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 심사에서 한국사학진흥재단 청산인 문구 삭제…반대 의원은?
“사학진흥재단이 청산진행 업무 올바른가” 문제제기
“청산인 지정 늦어지면 임금체불 문제 심각”…850억원 추정
올해 폐교종합관리 예산 1000억원→4억원…내년도엔?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한국사학진흥재단법 개정안이 통과했으나, 핵심인 ‘청산인 지정’ 문구는 빠졌다. 국회 교육위 심사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가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관련 제도 및 예산 마련에 힘쓰겠단 입장이다. 

폐교 기로에 놓인 사립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한국사학진흥재단법 개정안’이 6일 제376회 국회(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남대가 폐교된 지 약 2년 만이자,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개정법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학교법인의 청산 절차 진행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사학진흥기금에서 학교법인 청산 필요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게 했다. 국회는 “폐교가 예정된 사립대학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청산돼 고등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고 교직원 체불임금 지원 등으로 폐교 교직원의 권익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과된 개정안에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을 청산인으로 지정한다’는 핵심 내용이 빠졌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청산인 역할을 맡아야 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교법인이 해산했음에도 청산절차가 지연되면서 이해관계자의 피해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전문성을 갖춘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청산인으로서 폐교대학을 관리 및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영훈·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초 발의한 법안에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해산된 학교법인의 청산인으로서의 직무수행’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해당 부분이 삭제됐다. 

■ 청산인 지정 문구, 교육위 심사에서 삭제 = 2019년 11월 19일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곽상도·전희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산인 지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 사학진흥을 위해서 만들어진 재단이 청산 작업까지 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나 취지와 충돌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법원행정처 공문을 보면 ‘특별한 의견 없음’으로 결론이 나왔다. 그러니까 원안대로 해도 되겠다는 취지로 읽혀진다”고 전했다. 

이에 곽 의원은 “대학 측에서 반대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사학진흥재단을 청산재단으로 변경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닌가“라며 ”원천적으로 청산재단으로 만드는 게 맞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학진흥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놓고서 사학을 청산하는 데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학진흥재단에 있는 기금을 청산하는 목적으로 다 써 버리면 채권자하고 채무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모순된 결과”라며 “청산재단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비판했다.

전 의원도 “사학진흥이라는 사학진흥재단의 성격과 청산업무가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내용 아니냐는 얘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 이 내용을 살펴보니까 문제의식이 더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박 차관은 “폐교의 경우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해서 체불임금 문제, 퇴직자 재고용 문제, 학생들의 편입학 문제 등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적인 기관으로서 기능을 덧붙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법상의 문제도 거론됐다. 전 의원은 “사학진흥재단을 해산법인의 청산인으로 지정할 경우에 청산법인이 되는 학교와의 융자거래가 이해상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이 해결방안으로 ‘법원에서 선임한 특별대리인을 통해 재단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면서 “그렇다면 법인청산을 간소하게 해 보자는 것들이 다시 도돌이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융자를 받는 주체는 사학진흥재단이 아니고 청산법인”이라며 “그 청산법인이 받는 융자 받으면,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법원의 특별대리인을 통해서 재단이 업무 처리만 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로 결국 2019년 11월 21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청산인’ 문구가 빠지고, 지원업무를 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최 고등교육정책관은 “지난번 △사학진흥재단이 아닌 별도의 청산기구 마련 △사학진흥재단이 청산인이 되면 동 재단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경우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 복잡한 법률관계 발생 △사학진흥기금 외 별도청산 기금의 조성 방법과 분리 운영 가능 여부 등의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사학진흥재단을 청산인으로 선임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한다는 조항은 아예 삭제한다”며 “또한, 사학진흥재단법에 융자기금을 마련하게 되는 경우에 별도의 계정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추가해서 명확히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전경.
한국사학진흥재단 전경.

■ 폐교대학 종합관리 예산 1000억원 삭감…내년엔 가능할까 = 청산인 지정이 미뤄지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폐교대학 교직원의 체불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폐교대학 교직원들이 설립한 한국교수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대학이 없어지면서 실업자가 된 교직원이 1300~14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한중대의 임금 체불액은 430억원, 서남대는 330억원에 달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2020년도 예산안에 △폐교대학 종합관리 사업 예산 169억원 △미지급 급여 지원 예산 850억원 등 총 1000억원 이상을 책정했으나, 기획재정부가 4억원만 남기고 삭감했다. 근거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법안 통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내년도 예산안 반영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희망적 관측도 나왔다. 

이덕재 한국교수발전연구원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지급 급여다. 기재부는 예산을 지원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회피해 왔다”며 “앞으로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다. 내년에는 3자 회의를 통해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도 청산을 지원하는 기관이 됐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반영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현재 법령과 관련된 제도를 준비 중”이라며 “폐교대학과 관련된 법안들은 다 통과가 된 상황이다. 앞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면 재단이 청산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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