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수입 대비 교육비 투자 지표 ‘교육의 질 한 눈에’, 거둬들인 수입보다 쓰는 돈 더 많아
전국 125개 전문대학 평균값 180.4%, 농협대 432.6% 최고
연암대 300% 이상, 송곡대·연암공대 250% 상회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들을 기반으로 최근 2년간의 ‘교육비 환원율’을 집계한 결과 전문대학들이 학생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에게 받는 등록금에 비해 교육에 쏟는 비용이 더 큰 것은 모든 사립 전문대학에 해당되는 얘기였다. 전국 125개 사립 전문대학은 평균 등록금 수입 대비 1.8배에 달하는 교육비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4배 이상의 교육투자에 나선 농협대학교와 같은 사례도 존재했다. 

교육비 환원율은 등록금 수입 대비 전체 교육비의 비율을 뜻한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돼 있는 등록금 회계 결산자료와 학생 1인당 교육비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등록금 수입 항목과 총 교육비 항목을 비율로 계산하면 교육비 환원율이 구해진다. 

교육비 환원율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예컨대 100원의 등록금 수입을 거둬들이는 대학이 동일한 100원을 교육비로 쓴 경우 교육비 환원율은 100%가 된다. 100%를 넘기는 순간부터는 등록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학생 교육에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특성상 교육비 환원율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대학이 교육투자에 쏟는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본지가 전국 125개 사립 전문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8 회계연도 기준 평균 수치는 180.4%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벌어들인 등록금 수입을 모두 교육에 투자하고도 추가로 등록금 수입 80%에 해당하는 만큼의 비용을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더 썼다는 얘기다. 평균적으로 전문대학들은 204억여 원의 등록금 수입을 거둬 352억여 원을 교육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학의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일반대와 비교하더라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본지가 최근 조사한 전국 149개 사립 일반대의 교육비 환원율은 213.8%였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특수한 사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종교인 양성 목적으로 세워져 등록금 수입 자체가 적다 보니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일부 대학들, 과학기술인재 양성 목적으로 세워져 교육투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포스텍 등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대학을 제외하고 134개 대학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경우 일반대 교육비 환원율은 187.4%로 낮아진다. 전문대학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전문대학도 범주를 넓히기 시작하면, 교육비 환원율이 더욱 높아진다. 전문대학과 유사하게 인식되는 기능대학들의 수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공사협회 산하 기능대학인 ICT폴리텍대의 교육비 환원율은 1084.2%나 된다. 이 대학 하나만 더하더라도 전문대학의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187.6%로 껑충 뛴다. 여기에 정부가 설립한 기능대학이라는 특성상 등록금 수입 내역이 별도로 공시돼 있지 않지만, 등록금이 상당히 싼 한국폴리텍대학의 캠퍼스별 수치까지 더해지면, 전문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은 일반대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교육비 환원율이 높은 전문대학은 농협대학교였다. 농협대학교는 22억여 원의 등록금 수입을 거둔 데 반해 96억여 원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환원율로 계산하면 432.6%나 된다. 전문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400%를 넘긴 데다 한 해 전 수치인 417.1%에 비해서도 한층 높은 수치였다. 종교대학 등을 제외하면 일반대 중에서도 400% 이상의 교육비 환원율을 기록한 대학은 포스텍과 한국기술교육대가 유사한 사례였다. 

다음으로 교육비 환원율이 높은 연암대학교는 375.9%의 수치를 기록했다. 수입은 68억여 원에 그쳤지만, 교육에 투자한 비용은 255억여 원이나 됐다. 86억여 원을 거둬 261억여 원을 쓴 경북과학대학교가 304.5%로 뒤를 이었다. 277.9%를 기록한 송곡대학교, 262.5%를 기록한 연암공과대학교까지 전국에서 총 5개 전문대학이 등록금 수입에 비해 2.5배 이상이나 되는 비용을 교육투자에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둬들인 수입의 2배 이상을 학생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대학 수도 상당했다. 앞선 5개 대학을 포함해 △문경대학교(247.5%) △가톨릭상지대학교(224.3%) △송호대학교(224%) △대원대학교(221.6%) △삼육보건대학교(215.4%) △동원과학기술대학교(213.9%) △목포과학대학교(213.5%) △창원문성대학교(211.2%) △조선간호대학교(209.7%) △거제대학교(209.3%) △한국승강기대학교(208.1%) △군장대학교(206.7%) △아주자동차대학(205.6%) △영진전문대학교(204.4%) △전북과학대학교(204.3%) △안동과학대학교(201.7%) 등 총 21개 전문대학이 200% 이상의 교육비 환원율을 기록했다.

교육에 쏟는 비용이 등록금 수입보다 적은 전문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교육비 환원율이 낮은 웅지세무대학교도 100.7%의 비율을 기록, 교육투자에 들인 비용이 더 컸다. 영남외국어대학 116.1%, 서울예술대학교 122.5%, 백제예술대학교 134.5%, 진주보건대학교 138.4% 등도 교육에 쓴 돈이 더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순 금액으로만 보면 영진전문대학교의 교육비가 가장 많았다. 영진전문대학교는 학생교육에 연 966억여 원을 썼다. 이어 부천대학교가 805억여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수입은 부천대학교가 491억여 원으로 영진전문대학교의 472억여 원보다 많았지만, 교육비는 영진전문대학교가 부천대학교에 비해 160억여 원 더 많았다. 이외에도 인하공업전문대학 730억여 원, 명지전문대학715억여 원 등이 교육비 규모가 큰 대학에 속했다. 

서울에 위치한 전문대학들도 모두 교육비 환원율 100%를 훌쩍 넘겼다. 215.4%로 10위를 기록한 삼육보건대학교를 비롯해, 배화여자대학교는 168.8%, 인덕대학교는 165%를 각각 기록했다. 

교육비 환원율 집계 결과 고무적인 것은 이처럼 교육에 적극 투자하는 경향이 한 해 전에 비해 한층 커졌다는 점이다. 전문대학들의 교육비 환원율 평균 수치는 2017 회계연도 기준 177.9%였지만, 다음 해 180.4%로 높아졌다. 한해 전에 비해 78.4%p나 수치가 높아진 송곡대학교를 비롯해 75개 전문대학이 교육비 환원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비 환원율이 낮아진 대학은 50개교에 불과했고, 그 수치도 크지 않았다. 경북과학대학교가 44.4%p, 연암대학교가 36.9%p가 낮아진 사례였지만, 이들 대학의 지난해 교육비 환원율은 375.9%와 304.5%로 전문대학 중에서는 2위와 3위를 기록하는 최상위권에 속했다. 

앞으로도 교육비 환원율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 환원율이 곧 대학교육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보니 대학기본역량진단이나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등 각종 평가에서 정량지표의 일종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들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점과는 별개로 교육비 환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다는 점도 대학들이 교육투자에 더욱 적극 나서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