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육혁신본부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육혁신본부 본부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육혁신본부 본부장

최근 BB크림을 하나 구매했다. 온라인 수업 동영상을 찍으면서 BB크림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BB크림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있었으나 화면 속 BB크림을 바른 내가 훨씬 생기 있게 보였다. 이후로 온라인 수업이 있는 날엔 BB크림을 바르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낯선 경험이다. 이번 학기 캠퍼스는 어느 때보다 한산하다. 방학 때도 이렇게 학생이 없진 않았다. 출입구를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건물에 들어가기 전 발열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아예 연구실로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카페에서 온라인 수업 촬영을 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교육적 환경 변화는 대학, 교수, 학생 모두를 당황케 한다.

최근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특수를 맞은 업종은 동영상 콘텐츠 분야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1월~4월 스마트폰·PC를 통한 방송프로그램 이용행태를 조사했다. 2020년 1~4월 스마트폰의 동영상 월평균 이용 시간이 1571.30분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31.10%(372.77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0대(3668.94분)와 20대(2035.34분)의 이용 시간이 제일 높았다고 하니, 온라인 수업까지 합산한다면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늘 것이다.

아직 등교 한번 못한 새내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타깝다. 낯선 교수가 등장하는 온라인 동영상 수업을 시청하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을지. 그들은 자연스레 OTT 서비스와 유튜브 콘텐츠를 온라인 수업과 비교하고 있을지 모른다. 개별적 만남이 없는 교수의 위치는 유튜버와 큰 차이가 없을 테니.

내 온라인 수업의 질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유튜버들은 현란한 말솜씨와 능수능란한 IT 기술의 활용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데 반면, 내 온라인 수업은 가뜩이나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밀레니엄 세대들에게 졸음을 선사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BB크림이라도 바르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2006년 저술한 <디지로그>에서 정보(情報)의 특성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한다. 정보(情報)는 한국 혹은 일본에서만 통하는 어휘라고 이야기하면서,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정(情)을 알리는 것(報)이 정보(情報)라 주장한다. 따라서 ‘정보통신(情報通信)’의 미래 방향은 1과 0의 숫자로 만들어내는 비트의 세상, 곧 무정(無情)한 세상에서 결핍된 그 정(情)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통찰이 담긴 해석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스승의 날, 내가 가르치는 1학년들에게는 축하 문자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 1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에서 골고루 연락이 왔고, 매해 시간적 여유가 있는 1학년들과 더 특별히 지내 온 것을 상기해 보면, 카톡의 이모티콘을 아무리 날려봐도 스승과 제자의 정(情)을 쌓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2학기는 대면 수업이 시작될 수 있을까. 각국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코로나19의 가을 유행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망은 어둡다. 차라리 이제 온라인 수업을 ‘뉴노멀’의 시대의 산물로 받아들이고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야 하는 일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란 모름지기 신입생 한명, 한명을 직접 만나 이름을 부르고 정을 나누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이기에, 온라인 수업을 할 때 하더라도 한 번의 대면 수업의 기회가 먼저 주어지길 가슴 깊이 소망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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