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정원외 포함시켜 정책취지 무너뜨린 교육부, 불도저식 정책 강행
‘궁여지책’ 찾는 대학들, 실기전형 수능전형 전환 시 문제 해결 가능
내부여론 수렴 어렵고 비판도 감내해야, 대학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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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들이 이달말 제출해야 하는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위주전형으로 선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2022학년 대입전형 개편안에 따라 수능위주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려야만하기에 꺼내 든 궁여지책이다. 대학들이 당초 예체능 모집단위는 수능위주전형 비율 산정 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지만, 교육부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막무가내로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후폭풍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고려대가 학생부교과전형 확대를 결정했을 때 이상으로 파급력이 큰 문제지만, 많은 대학들이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위주전형으로 선발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기능력이 중시되는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 중심으로 선발하는 데 대한 당위성이 부족해 학내 여론부터 모으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당초 정책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편법’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우며, 교육부가 이를 방관할리만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능 30%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대학들, 이달말 전형계획 제출, 내달 공개 = 이달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 내달 말에 공개되는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수도권 대학들은 수능위주전형(이하 수능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안을 담아야 한다. 재작년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안’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가 수능전형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 수능전형 30% 이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시민참여단 비중이 68.5%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2022학년부터 대학들이 일률적으로 수능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본래는 수능위주전형만 늘리도록 한 것은 아니었다. 학생부교과전형(이하 교과전형)과 수능전형 가운데 하나만 30% 이상으로 늘리면 된다고 했다. 일률적인 수능전형 확대를 강요하는 경우에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권 대학들 중에서도 정시모집에서 신입생을 100% 충원하지 못하는 곳이 종종 나오는데, 수능전형 확대를 모든 대학에 강요하면 지리적 여건이 열악한 지방대는 신입생 충원이 쉽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4월말 발표된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놓고 잡음이 일었다. 고려대가 교과전형을 3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늘리며, 2022학년에 교과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함으로써 수능전형 확대를 피해가겠단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움직임에 교육부는 즉각 제동을 걸었다.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려도 된다는 것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있는 지방 소재 대학들을 배려한 규정이라는 것이다. 선호도 높은 고려대가 교과전형을 늘리는 것은 대입 개편안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며, 정부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에서의 불이익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강경하게 나오자 결국 고려대는 2022학년에 수능전형 확대를 적극 고려하겠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고려대의 행적을 경험한 교육부는 올해 결국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조건으로 수능전형 30%를 명시했다. 수도권 대학은 수능전형이 30% 미만인 경우 사업 선정 대상에서 배제된다. 반면, 지방대학은 교과전형을 30% 이상 두면 수능전형 비율과 관계없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불도저 정책에 대응하는 대학들, ‘키포인트’로 떠오른 예체능 선발방법 =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모든 대학이 참여하는 재정지원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수능전형 확대방침은 ‘강제’가 아닌 ‘권고’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사실상 ‘강제’나 마찬가지라고 바라본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의 전제조건인 입학사정관 인건비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학부모들은 원서접수 시 거둬들이는 전형료를 통해 인건비를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바라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ㆍ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전형료는 인건비에 사용할 수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이 상당한 주요대학들 중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과감히 무시할 수 있는 대학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사실상 수능전형 30%가 ‘강제규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비율 산정 방법’이다. 대학들은 전형별 비율을 따질 때 정원외를 제외하는 데 더해 예체능 실기전형도 빼고 비율을 계산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들 전형까지 계산해 수능전형의 비율을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인원들을 대입해 보면 대학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수능전형으로 선발하기 어려운 성격의 모집단위들이나 전형들까지 넣어서 수능전형의 비율을 계산하는 경우 인문·자연계열에서는 실질적으로 30% 이상을 수능전형으로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체능 모집단위는 기본적으로 ‘실기’가 중심이 되는 선발방법을 쓴다. 때문에 수능전형으로 선발하기가 쉽지 않다. 수능전형으로 선발 가능한 모집단위는 인문·자연계열이라고 봐야 한다. 예컨대 100명의 모집인원 중 30명이 음대·미대·체대 등 예체능 모집단위로 구성된 대학의 경우 대학들이 주장하는 대로 예체능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인문·자연계열 모집인원인 70명을 기준으로 30%를 따지게 돼 21명을 수능위주전형에서 선발하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계산방법대로 예체능을 포함해 계산하는 경우 인문·자연계열에서 30명을 수능전형으로 선발해야만 한다. 

