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미‧배영실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2018년부터 지역 시장 상인 대상 의료봉사 실시
심근경색‧고혈당 등 만성질환 앓는 시장상인 위해 적극 나서
“우리가 아니었다면 돌아가신 분도 있었을 것”…지역에 기여하는 보건의료인 될 것

(왼쪽부터)배영실 교수, 김희진 춘해보건대학교 총장, 신경미 교수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경미 교수와 배영실 교수는 지역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제48회 보건의날 기념 유공 표창에서 울산광역시장 표창을 받았다. (사진=춘해보건대학교)
(왼쪽부터) 배영실 교수, 김희진 춘해보건대학교 총장, 신경미 교수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경미 교수와 배영실 교수는 지역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제48회 보건의날 기념 유공 표창에서 울산광역시장 표창을 받았다. (사진=춘해보건대학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가 많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지만, 헌신적인 보건의료인들의 노력 덕분에 희망도 여전히 건재한 요즘이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처럼 보건의료인은 단순히 하나의 직업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희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에 재직 중인 신경미‧배영실 교수 역시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다. ‘지역사회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고,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지역 시장 상인을 위해 2018년부터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제자들과 지역의 보건의료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햇수로 3년간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에는 제48회 보건의 날을 기념한 유공 표창에서 울산광역시장 표창을 수훈했다. 처음 이 활동을 기획한 이는 신경미 교수다.

“2017년 여름쯤, 지역사회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학교 차원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던 때였어요. 저 역시 지역사회와 대학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모름지기 보건의료인이라면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봤죠. 그러던 중에 우리 지역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인구의 연간 의료비가 42조원 정도가 된다는 조사 결과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노인 인구가 많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전개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간호학과 교수님과 지역의 의료 전문가, 울산광역시의 협조도 구했습니다. 또 학생들도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이 될 수 있길 바라며, 함께 하길 원하는 학생들을 모집했죠. 8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신경미)

“신경미 교수님께서 지역 전통시장에 나가 의료봉사를 하자고 제안하셔서 2017년 사업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시장 상인의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 논문이나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더라고요. 기획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었지요. 그래도 학교 밖의 간호에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학교가 나설 일이 있다면 함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배영실)

적지 않은 준비기간과 지역사회의 든든한 지원,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16명의 제자들까지, 모든 준비가 갖춰져 두 교수의 마음은 든든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시장 상인들에게 장사는 생계가 달린 일이라, 자신들의 몸을 돌보아주겠다는 이들의 손길을 마냥 반가워하기에는 마음도 시간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역의 두 곳 시장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장 상인들께서 처음부터 호의적이시진 않았습니다. 장사가 너무 중요하고, 손님을 놓치지 않는 게 더 급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상인 분들의 장사가 끝날 때까지 옆에 서서 마냥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희가 사정사정 해 가며 검진을 해 드렸죠. 그렇게 점점 상인과 정을 쌓아갔어요. 6개월이 지났을까, 어느새 비나 눈이 와서 부득이하게 시장을 가지 못하는 날에는 상인 분들이 저희를 기다릴 정도로 가까워지고 신뢰가 쌓였죠. 처음에는 힘들어서 이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나 걱정도 됐는데, 활동을 하면 할수록 그 분들에게 저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심근경색이 있던 상인 분을 거의 싸우다시피 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병원에서 자세히 진단을 해보니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혈관을 뚫는 시술을 하기도 했고, 고혈당 쇼크가 올 정도였던 시장상인회 회장님의 경우도 검진을 하며 병원을 보내드려서 위험한 시기를 모면하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인 분들이 저희를 많이 지지해주시죠.”(신경미)

“처음과 달리 지금은 너무나 상인분들과 깊이 정이 들었어요. 저희가 가면 상인분들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세요. 그럼 그 말씀을 들어드리고, 또 함께 울죠. 어떤 때는 장사가 너무 급해서 진료를 못 받는 채소가게 할머니 때문에, 할머니께서 진료를 받으실 동안 제가 채소를 팔기도 했어요. 그렇게 해서 폐기종이 있으셨던 분이나 정말 큰 질환이 있던 분들도 진료를 해 드리고 병원에 모시고 가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아니었다면 돌아가셨을 상인분들도 많았을 거예요.”(배영실)

신경미 교수에게 또 하나 힘이 됐던 것은 학생들이 보여준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었다.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이 되길 기대했던 그에게는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할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힘든 건 없는지 알뜰살뜰 챙겼죠. 그런데 오히려 학생들이 힘들어도 보람이 있는 일이라 끝까지 할 테니 걱정말라며 교수들을 안심시키더라고요. 교수들은 수업을 해야 해서 시장에 못 가는 날이 있어도, 학생들은 자기가 맡은 시장을 정해진 날마다 항상 나갔는데, 나중에 가서는 시장 상황을 학생들이 더 잘 알게 됐지요. 상인분들도 학생들을 손녀, 손자처럼 예뻐해 주셨고요. 지금은 사업 첫 해 활동했던 학생들은 졸업을 하고, 다음 기수 학생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인수인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교수로서 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너무나 뿌듯합니다.”(신경미)

힘든 일도 많았지만, 결국 처음 결심한 일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전하던 신 교수의 목소리가 메어왔다. 이 일을 계기로 신 교수와 배 교수 역시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 간호가 바로 이런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도 저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고요. 대학에서 창의인성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센터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 정부가 주는 지원금으로 다른 교육혁신을 할 게 아니라 학생이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배영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대학의 연계를 어떻게 해 나갈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어요. 또 지역의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도 우리가 지역에 어떻게 기여하면 좋을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대학은 계속 함께해야 한다는 제 가치관을 계속 확산하고 확장할 생각입니다.”(신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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