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양광호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양광호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코로나 19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보다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학은 이번 총선에서 작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전문대학의 총의를 모아 각 정당에 제안한 ‘1000만 전문대학인이 바라는 고등직업교육 르네상스 실현’이라는 비전을 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분야 공약 타이틀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 총선공약집에 포함된 ‘전문대학 르네상스 실현’이라는 공약이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 전문대학이 제안한 비전 제안에 정치권이 긍정적으로 호응했고, 현실화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를 담을 수 있는 공약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부가 ‘전문대학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문대학 담당부서를 기존 1개과에서 2개과로 확장하는 등 전문대학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진 여건도 여느 때보다 좋은 편이다. 전문대학의 미래에 대해 정치권, 정부, 전문대학이 동일한 지향점을 공유하는 어찌 보면 최초의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전문대학 르네상스의 실현은 몇 가지 정책으로 단기간에 실현할 수 없는 중장기적인 비전이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정치권과 정책입안자 인식에 자리 잡은 직업교육 홀대가 관련 정책 개발과 재정지원에서 전문대학의 소외와 차별로 이어지는 현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태생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공약일 수 있다. 직업교육과 전문대학에 대한 소외와 차별은 연원이 오래되고, 얽혀 있는 실타래 같이 해결이 어려운 복합적인 과제다. 따라서, 이를 풀기 위한 접근도 직업교육에 대한 낮은 인식, 소외 및 차별의 악순환을 멈추게 하는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 더욱이 오랜 기간 굳어진 관념과 관행으로 법, 제도로 정착시키지 않으면 구심력에 의해 다시 원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정부의 의지가 표명된 지금이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는 기회가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난해하고 고질적인 차별문제를 정치적, 정책적 결단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남녀 차별 해소를 위한 ‘성인지 정책’을 들 수 있다. 성인지 정책은 우리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성별 고정관념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이러한 고정관념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차별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아직까지 양성평등사회 구현은 진행형이지만 이를 통해 양성평등법이 제정, 각종 위원회에 성별 균형을 고려한 위원 위촉과 성별영향평가 등이 제도화됨으로써 차별개선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직업교육과 전문대학 문제도 성차별과 같이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의 확대 재생산구조가 소외와 차별이 해결되지 못하는 본질적인 구조라는 점은 동일하다. 우리 사회의 공고한 학벌주의에 의한 뿌리 깊은 학력차별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성인지 정책’ 같은 보다 과감한 적극적 차별시정정책(affirmative policy) 도입이 중요하다. 전문대학 르네상스의 실현은 일반교육을 중시하고 직업교육을 낮게 보는 고정관념을 민감하게 인지, 균형과 특성을 반영한 교육정책수립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직업교육 인지정책’의 마련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다.

‘직업교육 인지정책’ 은 새로이 ‘학력영향평가’, ‘학력인지예산’, ‘정부 및 지자체 위원회 위원 균등 참여’ ‘전문대학 통계수집’ 제도 도입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책수립·시행·평가의 각 단계별로 불공평했던 전문대학 관련 정책 개발과 재정지원에서 균등성을 추구할 수 있고, 기준에 미달한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더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전문대학 위원의 참여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이외에도 전문대학의 성과와 영향을 제대로 진단하고 파악, 제반 정책수립·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에 대한 별도의 통계수립 기반이 준비돼야 한다.

‘직업교육 인지정책’ 도입은 전문대학 르네상스를 앞당기는 디딤돌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칭) 직업교육법에 담아 법 제정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치권, 정부, 전문대학 간 논의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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