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서울대 등록자 배출 고교 910개교 중 100여 개교로 ‘일반고 부정적 영향 결론’?
고교 ‘풍토’부터 달랐던 2007학년, 2020학년과 직접 비교는 ‘부적절’
‘고무줄 기준’ 예체능, ‘순위에선 빼고, 모수에는 넣고?’ 전체 고교 계산부터 ‘오류’
정부의 특목·자사 폐지, 교육특구 일반고 ‘급부상 전망’, 과고·영재학교 ‘쏠림 현상도’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지난해 고교별 서울대 입시 결과가 공개됐지만, 기준점부터 중구난방인 탓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어떤 전형에 힘을 싣더라도 수월성 교육의 ‘메카’인 영재학교·특목·자사고가 우월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위권 고교들만 놓고 ‘수시확대’가 일반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특목·자사고·영재학교 등이 현재 대비 적었던 2007학년을 근거 삼아 수시확대가 일반고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결론을 낸 것도 적절치 못한 부분이다. 

■공개된 2020학년 서울대 고교별 등록실적 톱100, 무턱대고 특목 =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20학년 서울대 출신고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신입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는 서울예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시나 정시를 통해 합격했지만, 정작 다른 대학에 등록한 ‘이탈자’들을 제외한 실제 ‘최종 등록자’를 기준으로 한 결과다. 서울예고는 수시에서 77명, 정시에서 2명으로 총 79명의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했다. 

서울예고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낸 곳은 외대부고와 서울과고였다. 두 고교에서는 각 63명의 서울대 신입생이 나왔다. 

단, 무게가 실린 전형은 정반대였다. 외대부고는 수시 25명, 정시 38명으로 정시의 비중이 다소 높았던 반면, 서울과고는 수시 53명, 정시 10명으로 수시의 비중이 컸다. 외대부고가 배출한 38명의 정시 신입생은 전국 모든 고교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정시에서 더 많은 합격자가 나오는 것은 흔한 사례가 아니다. 서울대가 올해 3월 공개한 ‘등록자 기준 신입생 최종선발 결과’에 따르면, 수시 등록자는 2471명, 정시 등록자는 870명으로 수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선발 인원부터 크게 차이나다 보니 서울대 실적이 좋은 고교들은 수시에서 무게가 실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대부고가 수시 못지않게 정시에서 경쟁력을 발휘한 것은 수능에 상당한 강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대부고는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복수의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고교다. 그것도 2명이 아닌 3명의 재학생 만점자를 배출할 만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능 경쟁력을 자랑한다.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서울대 정시 신입생을 낼 수 있었다.

상위 3개교의 뒤를 잇는 고교들도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들이었다. 58명의 등록자를 낸 대원외고는 서울권 외고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곳이며, 뒤를 이어 57명의 신입생이 나온 경기과고는 전국 8개교뿐인 영재학교의 일원인 곳이다. 56명의 등록자로 아쉽게 6위를 차지한 하나고도 전국단위 선발권을 지닌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다. 그간 뛰어난 대입실적을 내왔다. 뒤이어 30명대 실적을 낸 상산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선화예고, 광주과고 등도 모두 전국단위 자사고거나 영재학교, 예고 등이었다. 민사고 28명, 한영외고·대일외고 각 27명, 명덕외고·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각 26명, 휘문고·국립국악고 각 23명 등도 전국단위 자사고와 외고, 영재학교, 광역단위 자사고, 예고 등이다. 

이처럼 서울대 신입생 배출 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곳들은 대부분 일반고와 거리가 멀었다. 처음 일반고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위까지 내려가서였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단대부고,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화성고가 22명의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해 광역단위 자사고인 세화고와 공동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서울고가 20명으로 공동 24위, 한일고가 19명으로 공동 26위에 각각 포진했다. 

다만, 이들 고교는 고교 편제 상 일반고일 뿐 교육 수요자들이 인식하는 ‘일반고’와는 거리가 다소 있다. 단대부고와 서울고는 ‘대표적 교육특구’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자리를 잡은 곳으로 선발권은 없지만, 학생·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매우 높다. 화성고도 비평준화 지역에 자리한 기숙형 고교로 최근 들어 뛰어난 대입실적을 선보이는 곳이다. 한일고도 전국단위 선발이 가능한 자율학교로 분류된다. 이처럼 강남·서초·송파와 목동, 분당 등 교육특구에 위치하거나 별도의 선발권을 지닌 고교, 비평준화 지역 고교, 기숙형 고교 등을 제외한 ‘순수 일반고’는 10명 이상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한 고교 가운데 없다. 

