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겸임교수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가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에서 “침몰하는 배 위에서 갑판 의자를 고치지 마라”고 했다. 효과적인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개념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개인과 사회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적으로 노력하라고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뿐더러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배가 침몰하는데 갑판의 의자를 고치는 사람은, 자기가 타고 있는 배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자기가 타고 있는 배가 아주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언론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얻는 정보로, 내가 타고 있는 사회라는 배가 어떻게 어디로 향해 가는지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로 깊이 빠져들고 있으며, 코로나19의 불안감과 공포로 침몰하는데 일부에서 의자를 고치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 입시에서 정시 확대 조치는 침몰하는 배에서 의자를 고치는 것과 같다. 사회 전체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늪으로 깊게 빨려 들어가는데 그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시대 늪을 빠져나오는 데 필요한 4C(Collaboration 협력, Communication 의사소통,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 Creativity 창의력) 역량을 어떻게 키우고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방안이 없다. 공정성을 앞세워 정해진 답 중에서 하나 고르는 문제 풀이 기술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학생들이 탄 배가 미래에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보이는 갑판의 의자만을 고치는 것이리라.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불안감과 공포에 빠져드는데 일부 유명 인사들의 행위가 침몰하는 배에서 의자를 고치는 또 다른 예다. 감염확진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이동을 제한하고, 국경을 봉쇄하고,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유명인들이 강연회를 하고, 일부 종교가 예배를 한다는 것도 갑판 위의 의자를 고치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강연 듣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어서 할 수 없이 강연회를 했다거나, 예배는 신앙의 행위라 멈출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소식들로 인해 우리가 함께 타고 있는 ‘사회’라는 배가 점점 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과 심리적인 공포로 침몰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어떨까?

<타이타닉>호는 총 2223명을 태우고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 햄튼 항구에서 뉴욕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4월 14일 밤 11시 40분 빙산과 충돌, 배가 두 쪽으로 갈라져 북대서양 바닷속으로 침몰했고 1500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타이타닉>호에는 전체 승객을 위한 안전장비는 부족한 상태였다. 항해할 때 빙산을 조심하라는 무전을 다른 배들로부터 수없이 받았다. 그러나 배는 최고의 속도로 항해했다. 결국 빙산을 조심하라는 경고처럼 빙산에 부딪혀 배가 침몰한 것이다. 이는 그 배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즉 그 배를 믿고 거액을 지불하고 탑승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안전을 무시하고, 여러 경고에도 자신은 안전하고 강하다고 생각하는 오만이 어떤 댓가를 치러야 했는지를 잘 알게 하는 사건이다.

시대의 흐름과 코로나19라는 위험에 우리 사회가 침몰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없이 받고 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사회라는 배가 침몰하면 개인적인 갑판 의자는 의미가 없다. 생태계가 살아야 생명체가 살 수 있듯이, 이 사회가 살아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침몰할 위험이 있는 데도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정저지와(井底之蛙)의 편협한 오만을 버려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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