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대학교 애완동물관리과의 애견 미용 실습 수업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수성대학교 애완동물관리과의 애견 미용 실습 수업 모습. 학생과 교수가 마스크를 낀 채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하다 다시 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앞으로 2, 3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대에서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교육환경에 놓였다고 보고, 교수법과 학사운영 방식 등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원격수업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는 이제 인류와 함께 살 것” = 현재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는 최근 감소 추세로 지난 6일에는 2명이었지만, 이태원의 한 클럽에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11일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70명을 넘은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코로나19 유행과 팬데믹 상황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소 2~3년은 코로나19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확진자 수가 줄다가도, 한 사건을 계기로 급히 늘어나는 감염 확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제 인류와 계속 함께 살 것”이라며 “적어도 2년에서 3년 정도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이라 본다. 코로나19 상황이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클럽發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확진 감염 유행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유행이 계속되는 것은 감염병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교수법, 학사운영 방식 전면 변화 요구 =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사실상 확실시된 상황에서 교육환경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과는 확연히 다른 궤도에 놓이게 됐다. 정재훈 교수는 물론 원격수업을 보다 낯설게 여기는 전문대학가에서도 이제는 코로나19 상황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교육 운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학들이 새로운 교수법과 학사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의 유행이 지속된다면, 남은 과제는 ‘코로나19 시대’를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제 문제는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세상을 살 것인가”라며 “대학은 이를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여기고, 비대면 원격강의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집단 강의,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난 미래지향적 교육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이제 대형 강의는 어렵다. 100명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대형 강의로 돌아가기는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이현대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은 다학기제와 집중이수제 등 제도적으로 도입은 됐으나 그간 실제 교육현장에 널리 적용되지 못했던 학사제도가 코로나19에 맞선 대안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현대 회장은 “이미 제도가 개선돼, 대학에서 집중이수제와 다학기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기존과 같은 방식의 학사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런 새로운 학사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여름, 겨울방학을 활용해 부족한 실습 과목을 집중수업으로 진행하고,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해 다음 학기의 수업을 미리 당겨서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의의 질 관리 방안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격 강의의 질 관리 방안과 현장실습이 전과 같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습 과목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 실무자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의 오장원 회장은 구체적으로 수업 운영에 대한 학칙 개정과 교수 업적 평가, 성적 산출 방식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장원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 지원자를 평가함에 있어 교수의 추천서보다 대학 성적표를 중시하고 있다. 대학의 성적평가방법이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인 이유”라며 “성적을 산출할 때 주로 출결과 평가가 반영되는데, 원격수업이 전면 도입되면 출결을 확인하는 방법과 평가 방법, 이를 반영하는 방법 등도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격수업으로 대형 강의를 운영할 경우, 학생의 질문을 피드백하는 데 드는 시간이 대면수업할 때보다 확연히 늘어난다. 원격수업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교수자가 얼마나 원격수업을 잘 운영하는지를 평가하는 방법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전문대가 원격수업을 운영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표준안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 오장원 회장은 “원격수업을 우수하게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례를 발굴해, 이런 방식이 표준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우수 사례는 물론, 원격수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았던 민원이나 공통적인 민원을 정리해 원인과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문제제기가 있기 전과 제기된 후의 대응 방법을 실무자 입장에서 알 수 있도록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격수업 수요 늘 것…‘20% 제한’ 완화 주장 재점화 = 전문대에서는 원격수업의 확대에 대한 교육수요자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보고, 원격수업 제한 비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한 완화 요구는 앞서 대학가에서 수차례 제기돼 온 것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요구가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대학에서 원격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오프라인 교육기관에 대한 원격교육 비율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었다. 전체 교과목의 20%까지만 원격수업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다. 현재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상한 규제를 완화한 상태다.

이에 제도 개선을 통해 원격수업 개설 상한선을 완전히 완화해야 한다고 전문대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은 “앞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규제하는 것은 더 이상 맞지 않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 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채운, 미네르바대학 같은 사례가 나오는 데 왜 원격수업을 규제하는지 모르겠다”며 “원격수업을 할 것이냐, 대면수업을 할 것이냐는 대학 자율권에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장원 회장은 앞으로 학생들에게서 원격수업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원격수업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해지더라도 원격수업을 늘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며 “그동안 대학들이 여러 이유로 인해 원격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원격수업 학기를 보낸 학생들은 ‘원격수업을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핑계로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대학과 원격대학의 구분이 모호해져, 제도를 완화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대에서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오프라인 대학들이 ‘원격대학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100% 원격수업을 도입하는 것은 대학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현대 회장은 “실습수업과 같은 몇몇 수업의 경우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점이 있다. 직업교육의 경우 실습 수업이 많기에 전면 원격수업은 더더욱 어렵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규제가 완화될 경우 현 20% 제한을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현대 회장은 “전문대의 교과목 현황을 보면, 이론 교과목과 실습 교과목이 각각 50% 정도라고 파악된다”며 “실습 수업을 제외한, 이론 수업에 대해서만 원격수업 방식을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 상한선을 50%로 확대하면 효과적으로 원격수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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