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사회적 거리두기 다음달까지 연장…경계 늦출 단계 아니다” 발표
5월 23일 정부 주관시험 ‘한국사능력’ ‘공인노무사’…연기‧강행 놓고 다른 해석
교육부 “한국사능력시험, 중요한 시험이지만 정부 지침 따라 한 달 연기” 조치
고용부 “공인노무사시험, 시험 미룰만큼 코로나19 심각하지 않다” 강행 결정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코로나19와 관련해 공인자격 시험을 주관하는 정부부처의 ‘시험 연기 기준’이 달라,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같은 날인 5월 23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공인노무사자격시험은 각각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주관 부처인데, 교육부는 ‘코로나19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판단으로 시험을 연기한 반면 고용노동부는 ‘시험을 연기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답해 시험이 예정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부의 뚜렷하고 일관된 지침 없이 시험 시행일이 결정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9일 부처 소속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시행일을 당초 5월 23일에서 6월 27일로 한 달 가량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연기 변경된 일정도 다시 취소될 수도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류주희 국사편찬위원회 역사진흥실장은 “한국사능력시험은 대입 수험생들의 입학 시험, 공무원‧공공기관 채용과 승진에 활용되는 중요한 국가 검정시험”이라면서도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와 ‘집단행사 자제 지침’ 등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했고, 앞으로의 확산 상황에 따라 심할 경우 취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당초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같은 날 치러질 예정이었던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은 연기 없이 예정대로 시험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기관인데, 공단은 “시험을 연기할 만큼 코로나19가 심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밝힌 고시생 김충연씨(가명)는 “정부에서 지난 2월부터 다수의 국가시험을 잠정적으로 연기하기 시작했지만, 공인노무사 시험은 일정 변경이 공론화되지 않고, 연기논의조차 없었다”며 “정부 부처마다 일관성 없는 정책적 방향이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이어 “수험생의 안전은 고용부의 행정편의와 전시행정이 만들어내는 무사안일주의 앞에 소외되고 은폐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인지시키며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 발표를 한 국무총리와 같은 행정부의 고용부 간 상반된 입장을 수험생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현재까지 코로나19 때문에 공인노무사 자격시험 시행일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전문자격국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 공고대로 5월 23일 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공인노무사 시험 말고 2~3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하반기로 잠정 연기한 시험들도 있어서 현재로서는 연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공인노무사 시험을 포함해 다른 시험의 일정들과 관련, 공단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고용부와도 계속 논의하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공식적인 답을 내놓을 정도로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대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국무총리실은 “아직 경계를 늦추면 절대 안 된다”며 상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부와 고용부처럼 정부 부처 간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 일관된 지침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이들이 주관하는 시험 응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고민만 더 깊어지고 있다.

고시생 김씨는 “한 쪽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다른 쪽에서는 ‘사회적 거리 좁히기’를 하고 있는 기묘한 현실이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라며 “수험생의 안전에 대해 조속한 정부의 일관된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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