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코로나19로 일상이 바뀌었다. 대학은 한산했고, 부서와 학생들은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넓은 캠퍼스에 학생들이 분주하게 다니던 장면들이 머릿속을 지나가고, 벚꽃 가득한 교정의 한가로움이 새삼 낯설다. 그동안 학생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을지 너무 궁금했다. 접속이 어려운 온라인 강의. 넘쳐나는 출석대체용 과제. 조금씩 변하는 학사일정. 수업도, 아르바이트도, 모임도 마땅치 않는 지금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우리 대학을 비롯해 여러 지역의 대학상담소에서는 학생들의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도움이 되고자 온라인으로 상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화나 화상을 통한 비대면 심리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는 감염병으로부터 마음중심 잡기 홍보와 각종 카드뉴스, 전문가의 무료 전화상담도 운영하고 있다.

상담심리전문가의 안내에 따르면, 각종 매체를 통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뉴스를 조심하고, 스스로는 뉴스 전파자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도록 당부한다. 감염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비난이 만연하지 않도록 내 안의 혐오나 불편감을 자각해 보도록 추천한다.

마음을 돌보는 방법으로는 모임보다는 하루 3명 “어떻게 지내?” 안부 전하기, 집안 구조 바꾸기, 화분 키우기 등의 작지만 생산적인 활동으로 소소한 기쁨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과 마음가짐으로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고 양분을 주면, 마음의 면역력이 강화되고 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개인의 안전수칙은 단호하게 지키고 마음은 유연함을 갖춰 균형을 가져야 한다.

같이 근무하는 한 선생님은 집에서 물을 주어 아담하게 키우던 고구마에 예쁘게 얼굴을 그려 넣어 사무실 입구로 가져왔다. 행복함 가득 품은 고구마의 미소 속에 하나 둘 그 앞을 지나가며 웃음이 났고, 사무실 안에서 고구마는 관심을 받고, 새 물을 먹으며 이름도 생기고, 어느새 우리의 친구가 돼 있었다. 쑥쑥 줄기가 자라날 고구마의 앞날을 상상하며, 희망도 나눴다. 새로운 싹이 풍성하게 나도록 더 넓은 통으로 이사도 했다. 편안한 수영장에 누워 휴가를 즐기는 듯한 모습에 우리는 대리만족하며 즐거웠다. 웃고 있는 고구마는 사무실의 이야깃거리가 됐다. 작은 희망감은 순간 순간의 답답함을 환기시켜주었다. 이런 기쁨을 준 선생님께도 감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현장에서는 삶을 치열하게 견디고, 숭고하게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노고와 정성으로, 그들의 인내의 시간으로 우리의 일상에는 아직 웃음꽃이 남아 있다. 우리 모두는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어서 지나가기를 고대할 것이다. 자신의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모두 희망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라면, 우리가 바라는 대로 행동해보자. 우리는 바라는 모습대로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행동으로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알베르 카뮈는 자신의 소설에서 페스트로 고립된 도시에서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는 주인공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인정해야 할 것이면 명백하게 인정해 쓸데없는 두려움의 그림자를 쫓아버리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모든 일은 잘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우리는 페스트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고, 우선은 그에 대비하는 조치를 취하고 그것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이 있는지 어떤지를 알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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