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 포함’ 전체 채점 대상자 기준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고려대 순
‘스트레이트’ 로스쿨 9기 성적은? 연세대·서울대·경희대 톱3
입학인원 대비 합격률 영남대 73.2% 최고, 경희대·연세대·서울대 순
누적 합격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SKY’ 앞서, 수도권 로스쿨 인기 방증

(사진=중앙대 제공)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1월 치러진 제9회 변호사 시험 결과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별로 공개됐다. 실제 채점까지 이어진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울대의 합격률이 82.3%로 단연 높았다. 단, 로스쿨에 입학해 한 차례도 휴학하지 않고 ‘초시’에 도전한 9기 로스쿨생을 기준으로 하면 얘기가 달라졌다. 연세대가 93.9%의 합격률로 서울대의 92.9%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9기 입학생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순위가 달라지듯 변호사 시험 결과는 여러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 로스쿨에서의 교육과정을 실질적으로 마쳤음을 나타내는 석사학위 취득자 대비 합격률은 9기 입학생 기준 서울대가 91.3%로 가장 높았다. 반면, 실제 로스쿨에 입학한 인원을 나타내는 입학인원과 비교하면 영남대가 73.2%로 가장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이처럼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결과가 공개된 것은 올해로 3년째다. 2018년 3월 서울고등법원이 로스쿨별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공개하라”고 판결, 그 해 처음으로 1회부터 7회까지의 변호사 시험 결과가 로스쿨별로 공개됐다. 이후로는 매년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변호사가 인문계열 전문직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고, 그에 따라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도 많다는 점을 볼 때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결과는 로스쿨을 선택하는 일종의 잣대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 전체 채점대상자 기준 서울대 1위 = 8일 공개된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이하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치러진 제9회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로스쿨은 서울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채점까지 이어진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한 결과다.

변시에 지원한 수험생은 △응시자 △최종응시자 △채점 대상자 등의 세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응시자는 시험 첫 시간에 시험에 응시한 경우를 의미하며, 최종 응시자는 응시자들 가운데 시험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인원들을 가리킨다. 채점 대상자는 시험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석사학위를 정상 취득했으며, 법조윤리시험까지 통과한 경우로 실제 시험 채점 대상이 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처럼 실제 변시에 합격 가능한 인원인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한 결과 서울대의 합격률은 82.3%를 기록했다. 164명이 채점 대상자로 분류됐고, 이 중 135명이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8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인 로스쿨은 서울대가 유일했다. 

다음으로 높은 합격률을 보인 로스쿨은 77.2%를 기록한 성균관대였다. 뒤를 이어 연세대가 75.8%, 고려대가 73.5%의 합격률을 보였다. 서울대까지 포함해 이들 4개 로스쿨만이 7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이는 데 성공했다. 

합격률을 기준으로 봤을 때 로스쿨별 편차는 매우 컸다. 가장 합격률이 낮은 강원대 로스쿨은 79명의 채점 대상자 중 26명이 합격하는데 그쳐 32.9%의 합격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합격률 상위 대학들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이어 전북대(34.9%), 충북대(35.4%) 등 지역거점대학 로스쿨들이 비교적 좋지 못한 성적을 냈다.

■‘스트레이트’ 합격, 로스쿨 9기 입학생 기준 시 연세대 1위 = 다만, 이같은 합격률은 어디까지나 변시에 재도전하는 ‘재시생’들을 모두 포함한 기준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현재 변시는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이내 총 5회까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한 차례 내지 그 이상 시험에 떨어지고, 다시 시험에 도전한 수험생들을 배제하면 순위는 뒤바뀐다. 

2017학년 로스쿨 입시를 통해 입학, 3년의 과정을 마치고 처음 시험에 뛰어든 ‘9기 로스쿨생’을 기준으로 가장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은 연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9기 로스쿨생 가운데 채점 대상자로 분류된 인원은 98명, 이 중 92명이 변시에 합격해 93.9%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어 서울대가 92.9%, 경희대가 90.4% 등 90%가 넘는 ‘스트레이트’ 합격률을 보였다. 

9기 로스쿨생 기준 가장 합격률이 낮은 곳은 44.4%를 기록한 데 그친 제주대였다. 이어 전북대 45.9%, 강원대 46.7% 등 절반 미만의 합격률을 보인 로스쿨이 세 곳이나 됐다. 공교롭게도 전체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점국립대 로스쿨들의 성적이 저조하게 나타났다. 

스트레이트 합격률 순위에서 가장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은 중앙대로 보인다. 중앙대는 2년전 공개된 제7회 변시 당시만 하더라도 7기 입학 정원 50명 가운데 39명이 합격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이트 합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실제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뒤에서 8번째 순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당시와 동일하게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중앙대의 순위는 16위로 결코 높지 않다. 

스트레이트 합격률을 따질 때에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인원들을 기준으로 순위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석사학위 취득자 대비 합격률은 졸업자격을 갖춘 인원들에 비해 합격자가 얼마나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는 지난해 변시 합격률을 발표하며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로스쿨에 입학해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는 것”이라며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내 5회 변시 응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제 변호사 자격 취득이 가능한 확률을 추정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료”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실제로는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과 석사학위 취득자를 기준으로 할 때의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졸업자격을 취득하고도 변시 응시를 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9회 변시 응시 자격을 획득한 전국 25개 로스쿨의 석사학위 취득자는 총 1574명. 이 중 채점 대상자에서 제외된 인원은 고려대·서울대·충남대 각 2명, 부산대·한양대 각 1명 등 전부 8명에 불과했다. 

