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상황’, ‘1인칭 주인공 시점’ 자소서 적극 활용해야 
2024학년부터 폐지되는 자소서, 내년부터 문항 대폭 변경 예정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자기소개서는 2024학년부터는 대입에서 사라질 예정인 평가요소이지만, 내후년까지는 대입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를 보완하는 유용한 평가요소로 완전히 자리매김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고3 대상 대입 구제책을 내놓은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애 수험생들이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언급됐지만, 주요대학 가운데 자기소개서 폐지 방안을 들고 나온 곳이 없다는 것은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수험생이 자신이 처한 여건 등을 대학에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기에 코로나19와 같은 특수상황에서 자기소개서는 한층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고3들은 늦춰진 학사일정으로 인해 예년 같으면 자기소개서 작성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여름방학마저 줄어들게 된 상황. 올해 주요대학들의 자기소개서는 지난해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작성해야 할지, 내년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바뀔 예정인지 등을 한 데 정리했다. 

■올해 주요대학 자소서 자율문항은? 성균관대 문항 변경 = 대학들의 2021학년 수시 모집요강에 담긴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문항을 취합한 결과 올해 주요대학들은 대부분 지난해와 같은 문항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권 11개 주요대학 중 이를 바꾼 사례는 성균관대가 유일했다. 대학들이 자율 선택할 수 있는 4번 자율문항을 기준으로 했을 때 결과다. 현재 대학들은 총 4개 문항으로 자소서를 구성할 수 있다. 1번부터 3번은 공통문항으로 모든 대학이 동일한 문항을 사용해야 하며, 마음대로 문항 내용을 바꿀 수 없다. 반면, 4번은 자율문항으로 대학이 활용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율문항은 공통문항과 달리 대학들이 서로 다른 문항을 활용, 수험생에게 묻고자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기에 여타 문항 대비 중요도가 높다는 평가다. 

성균관대는 올해 4번 자율문항을 “성균관대와 해당 모집단위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관련해 본인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제시했다. 글자 수는 띄어쓰기 포함 1000자 이내다. 

지난해 성균관대 4번 자율문항은 △본인의 성장환경 및 경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지원동기 및 진로를 위해 노력한 부분 △본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 책, 영화, 음악, 사진, 공연 등 유·무형의 콘텐츠의 3개 항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기술하라는 것이었다. 성균관대는 본래 자율문항을 활용하지 않다가 2016학년 고른기회전형에 한해 자율문항을 적용한 후 2017학년부터 지난해 실시된 2020학년 대입까지 총 4년간 동일한 자율문항을 활용한 바 있다.

성균관대의 바뀐 자율문항은 경희대·연세대(서울)·중앙대 등이 사용하는 자율문항과 유사하다. 이들 세 주요대학은 2019학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해당 모집단위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를 자율문항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이들 대학의 자소서 문항이 동일한 이유는 2015년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공동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 세 주요대학은 건국대·서울여대·한국외대 등과 함께 자소서 문항을 통일했다. 처음 문항을 통일한 2017학년 입시에서는 수험생들이 처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현 문항에 더해 “가정, 학교 지역 등 지원자의 교육환경이 성장에 미친 영향” 등을 기술할 것도 요구했지만, 부모 배경 등을 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로 인해 2019학년부터 해당 내용을 뺐다. 한국외대는 지난해까지 이들 대학과 발맞춰 동일한 자소서 자율문항을 활용했지만, 올해 수시부터 자소서 자율문항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다. 

표현만 다를 뿐 성균관대의 자율문항과 경희대·연세대(서울)·중앙대의 자율문항은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두 문항 모두 △지원동기 △관련 노력을 묻는다는 점에서다. 

수험생들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변화로 보여진다. 서울권 주요대학 학생부종합전형에는 중복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들은 한 대학의 자소서만 준비하더라도 4개 주요대학의 자소서를 동시에 준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가뜩이나 여름방학이 줄어 자소서 준비에 쏟을 시간이 줄어든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4개 주요대학 외에도 대부분의 주요대학은 자율문항을 통해 ‘지원동기’를 묻는다. 고려대(서울)는 “해당 모집단위 지원 동기를 포함해 고려대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 서강대는 “지원 전공을 선택한 이유와 대학 입학 후 학업 또는 진로계획”, 서울시립대는 “지원동기와 향후 진로계획”을 각각 자율문항으로 활용한다. 

