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학원 없이 지내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마스크 없이 외출하지 않으며, 직장인은 서둘러 퇴근함은 물론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형태가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오다 지금은 오히려 가족이 우선시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살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대면 영업의 급속한 위축, 언택트 소비의 지배, 온라인화로 인한 모바일 초경제의 도래, 항바이러스 산업 및 운동 비즈니스의 부상, 탈종교의 가속화, 개인주의 가속화 등의 사회적 변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른 교육기관에서의 변화, 특히 고등직업교육기관에서의 변화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교육현장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했지만 개강일은 늦춰졌고 개강 후에도 재택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제한적인 일부 분야 외에는 하지 않았던 온라인 교육을 운영하며 많은 문제점과 두려움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원격강의에 필요한 하드웨어가 불충분하고 수업 과목에 대한 온라인 콘텐츠와 운영 시스템 등이 크게 부족하지만,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준비가 미흡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두려움은 온라인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를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생각과 온라인 강의로 인한 대학사회에 펼쳐질 향후 전망에 대한 부정적 견해 등이다.

개강 전에는 비대면 수업으로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영역을 분명하게 이야기했었지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 정의도 변하고 경계도 모호해짐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앞으로 우리 대학들은 모든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강의자료뿐만 아니라 강의영상까지도 시스템에 등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습형 고등직업교육을 수행해야 하는 전문대학은 훨씬 강화된 온라인 이론교육의 필요성을 반영해야 함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실습교육 형태의 변화도 추구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고등직업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실습교육에서는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즉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실습 교육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실습 이전에 학습해야 하는 이론적인 부분, VR, AR 과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실습, 학생들의 아이디어 도출 등이 필요한 1대1 온라인 교육 부분, 실제로 직접 실습(hands-on)을 통해서만 달성되는 학습 부분 등 교과목의 특성에 맞게 교수자가 다양한 전달 방법을 설계해 교육효과를 높여야 한다. 실제 직접 실습 교육의 경우는 소규모, 집중적, 자율적 실습 교육을 통해 기존의 대면 실습에서의 비효율적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대면 실습수업만이 진정한 실습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기존 인식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실습 설계 적용에 대한 교수자의 노력과 학교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의 행정은 오래 전부터 전산시스템에 의해 운영돼 왔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기반은 취약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식품시장 규모에서 전 세계 4위를 차지하는 등 디지털 기술도입에 있어서 선두권에 있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오프라인 업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첨단 스마트기기인 휴대폰 판매를 담당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3만여 곳인데, 이는 전국의 4만여 편의점 숫자와 비슷하다는 것이 이 증거의 하나다. 이제 대학은 오프라인 교육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완해야 하며, 한층 세분화된 교육에 대한 투자와 예산 집행을 균형 있게 모니터링하고 유지할 수 있는 종합 행정시스템을 확충해야 생존할 수 있다. 다양한 교육 지원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예산 절약을 동반하는 투자 우선순위의 재조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교육환경의 변화로부터 오프라인 근무에서 재택근무를 포함한 온라인 근무 및 유연근무제 확대에 대비한 행정 스마트화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스마트상점, 스마트서비스, 스마트공방, 스마트창업을 이야기할수록 대학은 졸업생 취업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분야에서 향후 전망에 대비한 각 대학의 강점에 따른 취업 정책을 세워야 하며, 이를 반영하는 교육 분야 및 내용도 과감하게 바꿔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국제정세의 변화로 해외 생산 및 물류확보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자국생산 및 자국 브랜드 추세가 강화돼 디글로벌라이제이션(deglobalization)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며, 자연스럽게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산업분야와 지역의 강점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따라서 고등직업 교육기관에서는 지역 기반의 가족회사 등과의 연계를 통한 맞춤형 교육과 취업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등직업교육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스마트공장, 사이버 보안, 건강과 관련된 보건의료, 운동 비즈니스와 교육용 온라인 콘텐츠 제작 분야 등이 많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에서 필요한 분야에 대한 교육에서의 규제 완화, 재정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

연말연시에 보았던 몇 달 전의 세상은 지금과 너무나 다른 세상이지만 확실한 것은 언젠가는 이 사태가 끝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이 이 폭풍은 지나갈 것이지만 우리가 한 선택은 다가올 몇 십 년 동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정보의 공적인 사용과 노출의 경험을 통해 본 것처럼 대학의 교육환경에 대한 모니터링과 상호 비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이에 따른 온라인 교육시스템과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와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될 것이다. 온라인의 가속화에 따른 보다 철저한 하드웨어 보안도 병행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동안 우리는 온라인교육, 원격수업에 대해 많이 그리고 자주 이야기 해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렇게 빨리 대학은 물론이고 초·중·고교에서도 전면적인 온라인 교육이 시작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몇 주간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실시해 온 교수들은 대부분 온라인 강의에서 면대면 강의에서보다 훨씬 더 학습자들의 반응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오프라인 강의 못지 않게 온라인상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상호작용과 강의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피할 수 없었던 온라인 교육을 통해 얻은 귀중한 수확이다. 온라인 콘텐츠의 확장과 운영 노하우의 축적은 많은 대학들이 추구해온 글로벌 교육영토 확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으니, 이를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