■기준 따라 요동치는 순위, 입학인원 기준 시 영남대·경희대·연세대 순 = 일각에서는 로스쿨들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변시 합격률을 볼 때 시험에 응시한 인원이 아니라 해당 년도 입학 인원이나 정원 등을 기준으로 수치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이 의도적으로 변시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로스쿨이 정책적 판단 아래 석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변시 합격률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합격률을 따지는 것은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유급을 당하는 등 변시에서 합격을 도모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양산하는 로스쿨에게 도리어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변시 합격률이 첫 공개된 2018년에도 고려대가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합격률을 따져야 한다 주장한 바 있다. 

입학정원과 입학인원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입학정원은 로스쿨 설립 시 인가된 정형화된 인원이지만, 입학인원은 실제 그 해에 입학한 인원을 나타낸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2000명으로 매년 변함이 없지만, 9기의 경우 실제 입학한 인원은 2116명으로 이보다 많다. 정원외로 입학하는 인원을 비롯해 동점자 처리기준에 따라 추가로 합격하는 경우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입학한 인원들을 기준으로 하면, 순위는 크게 달라진다. 9기 입학생 대비 9회 변시 합격자를 비교해 합격률을 따지면, 영남대의 합격률이 73.2%로 가장 높다. 경희대가 71.2%, 연세대가 69.7%, 서울대가 69.5%, 성균관대가 68.3% 등으로 비교적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반면, 제주대는 입학생 40명 가운데 12명이 변시에 합격, 30%의 합격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강원대가 31.1%, 원광대가 31.7%, 전북대가 35%, 동아대가 40.7%를 기록하는 등 입학인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합격한 사례는 전국 14개 로스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한 인원들 가운데 3년만에 변시 지원 요건인 석사학위를 취득한 비율은 얼마나 됐을까. 이 역시 영남대가 71명의 9기 입학생 중 63명이 석사학위를 취득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화여대가 81.9%, 고려대가 80.3%로 뒤를 이었다. 

석사학위 취득 비율을 볼 때 입학인원 대비 합격률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63명의 입학생 가운데 31명이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그친 원광대의 사례처럼 석사학위 취득비율이 크게 낮은 로스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채점 대상자를 기준으로 변시 합격률을 따지는 경우 원광대의 9기 입학생 변시 합격률은 64.5%로 17위에 해당하지만, 입학인원 대비 합격률은 31.7%로 낮아지며, 순위도 23위로 크게 떨어진다. 

물론 낮은 석사학위 취득 비율을 무작정 로스쿨의 정책적 판단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입학생들 가운데 ‘반수’를 택해 이탈하는 사례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로스쿨에 입학한 후 보다 선호도 높은 로스쿨 진학을 위해 반수를 택하는 수험생들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최상위 로스쿨 몇 곳을 제외한 모든 로스쿨들의 고민거리다. 

■1기~8기 합격률은? 성균관대 1위, 서울대·고려대·중앙대 순 = 9기생보다 앞서 로스쿨에 입학한 1기부터 8기 수험생들의 합격률은 성균관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성균관대 1기~8기 입학생들 가운데 채점 대상자가 된 인원들은 모두 64명. 이 중 39명이 합격해 60.9%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어 서울대가 58.8%, 고려대가 56.4%를 기록했으며, 중앙대가 44.8%, 연세대가 43.6% 등으로 뒤를 이었다.

1기부터 8기의 입학 시기는 9기에 비해 빠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모두가 ‘재시생’인 것은 아니다.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했다거나 학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석사학위 취득이 늦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기수는 앞섰지만, 9회 변시가 첫 시험인 경우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다만, 그간의 변시 평균 합격률을 볼 때 이들 가운데는 재시를 넘어서 삼시, 사시 등에 나선 N시생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변시는 1회 시험에서 87.1%, 2회 시험에서 75.2%, 3회 시험에서 67.6%를 기록하는 등 회차가 거듭될수록 합격률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합격 인원은 연 1500여 명에서 1700여 명으로 비슷하게 유지되는 반면, 시험에 탈락한 N시생들은 점차 누적되면서 응시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7회 시험에서 49.4%로 절반 미만의 합격률을 기록한 이래 8회 50.8%, 이번에 치러진 9회 53.3% 등 소폭 합격률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이 시험에 불합격한다는 점을 볼 때 앞선 기수 수험생들 중 상당수는 초시생이 아닐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다. 

때문에 1기~8기 수험생들의 합격률이 높은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초시에 탈락해 재차 시험에 나서는 인원들의 합격률이 높은 것보다는 초시 합격률이 높은 게 더 낫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주어진 다섯 번의 기회 가운데 합격하면 된다지만, 이왕이면 시험은 한 번에 통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시를 재차 치른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1회~9회 누적 합격률 'SKY 두각' 서울대 1위, 연세대·고려대 순 = 올해까지 치러진 총 아홉 차례의 변시에서 가장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은 서울대였다. 서울대는 지금까지 총 1451명이 변시에 응시해 1212명이 합격, 83.5%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앞서 공개된 1회~8회 시험과 동일하게 채점 대상자가 아닌 ‘응시자’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누적 합격률은 로스쿨별 선호도와 비슷하게 형성되는 모양새다. 서울대의 뒤를 이어 연세대가 80.1%의 합격률을 기록했고, 고려대가 77.8%의 합격률을 보이며 뒤를 이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로스쿨은 대입과 마찬가지로 로스쿨 입시에서도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곳이다. 

뒤이어 누적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은 73.7%를 기록한 성균관대였으며, 아주대 71.7%, 경희대 71.4%, 이화여대 69.5%, 서강대 67.9%, 영남대 66.1%, 한양대 65.8%, 중앙대 64.2%, 인하대와 한국외대 각 63.1%, 서울시립대 62.7% 순으로 이어졌다. 영남대를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에 위치해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로스쿨들이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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