물론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려대의 경우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 서강대와 서울시립대는 ‘진로계획 등’을 추가로 요구한다. 다만, 지원동기를 자율문항에 활용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주요대학과 차이가 없다. 

다른 주요대학과 완전히 결이 다른 자율문항을 활용하는 대학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고교 재학기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 선정해 그 이유를 기술”할 것을 수험생들에게 요구한다.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닌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얘기도 덧붙인다. 

서울대도 2014학년까지는 다른 대학들과 비슷하게 지원동기, 성장과정, 입학 후 학업계획 등을 독서문항과 더불어 자율문항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2015학년부터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문항을 바꿨고, 지금까지 동일한 문항을 유지 중이다.

■자기소개서 어떻게 작성할까, 대학들이 내놓은 조언에 귀 기울여야 =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실시되는 서류평가 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서류는 어디까지나 학생부다. 학생 본인이 학교 내에서 수행한 교육활동, 교사가 학생을 평가·관찰한 내용이 담긴 학생부를 통해 학업능력과 학업에 대한 노력, 의지, 열정, 적극성, 도전 정신,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학생부 성적을 단순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이 속한 환경이나 의지, 열정 등을 반영할 수 없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처럼 학생부가 중심을 잡고 있음에도 자소서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수험생 스스로가 작성하는 서류’라는 데 있다. 서울대는 재작년 입학 웹진인 ‘아로리’를 통해 “자소서는 학생의 육성을 담는 유일한 텍스트”라며 “학생부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환하는 각별한 힘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학생부가 제3자인 교사를 통해 작성되는 것과 달리 자소서는 학생 본인이 작성한다는 점만 놓고 보더라도 의미가 충분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종합평가·정성평가를 지향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성을 보더라도 자소서는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학생의 학업 능력과 태도,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류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입시에서도 서울권 11개 주요대학 가운데 자소서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대학은 한양대가 유일하다. 

이러한 학생부종합전형의 성격상 수험생들은 자소서 작성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처음 대입을 경험하는 고3 수험생 입장에서는 자소서 작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자소서 작성이 쉽지 않은 경우라면, 대학들이 내놓는 자소서 관련 ‘조언’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가장 우선 봐야 할 것은 서울대 아로리다. 서울대는 아로리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 전반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자소서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자율문항인 4번문항의 경우 ‘과시용 장서’ 선택을 피하라든지, 대다수 수험생이 비슷한 책을 선택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다든지 하는 경고의 메시지도 가감없이 수록돼 있다. 

서울대는 자소서 작성에 ‘왕도’나 ‘매직 솔루션’은 없다고 조언한다. 4번 문항의 경우 합격에 특별히 유리한 책도 없다고 한다. 고교 시절 견지한 문제의식 또는 탐구활동을 통해 만난 책이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지원동기 등이 아니라 책을 자율문항의 도구로 삼은 것은 능숙한 독서능력을 지닌 학생들을 원하는 서울대의 의사가 담긴 것이라는 얘기도 새겨 들음직 하다. 

공통문항이든 자율문항이든 자소서 작성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징에 기반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결국 자소서는 학생부라는 ‘결과물’이 보여주지 못하는 ‘과정’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서류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이에 대해 “천문 관련 동아리에서 활동한 학생의 학생부에는 동아리활동 시간, 활동 내용 등 결과적 부분이 기술돼 있다. 자소서에는 천문동아리에 참여하게 된 동기, 참여 전과 후의 자신의 학업능력 관련 변화 등을 기술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기도 했다. 

이미 학생부에 있는 내용을 다시 ‘재탕’하는 자소서는 절대 피해야 한다. 이미 학생부에 있는 내용을 자소서에서 다시 단순 나열하는 것은 ‘쓰나마나’ 한 자소서를 만들 뿐이다. 

