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 낮춘다고 고3 유리한 것 아니야”, 신뢰차원에서 유지 필요하단 언급도
개학연기, 방학축소, 학생부 기재요령 변경 등 고3 대입 악재 산적
‘성적대’ 따라 달라지는 난도 조정 여파, 재수생 유리한 것 맞지만 최상위권은 반대 양상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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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올해 대입은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수능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는 경우 재학생들이 불리함을 덜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수능 난도를 다소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하지만, 교육부는 난도를 낮출 계획이 없음을 14일 가진 브리핑을 통해 분명히 했다. 재수생 중에서도 중상위권, 중위권 등이 있기에 난도를 낮춘다고 해서 꼭 고3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난도 차가 컸던 2018학년과 2019학년 수능에서도 성적대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났기에 면밀한 검토 없이 수능 난도를 낮추는 것은 해결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교육부, 수능 난도 조정 “계획 없다”…“난도 낮춘다고 고3 유리한 것 아니야” =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을 통해 올해 수능 난도를 낮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난도 조정에 나설 계획이 있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난도 조정이나 대입과 관련된 것은 4월 발표 내용에서 전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 차관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수능 난도 조정이 꼭 고3에게 유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난도를 낮춘다, 쉽게 한다고 해서 꼭 고3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재수생들 중에서도 중상(층), 중간층이 있다. 여러 번 논의했지만,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다. 변화를 줬을 때 (발생하는) 유불리가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난도를 조정하는 경우 생길 혼란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신경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박 차관은 “한 번 결정한 것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 부분을 위해 더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교육부의 ‘신뢰’ 관련 발언은 대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예측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대입제도는 수험생들이 앞서 대입전형을 준비할 수 있도록 대입전형 기본사항, 시행계획, 모집요강 등을 정해진 시기에 발표하는 사전예고제를 적용하는 등 수험생들이 대입전형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직면해 있긴 하지만, 계속해서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수생 강세론 왜 나오나…코로나19 여파 뒤집어 쓴 고3들 = 교육부가 오늘 수능 난도 조정 계획이 없음을 굳이 밝힌 것은 올해 대입에서 고3은 불리한 반면, 재수생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 꾸준히 나오는 데서 비롯된 일이다. 실제 올해 입시기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입에서 재수생들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수생 강세론의 가장 큰 근거는 ‘등교개학’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교육부가 예고한 고3 등교개학일은 이달 20일. 예년에 등교개학이 3월 2일에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등교개학일은 80여 일이나 뒤로 미뤄졌다. 본래는 수차례 연기 끝에 11일에 등교개학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탓에 추가로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등교개학이 연기된 탓에 고3들은 예년에 비해 학습 페이스가 더디다. 지난달 9일부터 일단 온라인 개학을 실시해 원격수업으로 교과 진도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면수업에 비해 효율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는 중이다. 날아가 버린 3월 한 달도 되돌릴 방법이 없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고3 재학생들은 연일 미뤄지는 등교수업에 피로도가 누적되고, 불안감과 답답함으로 학습효율이 떨어지는 등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개학 연기로 인해 부족해진 학사일정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여름방학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3에게는 ‘악재’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재수생들은 방학기간과 관계없이 본인의 학습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학교수업 일정을 따라야 하는 고3들은 여름방학에 부족한 과목을 집중 학습한다거나 대학별고사·자기소개서 등 대입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는 이러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개학 연기와 방학 축소에 더해 학생부 기재요령이 하필 올해 바뀐 것도 고3들의 불리함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예년에는 특정 교과목이나 특정 학생에게만 세특(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예체능 교과를 제외한 모든 교과에서 모든 학생에게 세특을 기재해야만 한다. 실제로는 학생부와 관련 없는 전형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의 세특까지 전부 기재해야 하다 보니 교사들의 역량이 분산돼 학생부가 지난해 대비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이처럼 △개학 연기 △방학 축소 △학생부 기재요령 변경이라는 ‘3중고’에 빠진 고3과 달리 재수생들은 아무런 타격이 없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학원 현장강의가 중단됐던 것을 제외하면, 예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 기재요령 변경도 이미 고교를 졸업했기에 재수생과는 무관한 사안이다. 

■수능 난도 조정이 해법일까…성적대 따라 유·불리 엇갈리는 탓에 해결책 되기 어려워 = 고3들이 불리함을 감내해야 하는 반대급부로 재수생들이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게 ‘재수생 강세론’이 나오게 된 이유다. 대입은 ‘경쟁’을 동반하는 상대적인 평가이기에 재학생들의 역량이 낮아지면, 재수생들은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내기 쉽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3들의 불리함이 불 보듯 뻔하기에 ‘해결책’으로 급부상한 것이 ‘수능 난도 조정’이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재학생의 재수생의 점수 격차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2년간의 사례만 보더라도 수능 난도를 낮추면 재학생들의 불리함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일부 설득력이 있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가 집계한 최근 수능 영역별 표준점수 변화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쉬웠던 2018학년 국어의 경우 재학생과 졸업생(재수생 포함 N수생, 이하 재수생)의 표준점수 차이는 11.9점이었다. 하지만, 한층 난도가 높았던 2019학년 수능 국어에서는 두 집단 간 점수 격차가 12.5점으로 0.6점 커졌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가형과 나형 모두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2019학년에 점수 차이가 더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가형의 경우 2018학년 재학생과 재수생 간 7.8점이던 표준점수 차이가 2019학년 9.4점이 됐고, 나형도 8.4점에서 9.3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처럼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수능을 바라보면, 난도가 높아질수록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어 보인다. 다만, 표준점수가 아닌 등급별 비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얘기는 다른 양상으로 흐른다. 

표준점수가 아닌 등급별 비율을 보면, 수험생들의 ‘성적대’에 따라 유·불리는 엇갈렸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가 추정한 등급별 재학생·졸업생 현황에 따르면, 2등급과 3등급은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등급과 3등급만 보면 수능이 어려울수록 등급 내에서 재수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2등급에서는 수학 가형에서 0.1%p가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주요영역에서 재수생의 비중이 커졌고, 3등급에서 한 영역도 예외 없이 재수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등급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2018학년 수능 국어영역에서 1등급을 맞은 학생들 중 재수생은 42.1%. 2019학년 43.4%로 재수생의 비중이 1.3%p 커진 것은 2등급·3등급과 동일한 맥락이지만, 다른 영역들은 아니었다. 수학 가형과 나형 1등급에서는 이와 달리 재수생 비율이 각각 1.9%p와 1%p 줄었고, 영어영역 1등급에서도 재수생 비율은 0.5%p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이 어려워졌지만, 1등급 내에서 재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등급에 따라 수능 난도와 졸업생의 성적 간 상관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볼 때 ‘성적대’에 따라 수능 난도 조정의 영향은 달리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최상위권인 경우에는 수능 난도에 상관없이 졸업생과 재학생의 유·불 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집단인) 중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능이 어려울수록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처럼 수능 난도가 변하는 경우 그 여파는 성적대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교육부가 수능 난도를 낮추는 것이 고3에게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며 난도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처사였다. 

그럼에도 교육계에서는 올해 수능 난도가 예년 대비 높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소장은 “수능 난도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수험생들의 학습 정도와 수준을 파악해 (정하지만), 수능을 어렵게 출제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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