다. 

사교육비는 모든 정부가 내세웠던 교육 정책의 ‘화두’다. 현 정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통령 공약에서부터 국정과제, 이후 내놓은 교육 정책들 전반에서 사교육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정시모집을 늘리기로 한 2022학년 대입 개편안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물론이고, 자사고·특목고 일괄 폐지 정책까지 모든 정책의 목적과 이유에서 ‘사교육 완화’는 빠지지 않았다. 

이렇듯 ‘전면전’을 펼쳤음에도 사교육비를 붙잡지 못한 교육당국 입장에서는 ‘변명’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놓고 교육부는 “초등학생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해 초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이 크게 증가”했다거나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희망할수록 더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는 등의 변명이 줄을 이었다. “소득 증가분만큼 사교육비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소득 중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는 등의 해석을 내놓는다거나 “학벌 중심 사회, 학력 중심 채용문화, 학력별 임금격차” 등 대안없는 해묵은 문제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가계소득이 늘어난 반면, 자녀수가 줄어서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부추겨진 것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일단 벌어진 일들에 대해 변명을 했으니 향후 대응책도 꺼내놔야 했다. 조사 결과를 진단해 사교육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들은 현장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복안이다. △공교육 내실화 △고교학점제 도입 기반 조성 △고교 서열구조 해소 △대입제도 단순화·공정성 강화 △방과후 활동 강화 △학원비 안정화 △사교육 점검·관리 체계 강화 등이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증가 대책이었다.

문제는 이 중 교육부의 일부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데 있다. 교육부는 학원비 안정화를 향후 대응책으로 거론하며, 사설 온라인 업체의 강의료 인상 억제·인하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EBS 교육방송 콘텐츠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 소위 ‘인강’이라 불리는 업체들의 인터넷 강의 비용 인상을 막고, 가격 인하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만 보면, 인강 비용 인하는 향후 추진할 사교육비 증가 대응 정책인데 더해 이미 달성한 성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지난해 사례가 예시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형 A학원 온라인 강의료가 50~60만원에서 19만원으로 대폭 인하됐다”는 점을 인하 사례로 함께 거론했다. 앞서 인강 비용 인하를 유도한 교육부가 향후에도 같은 정책을 실현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이와 다르다. 교육부가 언급한 대로 19만원으로 비용이 크게 인하된 사례는 대성마이맥이 내놓은 ‘19패스’가 유일하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인강 비용을 19만원으로 내린 것과 교육부의 정책 사이에는 별다른 관계가 있지 않다. 

19패스는 인강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만연해 있는 ‘프리패스’라는 교육상품이다. 일정 금액을 내면 여러 과목·강사의 강의를 ‘자유이용’할 수 있도록 한 프리패스는 커넥츠스카이에듀·공단기 등을 운영하는 ST유니타스 주도로 2013년 공무원 시험 시장에 처음 등장한 데 이어 대입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여러 과목을 듣는 경우가 많은 인강을 이용하는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등장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이었던 프리패스는 현재 다음 수순인 가격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본래 ‘올패스’라는 이름으로 30만원대 프리패스를 운영하던 대성마이맥이 19만원대 상품인 19패스를 내놓으며 선수를 친 상황이다. 이를 교육부는 사례라고 든 것이다. 

이처럼 프리패스의 등장부터 가격 인하에 이르기까지 교육부가 관여한 부분은 없다. 더 많은 고객을 모으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내려간 것일 뿐 교육정책과 프리패스의 등장, 가격 인하 등은 무관한 현상이다. 이를 마치 ‘치적’인 것처럼 교육부가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교육계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교육부가 사교육비 증가 대책이라며 향후 인강 비용 인하를 예정하고 있다 말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어차피 현 시장상황 상 프리패스들은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19패스가 수험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타 업체들도 가격 인하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굳이 정책 실현에 나서지 않더라도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볼 때 교육부가 ‘손 안대고 코 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뒤따른다.  

교육부가 사설 인강 가격 인하를 위한 방안으로 ‘EBS’를 언급한 것도 빈축을 사는 부분이다. EBS 교육방송 콘텐츠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강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다.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EBS는 교육부의 ‘무기’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인터넷·통신 강의에 쓰이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강의 참여율도 높아진 반면, 고교생들의 EBS 교재 구입비용이나 구입비율 등은 정작 낮아지는 추세다. 

다른 지표를 보더라도 EBS가 사설 인강 이상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e-나라지표에 게재된 ‘EBS 수능 강의 활용 현황’에 따르면, 1일 평균 EBS 이용 회원은 2015년 72만1430명에서 2018년 51만1229명까지 떨어졌다. 학령인구 감소 영향도 있지만, 줄어든 학생 수보다 EBS이용자 수 감소폭이 더 크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EBS를 외면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향후 정책을 놓고 보더라도 EBS를 통한 가격 인하책은 실현하기 쉽지 않다.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현재 70%인 EBS 연계율은 현 고2가 치를 2022학년 수능부터 50%로 낮아진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EBS를 찾을 이유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할 말들로 인강 업체들의 강의비용 인하 등에 나서겠다는 교육당국은 정작 인강 업체들에게 ‘호재’를 만들어준 상태다. 2022학년 수도권 대학의 수능위주전형(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2023학년부터 16개 대학의 수능위주전형(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 인강업체들은 ‘화색’이 만연하다. 수능이 대입에서 중요해지면 질수록 학교교육의 위상은 낮아지는 반면, 인강·학원 등 사교육을 찾는 발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난 것을 놓고, 사설 온라인 강의들의 강의료 인상을 억제하고,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정책과 전혀 관계없는 사설 업체의 '프리패스'를 강의료 인하 사례로 소개한 데 더해 EBS를 대응 방안으로 내놓는 등 부적절한 언급들을 이어나가 빈축을 샀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가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난 것을 놓고, 사설 온라인 강의들의 강의료 인상을 억제하고,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정책과 전혀 관계없는 사설 업체의 '프리패스'를 강의료 인하 사례로 소개한 데 더해 EBS를 대응 방안으로 내놓는 등 부적절한 언급들을 이어나가 빈축을 샀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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