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광 지음 《시간과 공간의 상호작용: 한국의 새마을운동 사례》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새마을운동의 반세기를 정치색깔과 관계없이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책 《시간과 공간의 상호작용: 한국의 새마을운동 사례》이 나왔다.

대한민국 외에 어떤 나라도 새마을운동처럼 오랫동안 지속된 정책이나 시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새마을운동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지만 한국의 발전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러나 오랜 역사만큼이나 새마을운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깊고 크다.

2016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새마을운동중앙회 제23대 회장을 역임한 저자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새마을운동에 대한 평가가 양극단을 달리는 이유를 정리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저자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저간의 오해와 편견을 풀어보자는 데 두었지만 진영논리가 양 극단을 보이는 우리나라 정치우위 상황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변화’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고 저술 목적을 밝혔다. 특히 저자는 원고를 쓰면서 ‘사회변화’와 ‘인류 집단의 진화’에 관심의 우선순위를 두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주목하면서 새마을운동을 수식하는 단어도 다양해졌다. ‘아직도 새마을운동?’이라든가 ‘그들의 새마을운동’ 혹은 ‘우리의 새마을운동’ 또는 ‘지구촌 새마을운동’과 같은 표현처럼 새마을운동의 시간범위와 공간범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고 다양하다. 시간은 사물이나 사건의 존재범위를 표현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이지, 사물이나 사건 자체는 아니다. 따라서 시간흐름으로 인식의 틀이 바뀌면 사물이나 사건이 달리 해석될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인식도구로 과거에 존재했고 일어났던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거나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 상황을 예견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 시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으로 모아진 이유다.

저자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원인을 두 가지 관점에서 찾는다. 하나는 새마을운동을 기적(奇蹟)을 낳은 신화(神話)처럼 포장한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발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구 없이 새마을운동을 정치상황에 대한 인식도구로 마름질한 관점을 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한국의 지역사회에서는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혹은 정부가 할 경우 막대한 국민적 부담을 수반하고,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200만 명이 넘는 회원과 지도자들이 새마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하자 새마을운동 지도자와 회원들은 국채보상운동의 일환으로 ‘애국가락지 모으기 운동’을 시작해 전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2020년 초부터 전국에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새마을지도자와 회원들이 앞장섰다.

2000년 국제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를 필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새마을운동을 빈곤퇴치의 ‘모범사례(Best Practice)’로 선언하고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개발원조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2013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새마을운동에 관한 2만2084개의 문건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방대한 문건이 한국의 빈곤탈출과정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어서 모든 인류가 공유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새마을운동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다는 증거다. 전 세계 70여 국가에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의 새마을운동방식을 따라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편, 14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Ⅰ편은 사회변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6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Ⅱ편 역시 6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Ⅰ편에서 검토한 인식도구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생태계와 성과를 걸러내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시대배경과 공공정책 맥락, 새마을운동의 태동과 추진체계, 새마을운동의 성과, 새마을운동의 확산과 진화가 제Ⅱ편의 주요내용이다. 제Ⅲ편은 모두 2개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초창기부터 새마을운동에 관여했던 분들과 국제사회에서 새마을운동을 전파한 분들과의 면담내용을 제Ⅰ편에서 검토한 ‘틀’로 분석한 것이다. 

소진광 교수
소진광 교수

저자 소진광은 충남 부여군에서 태어나 용산고, 서울대 사범대학(지리교육 전공, 경제학 부전공),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지방자치와 지역개발전공) 학위를 받았다. 내무부 지방행정연수원 교수를 역임하고, 1990년 3월부터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로 지내며 법정대학장, 사회정책대학원장, 대외부총장을 역임했다.

한국행정학회 부회장, 한국지역개발학회 제14대 회장, 한국지방자치학회 제11대 회장을 역임하고, 한국정부 및 국제기구에서 많은 자문활동을 했다. 또한 20여 년 간 우리나라 대외 원조사업에 관여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사업의 평가업무 및 타당성 검토업무를 수행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제23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새마을운동지구촌연맹(SGL)’을 결성했고 현재 46개 회원국이 이 기구에 속해있다.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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