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래 DGIST 기초학부 교수가 연구실에서 '블랙버드 콜라보레이트 울트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디자인 사고 과목 수업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과기원]
박종래 DGIST 기초학부 교수가 연구실에서 '블랙보드 콜라보레이트 울트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디자인 사고 과목 수업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과기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가 대학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유의 개강 연기와 함께 학사 일정을 맞추고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학들이 ‘비대면 원격 수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일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 권고안’을 통해 대학에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다수 대학이 2020학년도 1학기 강의를 맡은 교수들에게 16일부터 2주 동안 진행할 원격 강의 준비를 주문했다. 

“처음이라 어색하긴 한데 어쩔 수 없는 시국이니까요.” 교수들도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 원격수업이 익숙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대학에서는 ‘블랙보드(Black board)’나 ‘줌(Zoom)’, ‘스카이프(Skype)’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시간 원격수업이나, 교수가 영상을 녹화해서 온라인에 올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조준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줌’으로 17일 개강 첫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과 교수 모두가 처음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생들과 시범 강의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당 과목 수강생은 27명 전원이 시범 수업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밝혔다.

‘줌’은 양방향 오디오·동영상 프로그램이다. 무료로 참가자 100명까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가 가능하다. 각종 콘퍼런스나 기업 간 화상 회의에서 사용되던 프로그램이 교육 현장 전면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블랙보드’ 활용 수업을 준비하는 대학들도 있다. UNIST와 DGIST는 ‘블랙보드’가 운영하는 컬래버레이트 울트라 기능을 사용해 실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동시 접속자가 몰릴 경우 불안정해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하지만 ‘블랙보드’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가 1000명이 넘어가면 증설 비용이 들어간다. 호서대는 학생들의 원활한 학습을 위해 선제적으로 20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도록 투자했다고 말했다.

■ 원격수업 준비 어려움 호소, ‘소통 불가’와 ‘기기 활용 미숙’ 문제점 = 원격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와 수업 시간 기준이 다르다. 동영상 강의 25분이 1교시 강의 분량이지만 교수들이 더 편해진 것은 아니다.

교수들은 동영상 녹화 강의의 단점으로 ‘소통 불가’와 ‘기기 활용 미숙’을 꼽았다. 학생들이 이해했는지 알 수 없고, 25분을 한 번에 촬영한다고 할 때 실수를 하게 되면 다시 녹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각 학교의 교수학습센터와 관련 지원과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갑자기 수업과 촬영을 동시에 해야 하는 교수들의 부담은 평소보다 커진 상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확실히 동영상을 찍어주는 경우와 자신이 찍어야 하는 경우는 다르다”며 “학교 촬영 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강의 수가 워낙 많고, 공대가 크고 주축이 되는 학교와 인문사회 계열이 주축이 되는 학교의 수준 차이도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밭대는 지난 9일 교내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줌(Zoom)'을 활용한 혁신 교수법 특강을 실시했다. [사진=한밭대]
한밭대는 지난 9일 교내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줌(Zoom)'을 활용한 혁신 교수법 특강을 실시했다. [사진=한밭대]

문제는 집합수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실험·실습 위주의 교과가 많은 공대와 실기가 중요한 예체능 계열은 할 수 없이 모든 일정을 미뤄둔 상태다. 이번 학기 ‘건축설계’ 강의를 맡은 권혜주 삼육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면 수업이 필수라 모든 일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실기수업의 경우 추후에 방학을 활용해서라도 시수를 채울 수밖에”라며 “서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1:1 개별 면담 진행이라도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습 부분은 교수의 피드백이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져야 학습효율이 높고, 학교의 실습 인프라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현 상황에서는 할 수 없이 이론 수업이 가능한 부분만 촬영하는 실정이다.

예체능계 실기수업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음악 수업은 앙상블, 오케스트라, 합창처럼 합을 맞춰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이기녕 동의대 음악학과 교수는 “화성학과 음악사 정도만 원격 수업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실기 중심이라 힘들다”고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보강으로 무조건 수업 분량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1:1 레슨만이라도 4월 이후에는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인문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론수업을 원격으로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 하지만 토론수업도 면대면 효율을 원격이 따라갈 수 없다. 이에 ‘소통’ 중심의 수업들은 진행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 팬데믹으로 ‘미래 대학’ 체험, ‘블렌디드 러닝’ WINWIN 시대 전망 = 긍정적인 시그널도 감지된다. ‘미래 대학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도, 대학들이 크게 당황하지 않고 매뉴얼 제작과 시설 증강 등의 대처를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반드시 강의실에 모여서 수업을 듣는 시대는 지나갔고, 현재의 대학생 세대는 K-MOOC 같은 온라인 강의에도 익숙한 편이다. 

정재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민감해 하는 출결도 ‘줌’으로 쉽게 체크가 가능하고, 교수들이 학회나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 서로의 시간을 무리해서 빼야하는 보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혜미 삼육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오프라인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혼합형 학습(Blended Learning)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온라인에서는 개괄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현장에서는 그 시간을 아껴서 학생 개개인에게 좀 더 집중한 피드백 형식의 코칭식 수업이 가능한 미래가 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긍정적인 원격 수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IT인프라 구축이 우선인데, 통신업체의 네트워크와 학교를 정부가 연계해주면 학생들에게 더 원활한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원격 수업의 문제로 꼽히는 저화질 문제나 서버 다운 현상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코로나19지만 대학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틀림없다.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활용할 것인지는 대학 구성원 모두와 정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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