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확대 기회 될 수도 VS. 콘텐츠 질 떨어져
학생들은 대면수업에 ‘손’…콘텐츠 부실·피드백 느려
전문가들, 원격수업 시대 본격 준비해야 한 목소리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온라인 학기’가 시작되고,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1학기 전면 원격수업이 현실화되면서 원격수업에 대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원격교육 전면 방식을 활용하는 사이버대를 제외하고 원격수업은 대학에서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일반대학의 경우 원격수업이 전체 학점의 20%를 넘길 수 없다고 돼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대면수업이 불가능해지자 교육부는 이번 학기 동안 20%로 제한했던 원격수업 기준을 완화했다.

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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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원격수업 확대 발판 될까= 그동안 원격강의 기준 확대를 요구해왔던 대학들은 이 시점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원격강의 제안을 먼저 한 것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측이다. 대교협은 3월 27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강이 연기되자 전국 대학에 “원격수업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교욱부도 이를 받아들여 실제 개강 전까지 대학의 원격강의를 전면 활용하도록 사실상 허가한 것이다.

대학이 원격수업의 성공 모델로 꼽는 곳은 미국의 미네르바스클이다. 미래 대학의 모델로도 미네르바스쿨에서는 모든 수업이 원격강의를 통해 진행된다. 미국 일반 대학에 비교하면 학비는 반값 수준에 SAT 없이 누구나 지원 가능하지만 대학 합격률이 1.9%에 불과할 정도로 입학의 문이 좁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시적이지만 원격수업이 확대된 상황에서 대학은 여러 가지 형태의 원격수업을 테스트해 볼 수 있고, 이를 발전시켜 법 개정 등을 통해 원격수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보는 것이다.

‘원격강의’는 실패한 선택…인건비 감축이 목적= 반면 원격수업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는 쪽도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두 차례 입장문을 통해 원격강의 확대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한교조는 “고등교육의 역할은 학문의 확장과 재생산으로 학문의 첨단에서 확장한 지식을 강의실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재상산하는 것이 고등교육”이라면서 “실험, 실습, 실기 과목을 포함해 이론 과목도 원격수업으로는 정설과 공식조차 제대로 전수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원격수업의 질이 대면수업과 차이가 많다는 주장도 든다. 대학들이 준비한 수업 콘텐츠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데다 질문과 피드백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대학이 주장하는 원격수업의 확대는 ‘비용절감’의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상룡 한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원격수업은 세계적으로 실패한 수업”이라며 “대학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시도가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라운드 승자는 대면수업…학생들 원격강의 콘텐츠 질에 불만= 일단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본 원격강의는 합격점을 받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 급하게 학습 콘텐츠를 마련한 탓도 있겠지만 시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으로 원격수업의 허점을 드러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학생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3월 2일 기준) 학생들의 대부분이 원격수업으로 인한 불만을 표시했다. 복수 응답을 한 학생들의 약 50%는 ‘실기·실험·실습 등 온라인 대체가 불가한 수업 대안이 미비’하다고 평가했고, 약 41%가 ‘온라인 수업 대체로 인한 수업 부실’을 피해로 꼽았다.

연세대 연세교육권네트워크도 학부생 3591명, 대학원생 136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대면수업과 비교 시 원격수업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불만족한다’는 학생이 47%로 가장 많았다. ‘매우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24%로 70%에 가까운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불만을 느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가들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라도 원격수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 대세다. 본지가 3월 10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대학 총장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코로나 19를 계기로) 온라인교육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답변이 72.9%에 달했다.

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온라인 교육의 콘트롤 타워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바이러스 백신을 준비하듯이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대학은 온라인 원격교육 5개년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원격수업으로)학생은 확실한 주체가 됐다. 대학이 강의실로 학생을 끌어 모으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연결해 소비자인 학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거꾸로 교육(Flipped learning)’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네르바스쿨의 로스 디렉터는 “전통적인 대학은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능력과 기술을 가르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미네르바 교실을 경험하면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경험이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능동적인 태도로 학습하면 주의, 집중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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