현 정부는 2025년부터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괄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7일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며,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등을 2025년부터 일괄 폐지할 것을 공언했다. 올해 2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서울대 신입생 배출 상위 고교에 ‘순수 일반고’가 전멸인 상황에서 특목·자사고를 없애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곽 의원은 “전국적으로 특목·자사고 등에서 서울대 합격자(신입생)를 많이 배출했다”며 “특목고·자사고가 폐지되면, 지방 인재는 강남 등 수도권 일반고로 쏠린다.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 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실적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과고·영재학교는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는 이유로 폐지 대상이 아니기에 고교 서열화를 더욱 집중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 고교 교장은 “지금은 고입에서 우수 수험생들이 자사고와 특목고, 영재학교 등으로 나뉘는데, 과고와 영재학교만 남기면 이들 수험생들이 어디로 쏠릴지는 뻔한 일”이라며 “이대로라면 고교 서열화 해소라는 본래 목적 달성은 요원하다. 지적처럼 교육특구로의 학생 쏠림 현상, 그를 위한 위장전입 등의 문제들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오독’되는 서울대 실적, 2007학년과 비교해 보니 수시확대가 문제였다고? = 분명 고교별 서울대 실적을 이처럼 순위별로 보면, 특목고·자사고 등에 쏠림현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특구, 비평준화, 기숙학교, 별도 선발권 등을 빼고 보더라도 100위 안에 드는 108개교 가운데 일반고는 48개교에 그친다. 일반고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자공고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다. 48개 일반고가 낸 실적은 모두 500명으로 108개교가 낸 1731명의 실적 가운데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자사고·특목고·영재학교 등이 낸 실적은 대조적이다. 특히 영재학교는 전국 8개교가 모두 상위 30위 내에 들었고, 많게는 63명, 적게는 20명 등 총 282명의 서울대 실적을 배출했다. KAIST 등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과학영재학교 등에서 서울대로 초점을 맞췄다면, 실제 서울대 신입생은 더욱 늘어났을 수 있다. 

외고는 일반고로 전환했지만, 아직 외고 입학생들로 실적을 내고 있는 부산국제외고를 포함해 14개교가 100위 안에 들며 258명의 실적을 배출했다. 과고는 6개교가 순위에 들었고, 74명이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고는 전국단위 모집의 경우 8개교 237명, 광역단위 모집의 경우 14개교 186명이다. 일반고가 낸 50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학교 수부터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목·자사고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순위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고 경고하지만, 교육 수요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점이 상당하다. 특목·자사고 등에 지원을 고려하는 중학생 학부모·학생들이 특히 그렇다. 어느 고교가 더 서울대 입시에서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살피는 일종의 잣대로 고교별 서울대 순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순위가 ‘오독’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언론이나 학원가 등지에서는 고교별 서울대 실적 순위를 놓고, “서울대 수시가 일반고에게 불리하다”는 결론을 쉽사리 내곤 한다. 서울대가 수시를 크게 늘려 대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특목고·자사고 등이 활개를 친다며, 수시 확대가 오히려 일반고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급기야 13년 전 치러진 2007학년 입시까지 비교 대상으로 떠오른다. 서울대 수시 비율이 절반 이하였던 2007학년에는 상위 30개교 중 일반고가 14개교였지만, 수시가 78.5%인 2020학년에는 4개교가 된 것만 보더라도 일반고의 ‘불리함’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7학년 대입은 결코 현재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결코 될 수 없다. 2007학년 대입을 치른 학생들은 2004년 고교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2004학년 당시에는 자사고라는 제도 자체가 없었으며, 영재학교도 한국영재 단 한 곳에 불과했다. 2004년 이후 생긴 과고 수만 하더라도 전체의 절반 가까운 9개교나 된다. 서울권에서는 외고의 기세가 등등했지만, 지방에서는 2004년 이후 생긴 외고들이 상당히 많다. 

이처럼 2004학년 고입은 지금보다 특목·자사고 등을 선택할 기회 자체가 적었다. 때문에 지금이라면 자사고·특목고 등으로 발길을 돌렸을 우수 학생들이 일반고로 대거 진학했다. 일반고가 지금보다 서울대 실적 상위권에 더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비교 대상의 부적절함을 떠나서도 수시확대가 실제 일반고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는지는 증명 불가능하다. 어떤 대입전형을 실시하더라도 수월성 교육 수요가 있는 이상 별도의 선발 절차를 거친 특목·자사고 등이 일반고보다 대입실적이 좋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교 현장에서는 수시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특목·자사고 등이 늘어났다면, 일반고는 더 큰 불리함을 감내했을 것이라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처럼 서울대 실적을 놓고 잘못된 해석이 나오는 것은 고무줄처럼 입맛에 맞게 적용하는 기준들도 한 몫한다. 이번 서울대 실적을 최초 보도한 모 언론은 “서울대 입시에서 합격자를 20명 이상 낸 고교가 예체능을 제외하면 22곳으로 전국 고교 2360곳의 0.9%”라고 서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해석이다.

전국 고교가 2360곳이라는 것은 맞지만, 서울대 입시에서는 이 수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실상 서울대 입시와는 큰 연관이 없는 특성화고를 비롯해 마이스터고와 대안학교 등도 모두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20명 이상 낸 고교에서 제외한 예체능 계열 고교들도 모두 포함해야 2360개교라는 수치가 나온다. 일관된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실적이 일부 현황만 공개된 것도 오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곽 의원실은 서울대로부터 전체 현황을 입수했지만, 전체 현황 대신 공동 100위까지 총 108개교의 현황만 공개하고 있는 상태다. 전체 현황이 공개되는 경우에는 고교 서열화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대가 그간 공식 발표해 온 자료들을 보면, 차라리 전체 현황이 공개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정원이 적은 지방 일반고 등에서도 꾸준히 실적을 배출하고 있지만, 이같은 점은 일체 고려되지 못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서울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시에서는 855개교, 정시에서는 317개교 등 중복 고교 제외 시 총 910개교가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했다. 서울대 실적을 낸 고교들 가운데 802개교를 제외하고 나머지 고교들의 현황만 공개하는 것은 일반고의 불리함을 더 커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내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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