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2020년 4월 16일. 대한민국의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들에게는 기쁜 날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4월 16일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잃은 부모와 부모를 잃은 어린 자녀들, 그리고 가장을 잃은 가족에게는 한없이 슬픈 날이었다. 특히 배가 침몰하는 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서, 어른들이 자신들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순수하게 믿던 많은 학생이 목숨을 잃은 날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어른들을 믿지 않았다면, 그들은 선실을 뚫고 나와 살았을 것이다.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 놓은 교육생태계에서 배운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많은 어린 새싹들이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 교사였던 필자는 4월이 되면 노란 풍선과 리본을 보면서 가슴 아프게 보냈다. 개나리가 온 지면을 노랗게 물들이면, 노란 풍선과 노란 리본이 온 지면을 덮은 것처럼 보였다. 화사하게 벚꽃이 핀 교정에서 사진을 찍는 학교 아이들을 보면, 배 안에서 밝게 재잘거리던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떨어지는 하얀 목련의 꽃잎을 보면서는, 목련처럼 피어보지도 못한 채 바닷속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 그들의 주검이 생각났다. 바닷물에 잠기면서 얼마나 무서웠고, 어른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4월은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영국의 시인 T. S. Eliot의 말처럼 잔인한 계절이 돼 슬펐다.

2014년 이래로 그렇게 슬프고 잔인했던 4월 16일이 2020년에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결심한 국회의원들이 태어난 날이 됐다. 필자는 신임 국회의원들이 우리 국민과 청소년들에게, 앞으로의 4월은 ‘슬픔이 아닌 희망의 4월’이라는 메시지를 주기를 소망한다. 1986년 1월 28일, 미국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도중에 폭발, 7명의 우주 비행사가 목숨을 잃고 전 국민이 좌절했을 때 희망의 메시지로 국민을 위로해 준 레이건 대통령처럼 말이다.

교사였던 나를 울려버린 레이건 대통령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중략) 우주 왕복선이 발사되는 생방송을 시청한 미국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고통스러운 일도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이것 역시 탐험과 발견이라는 과정의 일부인 것입니다. 이것 역시 기회를 거머쥐고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입니다. 미래는 소심한 자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용감한 자에게 속한 것입니다. 챌린저 우주 비행사들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었으며, 우리는 계속해 그들을 따라갈 것입니다.

저는 항상 우리의 우주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존중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비극으로 인해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이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우주 프로그램을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비밀에 부쳐두고 덮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자유입니다. 미국은 우주를 향한 탐험을 지속할 것입니다. 더 많은 우주 왕복선이 제작되고 더 많은 우주 비행사가 배출될 것입니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 민간인, 교사가 우주를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끝이란 없습니다. 우리의 희망, 그리고 우리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중략)”

미래는 용감한 자에게 속해 있기에 새로운 기회를 거머쥐게 되는 탐험과 발견을 멈출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 과정을 비밀로 덮거나 숨기지 않을 때 국민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솔직함은 국민이 삶을 계속할 희망과 힘을 줬을 것이다. 이런 원리들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원리이자, 새로 탄생한 국회의원들이 꼭 새기고 실천해야 하는 정책이다.

4월은 슬프고 잔인하지만, 생명의 싹이 돋고 꽃이 핀다. 햇빛과 온도, 수분의 조건이 맞으면 싹은 스스로 흙을 뚫고 나온다. 2020년 4월 16일 신임 국회의원들도 어려운 상황을 뚫고 새싹 국회의원으로 돋아났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 땅의 청소년 새싹들이, 자신을 억압하고 가두는 벽을 스스로 뚫고 나오는 힘을 키우는 교육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앞으로의 4월이 슬픔이 아니라 희망과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부모와 청소년들에게 주는 것이며, 레이건 대통령 이상의 감동을 선물하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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