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스 칼럼]“BC(Before Corona) 시대와 AC(After Corona) 시대의 대학교육 변화”
[아너스 칼럼]“BC(Before Corona) 시대와 AC(After Corona) 시대의 대학교육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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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국 동서대 총장

코로나-19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번 팬데믹(Pandemic)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져, 온 인류를 공포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감염자가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망자 수가 치솟고 있어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등 인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이 봉쇄돼 글로벌 시대에 사람의 이동에 제동이 걸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 여부에 따라 정권이 휘청거리기도 한다. 매사 자신만만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바이러스 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글로벌 증시와 외환시장은 그야말로 널을 뛰고 있다. 어려워진 경제는 아마존닷컴 등과 같은 온라인 업체를 제외하면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고, 물자가 풍부하기로 유명한 미국조차 화장지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치는 나라로 전락했다.

교육 부분에의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학교가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게끔 설계된 시스템이다 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일상의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미국의 대학들은 3월말 봄방학을 계기로 5월까지 남은 학기를 모두 취소하고 온라인 강의로 대체됐다. 갑자기 기숙사 소개령(疏開令·공습이나 화재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한곳에 집중된 주민이나 물자, 시설물 등을 분산시키는 명령)이 내려져 당황한 학생들이 어찌할 바 몰라 울고 있는 모습이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 대학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전환, 진행되고 있다. 집합수업을 위한 등교 시작을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를 두고 전국의 대학들은 고심에 고심을 더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한 컬럼니스트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되는 거대한 변화를 BC(Before Corona) 시대와 AC(After Corona ) 시대로 구분 지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고등교육에 있어서는 BC와 AC가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까? 우선 BC시대의 대학을 살펴보자. BC시대 대학은 대개 고비용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광활한 캠퍼스와 최첨단 기자재, 우수 교원의 확보,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투자, 고급화돼 가는 기숙사와 각종 편의시설, 고급 레스토랑화돼 가는 학교식당 등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가 반값등록금을 원하는 학생들과 타 대학과 ‘고급화’ 경쟁을 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을 갈라놓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장시간 계속되자 벌써 학생들로부터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수업료는 환불하지 않지만, 기숙사비는 일부 환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 빠진 많은 미국의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BC시대의 대학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한다. 학문의 전당으로서 오프라인 대학의 권위를 중요시하고, 모든 것이 캠퍼스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교수는 간섭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온라인 강의시스템 등 첨단 수업방식은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학 교수들 중에는 학교본부가 온라인 수업을 요구하자 교수직을 떠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을 정도다.

BC시대의 대학은 정해져 있는 법 테두리 내에서만 운영되면 된다. 정해진 규정대로 학사운영을 하면 각종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괜찮은 대학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규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니 홍보성 혁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BC시대의 대학은 별 차별성이 없다. 물론 특성화가 잘된 대학들도 있지만 거의 모든 대학의 교육과정은 비슷하고, 배우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표준화는 잘 이뤄져가고 있지만, 특출함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AC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가 가져다 준 아이러니는 모든 교수자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온라인 강의라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경험하게 돼버렸다는 점이다. 평소 온라인 교육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던 교수자들도 어쩔 수 없이 새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많은 교원들이 온라인 교육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가지게 됐고, 앞으로 이를 잘 활용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온라인을 통한 강의가 훨씬 내실이 있고, 반복 학습이 돼 학습효과가 크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BC시대의 전통적 대학이 가지고 있던 권위적 사고방식을 보다 유연적 사고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즉, AC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다양한 교과의 운영형태가 자리 잡을 것이다. 소위 블렌디드(Blended) 수업이 보편화되는 현상을 우리는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15주 수업 중 이론중심의 내용은 3~5주 정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등교해서 진행하되 수업의 내용은 토론과 경험학습을 중심으로 한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또한 AC시대에는 학생들이 반드시 캠퍼스에 나와서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의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고, 학우들과 함께 어디서든 토론하며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학생들도 본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온 세상이 학생들의 캠퍼스가 될 것이다.

AC시대 대학은 학생들의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대학은 건물이나 인프라에 더 이상 필요 이상의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비용의 BC시대 대학구조도 저비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생길 전망이다.

이러한 학습구조의 변화는 인구감소로 인해 앞으로 예상되는 산업인력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편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시간을 잘 조정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풀타임으로 학습하는 독특한 대학교육모델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AC시대의 대학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당국이 정해 놓은 기존 규정들에 많은 예외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대학의 온라인교육 상한제 같은 규정이 그런 것이다. 이참에 AC시대 대학으로의 진화를 어렵게 하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혁신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하다. 미국의 유명한 혁신대학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대학은 한국의 대학이라는 말을 현지에서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전통적인 대학에서의 경쟁에서는 대학의 역사가 몇 백 년이 넘는 미국과 영국의 대학을 이기기는 힘들다. 그러나, AC시대의 대학에서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앞설 수 있는 조건을 많이 갖추고 있다. 뛰어난 인터넷 환경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넘치는 국민성, 그리고 이미 넘치는 축적된 교육혁신 아이디어 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도출해 내어야 할 때 임이 틀림없다.

장제국 총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에서 정치학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일본 게이오대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서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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