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923명 58.5%, 정시 655명 41.5% 모집 예정
자연계 상위권 선택지 늘어…공대 등 일반 이공계 합격선 하락 전망
숙명여대·목포대 등 6년제 약대 추가 예정, 모집인원 확대 예상

(사진=덕성여대 제공)
(사진=덕성여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현 고2가 치를 2022학년 대입부터 6년제 약대 학부 입시의 막이 오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9일 발표한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에 따르면, 전국 32개 약대가 기존 2+4년제에서 6년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모집인원은 수시 923명, 정시 655명 등 총 1578명이다. 

약대의 등장으로 자연계열에서는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지가 크게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의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여학생들의 높은 선호도를 중심으로 치대·한의대 등의 입시결과가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공대 등 일반 이공계의 합격선이 약대로 인해 내려앉으면서 예년 대비 상위권 공대 입학이 쉬워질 것이란 예상도 더해진다. 

■2022학년 대입부터 약대 학부입시 선발체제 돌입 =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에 따르면, 현 고2가 치를 2022학년 대입부터 약대 학부입시가 재개된다. 

현재는 대학 2학년 과정을 마친 후 편입학을 치러 약대에 입학, 추가로 4년간 교육을 받는 2+4년제가 실시되고 있다. 때문에 고졸 신입생들은 우선 화학과·생명공학과 등에 입학해 2년간 교육을 받은 후에야 약대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고졸 신입생에게도 약대 입학의 문이 활짝 열린다.

약대가 학부모집을 마지막으로 실시한 것은 2008학년이 끝이다. 당시에는 6년제가 아닌 4년제 교육과정으로 약대가 운영됐다. 이번 약대 학부입시는 14년 만에 시행되는 데 더해 교육과정 편제까지 바뀌는 변화를 맞이한다. 

약대가 이처럼 체제를 바꾸는 것은 일찍이 예견됐던 터다. 2+4년제가 도입된 취지와 달리 지난 십여 년 동안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초학문 전공인 학생들이 약대 입학을 위해 이탈하면서 화학·생물계열의 경우 말 그대로 ‘황폐화’에 가까운 처지를 맞아야 했다. 교육부가 6년제 전환을 논의하던 당시 공개된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화학·생물계열 전공에서 자퇴를 결정한 인원이 정원의 20%를 넘긴 곳이 15개 대학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약대 진학을 위해 택한 사교육비 문제까지 2+4년제만 고집하기 어려운 사정이 많았다. 

결국 교육부는 용단을 내려 2022학년부터 대학들이 2+4년제와 6년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현 고2들부터는 별도의 학부 교육과정을 밟지 않고서도 바로 약대에 직행할 수 있는 길이 생기게 됐다. 

■모집규모는? 수시·정시 합산 1578명, 수시 923명, 정시 655명 = 29일 공개된 주요사항에 따르면, 약대 모집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수시모집에서 923명, 정시모집에서 655명 등 총 1578명을 2022학년에 모집할 예정이다.

전형방법은 아직 확실치 않다. 대학들의 개별 전형계획이 모두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시·정시는 모집시기에 불과하기에 실제 대학들이 동일한 30명을 수시에서 뽑더라도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할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할지, 논술로는 과연 몇 명을 선발할지 등은 차후 별도 집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드러난 현황만 보면, 약대 입시도 여타 입시와 마찬가지로 수시의 영향력이 정시보다 크다. 이 날 교육부가 발표한 전체 대학의 수시 모집비율은 75.7%이며, 정시 모집비율은 24.3%다. 약대는 이보다는 덜하지만, 수시모집에서 58.5%, 정시모집에서 41.5%를 선발하며 수시모집에 조금 더 비중을 뒀다. 

실제 개별 약대의 사정을 보면, 수시모집의 영향력이 더 큰 것은 확연히 드러난다. 경북대의 경우 전체 모집인원의 84.8%인 28명을 수시에서 뽑는다. 원광대·전북대·차의과학대·우석대·조선대 등도 70% 이상의 인원을 수시에서 선발한다. 서울대가 69.8%, 제주대가 69.7%, 인제대가 69.2%를 수시에서 뽑는 등 수시에서 상당수 인원을 뽑는 약대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약대 전반의 수시 모집비율이 전체 대학 현황보다 적게 나타난 것은 일부 정시모집에 무게를 둔 약대들 때문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수시모집 인원이 20명으로 겨우 22.2%에 그치며, 단국대 33.3%, 아주대 41.7%, 중앙대 43.5%, 순천대 45.5% 등 정시모집의 비중이 더 큰 약대들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인원은 추후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6년제 전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6년제로 전환할 대학들이 있기 때문이다. 80명 정원의 숙명여대는 이미 학칙 개정 등을 마친 상태이며, 30명 정원의 목포대도 6년제 전환을 추진 중에 있다. 

■자연계열 입시 판도 변화 전망, 상위권 수험생 선택지 확대 = 드러난 약대 모집인원 1578명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주요대학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서강대의 2022학년 전체 모집인원이 1715명이다. 서강대보다 조금 규모가 작은 주요 대학이 자연계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약대의 선호도는 상당하다. 주요대학 자연계열 학생들마저 너 나 할 것 없이 약대 진학을 노릴 만큼 수험생 선호도가 뚜렷하다. 의대가 건국대(글로컬)와 차의과학대를 제외하면 모두 의전원 체제를 포기했고, 치대·한의대 등도 전문대학원에서 학·석사 통합과정을 모집하다 보니 학부 입학 이후 전문직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약대였던 점도 이에 일조한다. 

이처럼 높은 선호도로 인해 약대는 2022학년 자연계열 입시 판도를 크게 흔들 전망이다. 특히, 약대 입학을 노릴 만한 상위권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난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022학년부터 약대가 학부생을 다시 모집한다.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고2 학생들은 전형계획을 잘 살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약대는 기존 자연계열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자랑했던 의학계열 입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약대의 6년제 전환이 처음 결정되던 때부터 자연계열 입시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예측은 끊이지 않았다. 의대는 워낙 선호도가 높아 약대와 지원자들이 겹치지 않겠지만, 치대나 한의대 등은 약대로 인해 합격선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학생들의 높은 선호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상위권 여학생의 경우 약대 선호도가 높다. 치대나 한의대, 수의대 등 의학계열 입시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의예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대가 자연계열 입시에서 선을 보이게 됨에 따라 주요대학 공대 등 일반 이공계 학과들의 입학은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약대가 학부 첫 선발을 실시하면서 자연계열 일반학과 진학은 용이해졌다. 상위권 학생들이 약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일반 학과 합격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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