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추구하라고 권할 것인가? 필자는 자기 삶의 결정권과 지휘권을 추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삶의 결정권과 지휘권을 추구하다 보면 부와 명예, 권력과 학문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 일주일 전에 A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서울 명문대의 수의학과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다. 동물 연구로 인류에 공헌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는 젊은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인재다.

A군은 현재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동물 연구원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왔는데 연구원이 자기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돼 인류에 공헌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수술하고 실험하는 것이 점점 싫어지면서 이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단다. 그래서 연구원이 되고 싶었던 자신의 목표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A군을 평소에 잘 알고 있었기에 인생의 결정권과 지휘권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A군은 평생 살아가면서 일을 할 것이고, 그 일을 통해서 가족을 부양하며 사회생활을 하며 자아실현과 행복을 추구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누군가를 위해서 일을 하든지 즐겁고 무언가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느낄 때 행복할 수 있는 존재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경우는 지옥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는 일이 행복하지 않으면 인생 자체가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연구원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 즉 개업을 준비하라고 했다. 개업할 경우, 연구원으로 고용돼 월급을 받는 것과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더 좌절하거나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성공하든지 실패하든지 모두 자신의 책임하에 있기에 어려움 이상으로 보람도 클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계획하고 도전하고 추진하면서 책임을 지는 것은 인생에서 기쁜 경험이다. 즉 자기의 인생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자기의 삶을 지휘하는 권리를 갖는 것이 아주 좋다.

며칠 전에 한국 대학 졸업생들의 절반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업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실렸다(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30615).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자료로, 전문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전공-직업 미스매치’를 집계한 것인데 약 50% 정도로 매우 높았다. 이는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을 하나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는 자신의 삶에서 결정권과 지휘권을 포기했기에 나타나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자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가기가 힘들어졌다. 많은 갈등을 겪었고 정신적으로 소진되는 경험도 했다.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도 힘들어지는데,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면 얼마나 더 힘들어질까? 필자의 선배인 B 선생님의 아들은 30세가 넘었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은 지금까지 어머니가 원하는 삶을 살았다고 원망하면서 어머니와 연락을 끊었단다. 자기 삶의 결정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B 선생님은 눈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가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러나 인생 전체로 보면 지휘권을 갖지 못할 수 있기에, 또 다른 결정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관계없이 추구해야 할 것은 자신이 결정하고 지휘하는 삶이다. 모든 경우를 지휘할 수 없다면, 단지 몇 개의 부분에서는 지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다른 사람의 결정과 지휘 아래에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의 아주 큰 미스 매치의 시작이며 갈등하는 인생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청년이여 고민하라,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결정하고 지휘할 것인가를.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