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희 지음 《교사의 독서》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교사의 삶은 고되다. 경쟁이 지배하는 학교, 잡다한 행정 업무, 널뛰는 교육정책, 범람하는 각종 민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교사들을 ‘철퍼덕’ 하고 주저앉힌다. 상황이 이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사의 고통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사가 바로 서야 한다. 오늘날의 교육 현실은 교사들이 정체성을 가지고 그들의 본업인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교사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며, 바쁨과 순응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교사의 독서》는 ‘학교 가기 싫을 때’ ‘승진에 도전할 지 고민될 때’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힘들 때’ ‘자존감이 바닥일 때’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라는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교사로서 살아가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갈등 상황과 현실적 어려움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드러내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교사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 문제들과 교사들이 마주하는 고민들을 책 속 내용들과 연결 지어 풀어냈다.

엄기호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와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 우치다 타츠루의 《어른 없는 사회》 같은 책을 통해서 학교라는 공간이 어떻게 고통의 공간이 됐는지 분석하고,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통해서는 교사의 삶에서 존재적 삶과 열정 그리고 삶의 서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사는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고통의 본질과 마주하기 위해서 본질을 덮고 있는 기존의 사고를 깨부숴야 한다. 그리고 공포와 마주하기 위해서 절벽 끝(경계)에 서야 한다. 저자는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이 한 말을 인용하며 “교사는 우리 사회에 마지막 남은 파수꾼이자, 기꺼이 절벽 끝에 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절벽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이자, 교사의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인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광의 공간이며 그 자체로 새로운 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교사의 삶에 본격적으로 다이빙하기 위해서는 절벽 끝에 서야 하며, 그러한 소신을 선택한 교사의 곁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책,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벗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교사의 독서》는 각 챕터마다 2권씩 모두 10권의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책들에는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본질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가 담겨 있다. 저자는 10권의 책 외에도 문학 고전, 철학 고전, 역사 고전 등 다양하고 폭넓은 인문학적 내용을 함께 다뤘다. 책 속에 담겨 있는 핵심 개념과 문장을 쉽게 풀어 설명해 교사들이 자신의 고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현대 작가들의 책 중에서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을 가려뽑아,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사회적 맥락과 연결하여 설명할 뿐 아니라 오늘날 교육과 사회제도의 한계점을 비판하고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정철희 경남에서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 생활하고 있다. 교직 생활 5년 차에 문득 ‘앞으로 계속 교사로 살아가도 될까?’라는 물음이 떠올랐고, 거기에 답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지하실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시절 나를 지하실에서 건져준 것이 ‘독서’와 ‘만남’이었다. 이후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인문학을 통한 도덕 수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철학고전과 SF 문학을 즐겨 읽는다. 지은 책으로는 《내일 수업 어떻게 하지?》(공저)와 《초등 인문학 수업》이 있다.  (휴머니스트/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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