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하지만 변한 건 없다. 단언컨대, 올해도 학생부종합전형은 수시모집 핵심 전형이다. 자소서도 마찬가지다. 위촉사정관(교수)에게 학생부 독해는 낯설고 지난한 평가과정이다. 그래서 자소서를 통해 학생부 행간과 중요한 활동을 파악한다. 이들이 자소서를 먼저 읽고 학생부를 보는 이유다. 자소서 네 개 항목에 지원자의 학교 활동 핵심이 오롯이 담겨 있어서 학생부로 가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답은 정해졌으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하나? 자소서 글자수는 항목별 1,000자 또는 1,500자다. 항목별로 소재를 찾았다면 글자 수에 얽매이지 말고 2배수 이상 거침없이 써 내려가면 된다. 2,000자를 1,000자로 줄이기는 쉽지만 500자를 1,000자로 늘리는 것은 어렵다. 파워라이팅의 기본 원리는 생각나는 대로 마음껏 써보는 것이다.

초고를 쓴 후에는 논리적으로 순서를 배열하면 된다. 자소서 글쓰기의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동기 – 과정 – 결과 – 의미 – 변화’ 5단계 글쓰기가 그것이다. 짧은 글쓰기지만 논리적 정합성은 중요하다. 1,000자로 개요를 짠다면 10문장 정도다. 한 문장은 80자 이내로 쓰고, 가끔은 100자가 넘어도 된다. 단문과 장문을 적절히 변주하면 된다.

‘동기(계기)’는 간략히 소개하면 된다. 세 문장이 넘으면 과유불급이다. 사실 동기 없는 학교활동도 많다. 동기를 쓸 때는 학교 수업이 전제돼야 한다. 상위권 학생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활동의 동기를 수업에서 찾지 않고 우연한 계기로 얼버무리는 데 있다. 공부를 잘 해도 학생은 학생이다. 평가자는 학자의 탐구과정을 보려는 게 아니다. 학생다운 호기심과 고민이 탐구과정으로 이어지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따라서 지적호기심의 출발점은 교과수업이나 연계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과정(활동)’은 교과활동 또는 교과연계활동 즉, 학교활동과 연계해야 한다. ‘나는 ~했다’ 식으로 평가자에게 중계하기보다는 동기에서 제시한 지적호기심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명징하게 밝혀야 한다. 대부분 학생이 그림일기 식으로 과정을 나열한다. 이러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결과’는 동기와 과정을 통해서 산출돼야 한다. 구체적 결과물이 나오면 좋지만, 구체적 노력의 과정도 괜찮다. 자소서의 평가요소는 지원자의 구체적인 활동과 역할 그리고 구체적 노력과 결과물임을 명심하고 글쓰기를 해 나가야 한다.

‘의미’는 자소서 항목의 ‘배우고 느낀 점’이 ‘의미 – 변화’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의미는 정성적일 수도 정량적일 수도 있다. 예컨대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수학 동아리 활동을 한 후 동아리 보고서를 쓰고 발표를 했다. 그 후 수학 성적이 올랐다면 정량적 의미고 수학 공부가 좋아졌다면 정성적 의미다. 물론 둘 다 기재해도 된다.

‘변화’는 자소서 글쓰기의 화룡점정이다. 의미 단락에서 마무리 문장을 ‘의미 있었다. 좋았다, 뿌듯했다. 깨달았다’ 식의 단순 느낌형 문장으로 끝냈다면 변화 단락에서 꼭 변주(變奏)해야 한다. ‘기-승-전-결’ 형식의 네 단계 글은 ‘전’에서 전환해 독자를 환기하는 것처럼 자소서 글쓰기는 변화 단락에서 변주하면 된다. 고만고만한 자소서 읽기에 지친 평가자의 잠을 깨우는 데 효과 만점이다. 

변화 내용은 생각의 변화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해도 되고, 후속활동(추후연계활동)으로 이어도 된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마무리하는 게 아닌 그 깨달음 이후 봉사활동 캠페인을 했다거나 봉사동아리를 조직하는 식의 글쓰기 방식이다. 자율활동 시간에 생명과학 교수님을 강의를 듣고 진로탐색이 됐다면 후속활동을 독서로 처리하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로 마지막 단락을 매조지하자. 그래야만 평가자는 지원자가 성장한 것으로 이해한다.

끝으로, 개학이 계속 연기돼 마땅히 할 일이 없다면, 자소서 글쓰기를 시작하자. 쓰는 과정에서 3학년 학교활동 계획이 설 것이다. 고민만 하면 무슨 소용이랴. 생각을 글로 표현해야만 사유가 완성된다. 먼저 평가자가 관심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운을 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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