학생부와 자소서 간 내용이 불일치하는 것도 절대 피해야 할 부분이다. 본인은 자소서를 통해 특정 과목에서의 학업 역량을 뽐냈는데, 실제 학생부 상에서의 성적,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에서는 이와 다른 결과물들이 보이는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처럼 내용이 어긋나는 부분이 눈에 띄면 대학들은 제출서류의 전반적인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문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흔한 문장이나 상투적인 표현 등은 좋은 평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흔히 사교육계에서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학들은 자소서는 ‘유려한 문장’을 원하는 서류가 아니라며, 기본적인 표현력만 있다면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편이다. 

■내년 대폭 바뀌는 자소서 문항, 어떻게 달라지나 = 자소서는 내년 대입부터 대폭 문항이 바뀔 예정이다. 재작년 8월 교육부가 내놓은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통해 자소서 문항을 4개에서 3개로 축소하고, 글자 수도 현행 최대 5000자에서 3100자로 줄이겠다는 방침이 이미 발표된 바 있다. 

대입 개편안에 따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최근 바뀐 자소서 공통양식을 대학들에 제공,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한 상태다. 이르면 이달 중에는 문항을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바뀐 자소서 공통양식은 내년에 실시되는 2022학년 대입에 적용한다. 

알려진 대로 내년부터 자소서는 최대 4개 문항에서 3개 문항으로 문항 수를 줄인다. 현재는 △고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 △고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 △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쓰라는 것이 순서대로 1번부터 3번까지의 공통문항이다. 

하지만, 2022학년부터는 1번 문항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학습경험과 교내활동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것으로 변경된다. 2번 문항도 “고교 재학기간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쓰라는 것으로 바뀐다. 

현 자소서와 비교하면 일부 표현이 달라졌지만, 1번과 2번이 1번으로 통합되고, 3번이 2번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진로와 관한 노력’으로 표현이 다르지만, 큰 틀에서 학습경험과 교내활동을 묻는 현 1번과 2번 문항이 1번 문항으로 합쳐졌다. 배려, 나눔 등의 사례를 요구하던 3번 문항은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으로 표현을 바꿔 2번 문항이 됐다. 

자율문항은 2022학년에도 활용 가능하다. 4번에서 3번으로 문항 번호만 달라졌을 뿐 대학들이 활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크게 달라진 것은 글자 수다. 2022학년 자소서 1번 문항은 1500자 이내, 2번 문항은 8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하며, 자율문항도 최대 글자 수가 800자 이내로 정해졌다. 현재 1번 문항과 3번 문항은 1000자 이내, 2번 문항은 1500자 이내에서 작성해야 한다는 점을 볼 때 공통문항에서만 글자 수가 1200자 가량 줄어들게 됐다. 자율문항도 1500자 이내에서 800자 이내로 대학들이 최대 선택 가능한 글자 수가 700자나 줄어 사실상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내후년 끝으로 사라지는 자소서, 대학들은 ‘아쉬움’ 표출 = 자소서는 현 고1이 치를 내후년 2023학년 대입까지만 활용되고, 이후로는 자취를 감춘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2024학년부터는 자소서를 더 이상 대입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가 자소서를 없애기로 한 것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이 나오기 전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로 근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육부는 조사 결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외부영향이 기재 금지 사항임에도 편법으로 기재된 사례들이 있다며, 부모 효과 등의 주범으로 자소서를 지목했다. 교육부는 이후 내놓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소서 폐지 방침을 공식화 했다. 

다만, 자소서가 사라지는 것을 놓고 대학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교육부가 공언한대로 기재 금지사항 검증과 그에 따른 불이익 조치 등을 강화하면 될 일을 ‘자소서 폐지’로 결론을 낸 탓이다. 2022학년부터 사라지는 교사추천서와 더불어 자소서까지 폐지되면, 2024학년부터는 학생부만으로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종합평가를 지향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조치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강행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생부 내 개인정보를 전부 블라인드 처리해 제공하는 과정에서 학생부와 자소서가 1대 1로 매칭이 되지 않는 문제가 지적되는 중이지만, 교육부는 올해 대입부터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소서가 완전히 폐지되는 2024학년까지 제도 시행을 유예하거나, 개선점을 찾아 적용해야 할 문제지만, 아직까지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