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동조한 가해자 숫자만 해도 최소 수만 명에서 최대 26만 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가운데 중학생 등 미성년자도 다수 있어 심각성이 더욱 크다.

사건의 주동자는 조주빈(25)씨다. 일명 ‘박사’라는 아이디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전문대학에서 정보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다. 과거 학보사 기자 활동 시절 성폭력 예방 대책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씨는 졸업 직후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했다고 밝혀졌다. ‘박사방’에서는 미성년자 등 여성을 상대로 성착취물이 수위에 따라 3단계로 나뉘어 유포됐다. 조씨는 16일 검거, 19일 구속됐다.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 25일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고 포토라인에 섰다. 이에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25조’가 적용된 최초의 신상정보공개자로 기록됐다.

본지는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이자 범죄심리 전문가 곽대경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N번방’ 관련자에 대한 중점 사안과 처벌, 향후 대책을 들어봤다. 곽 교수는 “‘N번방’ 범죄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특히 ‘약자’인 아동·청소년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가 더 이상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N번방‘ 사건이 왜곡된 성인식을 개선할 수 있고 올바른 사회로 가는 계기로 삼아진다면, 아프지만 또 다른 기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
곽대경 동국대 교수

- ‘N번방’이 범죄인 것을 알 텐데 왜 텔레그램에 생성됐고 이용자가 많은 이유는?
‘N번방’은 텔레그램이 가진 ‘비공개성’, ‘휘발성’을 활용해서 커졌다. 물론 여성 성착취 영상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긴 사건이다. 이러한 수요와 관련 사건이 웹하드나 국내의 다른 플랫폼을 통해 계속 발생했음에도 불구, 단속이 미진했고 강한 처벌을 당한 바도 없었다.

텔레그램은 서버가 외국에 있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상대적으로 국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을 노리고 텔레그램으로 수요와 공급이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 텔레그램 기록이 다 지워졌어도 수사가 가능한가?
텔레그램의 경우 대화 내용이 일정 시간 지나면 없어지는 기능이 있다. 분명 다른 플랫폼보다 수사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비용을 지불하고 회원의 등급을 기록한 자료를 찾을 수 있고, 그중에는 직접 계좌이체를 한 사례도 있다.

이를 피하고자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사용한 거래 내역들이 있다. 거래소를 통한 거래내역을 뽑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하고 운영진 역할을 한 피의자들의 정보통신기기(휴대폰, PC, 노트북 등)를 압수·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확보한 뒤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 의지와 더불어 시간과 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 운영자 조주빈(박사)의 신상은 공개됐는데, N번방 이용자의 신상 공개도 가능한지?
신상 공개가 필요하기도 하고, 가능하다고도 본다. 하지만 실제로 이용자를 모두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 ‘실수로 N번방에 들어갔다’고 하는 사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서 말했듯이 단순히 그냥 본 사람까지 일시 수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리고 애초에 텔레그램 자체가 ‘비밀 대화방’이기 때문에 실수로 들어갔다는 것은 변명 내지는 핑계다. 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이용자가 초대를 한다든지, 자기가 N번방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든 궁금해 들어가야만 접할 수 있다.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N번방' 이용자들은 오히려 뻔뻔하게 대응하기도 하는데 어떤 심리인가?
일종의 방어기제다. 책임을 회피하고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금방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잘 없다. 처음에는 “내가 뭐 잘못했냐”식으로 부인한다. 서로를 옹호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는 자기 나름대로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분명 잘못된 인식이다. 이런 인식을 빨리 바로잡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N번방' 운영자 조주빈(박사) (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
'N번방' 운영자 조주빈(박사)
(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

- 조주빈(박사)은 어떤 심리로 범죄인 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했다고 보는지.
분명히 돈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 것이고, 실제로 큰 금전적인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자신의 왜곡된 성적 취향을 충족하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여성들의 정보와 영상을 가진 것에 대해 우월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영상 유포를 통해 권력감도 누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으로, ‘돈’ 하나만으로는 힘들다. 

현재 조주빈은 현실(오프라인)에서 별다른 직업도 없는 상태라고 들었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대상들이 있다. 자신의 요구에 다수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한 우월감과 권력감을 심적으로 누렸을 것이다. 

- 수사 시 조심해야 할 사안들이 있을까? ‘2차 가해’ 우려가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다. 피해자들은 이미 개인정보가 ‘N번방’ 운영진에 의해 침해를 당한 상황이다. 해당 정보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영상을 전달하거나 또 다른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걱정이나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 ‘2차 범죄’,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이 피해자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또 연일 언론에 많은 보도가 나오는데, 그중에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나오는 기사들이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기사도 ‘2차 피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댓글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정보나 영상의 해외유출 가능성도 있기에 인터폴 같은 해외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해당 서버를 제공하는 외국 업체들의 협조와 정보 교류가 필수적이다. 이때 사회 구성원들이 강한 요구를 하고 사회 내에서도 받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 이런 중차대함을 상대국에 설득력 있게 전달해 집중 수사에 나서야 한다. 

- 한국은 이런 성범죄와 관련해 처벌제도가 느슨한 편인가? 향후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히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나 법적인 체제들을 갖추고는 있다. 물론 구체적인 사안이 발생했을 때 처벌 수위 자체가 외국에 비해서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디지털성범죄 혐의로 형이 선고되거나 확정판결 216건 중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이 147건(68%)이다. 그중에서도 300만원 이하가 113건(77%)이다. 그나마도 가해자가 초범이거나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제 법원에서 감형되는 경우가 많다.(한국여성변호사회 조사 통계, 2012.10~2017.4)

벌금 액수는 회원가입 시 100만원대로 측정돼 있다. 회원가입비에만 비해도 벌금 액수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일단 외국 같은 경우에는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의 성폭력 영상은 제조하거나 유포할 시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다. 법을 고치는 문제라 입법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착취 영상은 그나마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성인 여성 대상 영상물에 대한 제조나 유통 행위 처벌은 수위가 낮거나,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보통신이 발달하다 보니 제조와 유포, 소지까지 이어지는 행위를 넘어 ‘스트리밍’(저장 없이 시청)까지 가능하다. 이에 처벌 조항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사안마다 세밀한 법적 처벌 마련이 시급하다. 시대의 흐름이나 기술 발달 수준에 맞게 법이 변화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

-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과 사회적 인식 변화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결국은 시간이 걸리는 일들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에 대한 왜곡되고 비뚤어진 인식을 변화시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이라든지 홍보 활동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성범죄 관련 교육이 포함돼야 하고, 지역사회 단위 홍보와 캠페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단 실질적으로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범죄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올바른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범죄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예방과 대응에 대해 꾸준히 알려줘야 한다. ‘살아 있는 교육’이 절실한 때다. 성인 대상으로는 현재로서 언론을 통한 캠페인이나 홍보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긴 하다. 하지만 멈춰서는 안 되고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곽대경 교수 프로필>
- 학력 : 고려대 사회학 전공, 하와이주립대 박사
- 경력 :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근무(연구원)
+ 하와이주립대 청소년연구센터(연구조교)
+ 하와이주립대 사회학과 강의조교
+ 국회정책전문위원-자유민주연합 정책위원회
+ (주) 삼성에스원 범죄예방 연구소 전문위원
+ 동국대 홍보실장(2005~2007)
+ 한국공안행정학회 부회장
+ 한국범죄심리학회 부회장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과장(2013~2014)
+ 동국대 전략기획본부장(2015~2016)
+ 동국대 홍보처장(2017~)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