여기에 정원외까지 포함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현재 대학들은 △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졸업자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지원대상자 △특성화고졸재직자 등을 모집인원의 11% 범위에서 정원외로 선발할 수 있다. 이 인원을 모두 채워 111명을 선발하는 대학의 경우 인문·자연계열에서 34명을 수능전형으로 뽑아야 30% 비율을 충족한다. 농어촌학생 등의 정원외 전형은 전형 성격상 수능전형으로 뽑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산방법은 교육부가 주장하는 ‘취지’와도 어긋난다. 당초 대입 개편안이 마련된 것은 수시모집이 너무 과도하게 커지면서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를 박탈한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수시모집으로 인해 기회가 줄어든 것은 어디까지나 인문·자연계열에 국한된 일이다. 예체능 실기전형은 수시모집이건 정시모집이건 실기 실력을 가다듬어 ‘재도전’에 나서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잘못된 계산 방식을 고집하면서 대학들은 30%가 아니라 실제로는 인문·자연계열에서 40%를 넘나드는 수능전형 선발을 택해야만 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교육부도 비율 산정방법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설명회와 전국입학처장협의회 등에서 여러 차례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예체능실기전형과 정원외가 포함된 수치를 바탕으로 30%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기에 이들 전형을 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대학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불도저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자 대학들은 예체능 실기전형 등을 역으로 활용해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러 전형요소로 구성되는 대입전형의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입전형은 1개 전형요소로만 구성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 수능전형도 수능성적에 더해 학생부성적까지 합산해 선발을 진행할 수 있다. 정시모집에서 선발이 이뤄지는 예체능실기전형의 경우 수능성적과 실기성적을 모두 고려해 선발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여러 전형요소가 한 데 모이는 경우 해당 전형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전형요소별 비율이다. 더 큰 비율을 보이는 전형요소에 따라 어떤 전형인지 분류된다. 실기성적과 수능성적을 모두 고려하는 전형의 경우 실기성적의 비중이 크면 예체능 실기전형, 수능성적의 비중이 크면 수능전형으로 각각 나뉜다. 

대학들이 주목하는 점은 이러한 전형분류 체계다. 이전에는 실기전형으로 선발한 예체능 모집단위의 수능성적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면, 그때부터는 수능전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부가 요구하는 수능전형 30%라는 기준을 채우기 한층 쉬워지는 것이다. 동일하게 100명 가운데 30명의 예체능 모집단위를 보유한 대학의 경우 예체능 모집단위를 모두 수능전형으로 선발한다면, 인문·자연계열 모집단위는 모두 수시모집에서 선발할 수 있다. 이같은 극단적인 사례까진 아니더라도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처럼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전형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한 대학들이 존재한다.

이같은 방법은 2022학년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라 수도권 16개 대학은 2023학년부터 수능전형을 4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수능전형을 급작스레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체능 모집단위들을 수능전형으로 배치하는 방안은 분명 대학들 입장에서 매력적인 방법이다. 

■‘운영의 묘’로 떠오르나…‘편법’ 비판 있는 데다 의견 수렴도 쉽지 않아 = 예체능 모집단위를 이처럼 수능전형으로 전격 편성하는 방법을 놓고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상존한다. 정부가 잘못된 비율산정방법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궁여지책으로나마 ‘운영의 묘’를 살린 방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결국에는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전형방법과 모집단위 간의 괴리 때문이다. 실기능력이 중요한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은 적합한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 수능전형으로 선발하기 어렵다며 대입비율 산정 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던 예체능 모집단위들을 이제 와서 수능전형으로 전환하는 것도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전형으로 전환하려고 적극 시도하다 실패하는 대학도 나오고 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수능전형 선발의 당위성을 납득시키기 어려워서다. 예체능 계열 교수들은 실기성적 대신 수능성적의 비중을 더 높이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가 많다. 

의견수렴에 성공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전형으로 선발하는 경우에는 온갖 ‘꼼수’가 횡행할 여지가 생긴다. 예체능 모집단위를 수능전형으로 전환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그럼에도 실기성적의 비중을 높게 두고자 한다. 수능성적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설정해 수능전형이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변별력은 실기성적에서 나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수능의 비중이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저점과 최고점 간 점수 차이를 약하게 두고, 실기성적은 이와 반대로 점수 간 격차를 크게 둠으로써 실기가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게 만들면 명목상의 반영비율과는 반대 결과가 나온다. 

이러한 방식을 택하는 경우 대학들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대가 2020학년 정시모집에서 일부 모집단위의 변표를 조정, 모집요강과 실제 선발방법의 차이를 크게 만들어 비판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의 인식을 거스르는 방식의 대입전형 설계는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태클’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예체능 실기전형을 활용한 수능전형 비율 충족은 수험생의 재도전 기회를 염두에 뒀다는 당초 수능전형 확대 정책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다. 어떤 계열에서 수능 30% 이상을 채울지는 어디까지나 대학의 자율 영역이지만, ‘정책 취지’를 운운하며 재정 지원금 등을 빌미로 교육부가 대학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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