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교수( 한국원격대학협의회 15년사 발간위원장)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을 통제하면서 대학마다 원격강의를 하라고 난리다. 대학의 심장인 도서관이 폐쇄되고 교직원들은 단축근무,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봄날의 캠퍼스에서 맘껏 청춘을 발산해야 하는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교수들은 원격강의 2주분을 촬영하라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이다(다시 개학이 4주 연장).

그래도 젊은 교수들은 인터넷강의와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라 시간만 들이면 되는데 원로교수들은 난감하다. 무슨 프로그램을 깔아라, 뭔 시스템에 들어가서 육성이나 동영상 촬영해서 올리라는데 도통 모르겠다고 한다.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심도 있는 교수의 강의내용이 준비되지 않은, 빈약한 시스템을 통해 들어야 하니 이런 것이 대학의 원격교육인지 불평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대학이 원격교육을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고 홀대한 문제가 바이러스로 인해 한꺼번에 표출된 양상이다.

그런데 사이버대학만은 원래 정해진 3월 2일에 개강했고 차질 없이 학사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각종 심포지엄, 포럼 등을 통해 원격·온라인교육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강조했건만 원격교육을 마치 저급한 교육, 오프라인 교육의 보조수단으로만 여긴 결과가 지금 혼란의 근원이다. 온라인 교육의 콘트롤타워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오프라인 대학교육의 질적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온라인 원격교육과 접목되는 블렌디드(Blended) 교육이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리고 지방대학도 가성비 높은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면 고정비를 줄이고 3, 4학년의 탈락률도 해결하는 1석 2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겪어보지 못한 방향으로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났다. 앞으로도 바이러스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인체 면역력 저하로 인해 계속 변종이 생겨 수시로 창궐할 것이다.

바이러스 백신을 준비하듯이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대학은 온라인 원격교육 5개년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은 힘든 교육이 아니다. 잘 준비하고 역할 분담만 제대로 한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질적인 강의가 될 것이다. 교수는 1인 유튜버가 아니다. 필자의 대학은 교수자는 원고만 준비하면 교수설계, 디자인, 촬영 전문가의 4인 1조와 수업조교까지 5명이 1팀으로 세팅돼 콘텐츠를 촬영·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원격교육 생태계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첫째, 교육부는 원격강의 20% 비율을 강요하지 말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둘째, 국가 원격교육지원센터가 구축돼야 한다. 예산을 새로 배정할 필요도 없다. 기존의 시스템을 활용해 전문가 겸직, 프로그램만 제대로 세팅하고 그 대문만 하나로 통일하면 된다. 셋째, 각 대학의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오프라인 교육 대비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반드시 병존하게 하고 전 교수진에게 교육·활용하게 해야 한다. 넷째, 20년 노하우로 세계적으로 수준 높고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사이버대학의 LMS 운영 노하우를 공유·활용하면 된다. 다섯째, 모든 대한민국 원격교육기관의 시스템에서 거부감 없이 활용할 한국의 사이버교육 표준화와 인증이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

이율곡의 10만 양병설에 버금갈 만한 10만 온라인 교육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오프라인 강의에 최적화된 교수가 작금의 상황에 던진 자조적인 발언을 교육전문가들이 귀 기울였으면 한다.

"내가 교수 생활 20여 년 중 지금 원격강의 준비하면서 가장 철저하게 강의 PT를 준비하고 있고, 아무도 없는 밤늦은 연구실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촬영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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