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모여라 딩동댕' 촬영 현장의 김종석 교수. (사진=김종석 교수)
EBS '모여라 딩동댕' 촬영 현장의 김종석 교수. (사진=김종석 교수)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1980, 90년대생이라면 ‘딩동댕 유치원’(EBS)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 여덟시, 유치원을 가기 전 브라운관으로 먼저 만나는 유치원이었다. 1982년부터 방송된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최고 인기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뚝딱이’와 ‘뚝딱이 아빠’가 1순위일 것이다.

최근 EBS의 캐릭터 ‘펭수’가 인기를 얻고 덩달아 EBS의 과거 캐릭터들이 재조명되면서, 뚝딱이도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어릴 때는 뚝딱이를 친구로 알고 자랐던 이들이 20대, 30대가 된 지금 뚝딱이라는 이름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연상케 한다. 최근에는 뚝딱이만의 독립 유튜브 채널 ‘뚝딱TV’가 개설돼 7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이처럼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뚝딱이는 1994년생으로, ‘뚝딱이 아빠’ 김종석 서정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가 만든 캐릭터다. 뚝딱이와 함께 뚝딱이 아빠도 긴 시간 어린이들을 만났다.

올해로 제39회 스승의 날을 맞았다. 스승의 날을 열흘 여 앞 둔 지난 6일, 영원한 어린이들의 유치원 선생님 김종석 교수를 유선상으로 만날 수 있었다. 김종석 교수가 원래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는 것은 꽤나 알려진 사실이다. ‘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하기 전에는 MBC ‘뽀뽀뽀’, ‘모여라 꿈동산’ 등 다수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27년째 뚝딱이 아빠로 지내고 있네요. 처음 시작은 어린이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던 중 EBS에서 출연 제의가 왔고 수락하면서였어요. 27년 동안 이 캐릭터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아이들의 열정과 사랑 덕분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뚝딱이를 사랑해주고, 그 덕분에 캐릭터가 빛을 발하면서 함께 발전해왔죠.”

뚝딱이가 실수하거나 잘 모를 때마다 다정하게 등장해 뚝딱이를 돕는 뚝딱이 아빠의 모습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뚝딱이에게 자신을 대입하게 만든다. TV 속 유치원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지내온 데 대해 김종석 교수는 아이들에게 감사를 전했지만, 긴 시간 잡음 없이 활동을 이어오느라 그 역시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27년 동안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이들과의 약속이었어요. 매일 만나자는 그 약속을 지키려면, 아프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왔습니다. 담배를 입에 댄 적 없고, 술도 아주 가끔만 마셔요.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도 하고요. 그 덕분에 27년간 녹화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아파본 일이 한 번도 없어요. 또 인기에 대한 갈망이 너무 크면 짓궂게 방송할 수 있고, 그 짓궂음이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늘 신중하게 방송을 했습니다. 실수를 안 하려고 스스로 ‘나는 연예인 샐러리맨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연예인의 인기는 폭발적이고 순식간에 높은 수익을 올리지만, 샐러리맨은 꾸준히 오랜 기간 성실하게 일하며 정해진 수입으로 삶을 꾸려가잖아요. 연예인이기는 해도 삶은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고, 인가기 높아지는 것과 낮아지는 것에 별 관심을 안 가졌어요.”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주변인들도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만족을 얻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도 인생의 스승이라 할 만한 선배의 조언 덕분이었다.

“사실 제가 MBC 프로그램을 하다 EBS 프로그램을 출연하면서, 기존 방송들을 다 그만둬야 했어요. 그 때는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것이 관례였거든요. 그리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하면서부터는 원래 개그맨으로서 하던 나이트클럽 DJ 같은 일은 더 할 수 없었어요. ‘딩동댕 유치원’을 출연하기 위해 수입이 20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을 감수했죠. 이런 선택을 하는 데는 개그맨 김병조 선배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어요. 성인 프로그램을 하며 외부 수입을 얻을 것이냐, 어린이 프로그램에 전념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때, 좋은 답을 주셨죠.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을 할 때 만족도가 더 높으냐, 만족도가 높은 길로 가라.’ 그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어린이 프로그램을 하는 게 제가 갈 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성인 대상 코미디 프로그램을 할 때는 부족한 부분을 지적받아 괴로웠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에만 가면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개그맨으로서 가진 능력을 발휘했을 때의 효과도 좋았다. 어린이 프로그램도 재미가 있어야 아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좋은 유머러스함, 밝은 에너지를 가진 그에게 어린이 프로그램은 ‘찰떡궁합’이었다.

오랜 기간 어린이 프로그램을 출연하다 보니, 한 때는 뚝딱이의 친구였던 아이가 성장해 부모가 된 모습도 자주 마주한다. 지금의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순간이다. 성장한 어른에게 그는 고향인 동시에,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미래로 이끄는 인도자다.

“한번은 공개방송에서 한 아이 엄마가 저를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여줘요. 저랑 조그마한 아이가 함께 찍은 사진이죠. 그 아이가 커서 이제 자기 아이를 데리고 온 거예요. 그런 일이 참 많은데, 매번 기분이 묘해요. 세대를 뒤집었으니까. 어른이 된 이들에게 ‘딩동댕 유치원’은 고향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마음의 고향이랄까요. 그 때가 그리워진다면 늘 ‘딩동댕’(현재 프로그램명은 ‘모여라 딩동댕’)을 봐 줬으면 좋겠어요. 송해 선배님께서 오랜 시간 건강하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국민들을 만나왔어요. 저도 뚝딱이와 함께 40년, 50년 어린이들을 만나 건강한 에너지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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