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겸임교수

고등학생을 진로지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1월 S대학교 교육연수원에서 고등학생 진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필자는 학생들의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5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진로 희망과 꿈을 너무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진학전문가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진로 희망과 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은 미래의 꿈을 모두 말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의 학생들은 평생 10개의 직업을 갖는다. 그중에 8개는 아직 생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학생이 가진 꿈이 없다고 닦달할 것이 아니다. 그 학생이 현재 가진 레고 조각이 무엇인지 확인한 후에 그 조각에 기초,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하고 싶은 일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는 흔히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기에, 언뜻 보았던 상황이나 생각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현실과 거리가 멀고,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고 싶은 일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한다면 점점 하고 싶은 일에 도달할 수 있다.

셋째, 기본적인 독해력(문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수업 시간에 고등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읽고 발표하라면 제대로 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의미가 무엇인지, 혹은 왜 그렇게 표현됐는지 등 기본적인 질문에도 쩔쩔매는 학생들이 많다. 이것은 학생들의 독해력이 좋지 못해, 교과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내신성적에 민감하고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 하지만 독해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한들 학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어려운 이야기다. 학생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기본적인 문해 능력을 갖추도록 지도해야 한다.

넷째, 선택형 시험에서 받은 점수를 너무 강조하지 말자.
선택형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훌륭하고 칭찬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택형 시험은 정답이 정해져 있기에 개인적인 생각이나 논리, 이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선택형 문제는 제대로 알지 못해도 정답을 맞힐 수 있다. 그러므로 선택형은 학생들의 여러 능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주어진 교과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을 평가하는 지표로 한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고차원적인 역량이 좋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이다.

다섯째, 대학 진학을 너무 강요하지 말자.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당연히 대학에 가는 것으로 인식한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부족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학생들이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해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지금의 많은 기업에서 대학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 중 하나는, 연구원의 14%가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 또한, 국내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학벌이나 학력보다도 능력을 중요시한다. 이런 기조는 점점 확산되며, 일반 기업도 블라인드 채용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손영배 교사의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에서는, 나답게 살기 위한 최고의 준비는 대학이 아니라 진로를 제대로 찾는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발굴했다.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진로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둔감한 학교와 진로지도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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