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전형 매년 N수생 비율 확대 추세 ‘뚜렷’…정책 ‘전면 재검토, 철회 필요’
서울 12개대 정시 재수생 비율, 2016학년 52.6% → 2020학년 66.5%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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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정부가 주장하는 ‘대입 공정성 강화’가 실제로는 재수를 권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불평등 교육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정시모집’으로 통용되는 ‘수능위주전형’을 2023학년 40%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한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실제 정시모집은 ‘재수생을 위한 전형’이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다. 재수가 필연적으로 ‘사교육비’를 동반한다는 점, 수능이 통념과 달리 공정하지 않다는 점 등이 밝혀졌기에 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격차를 확대하는 정시확대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재수생 판’인 정시모집(수능전형), 매년 졸업생 비율 확대 = 강민정(열린민주) 의원이 22일 공개한 ‘주요 12개대학 수능위주전형 입학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정시모집 확대 정책은 ‘재수생을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서울권 주요대학 정시모집에서 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고, 이미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재 대입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실기위주전형 △수능위주전형의 5개 전형으로 구성된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은 ‘모집시기’에 관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교육 수요자들은 수능위주전형과 정시모집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수능위주전형은 다른 전형과 달리 수능 이전 실시되는 수시모집에서 모집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정시모집에서만 선발하는 특징을 띠기 때문이다. 

공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만 하더라도 재학생과 졸업생 간 비율 차이는 크지 않았다. 12개 대학을 전부 합했을 때 수능위주전형(이하 수능전형)으로 입학한 인원은 총 1만 3153명. 이 중 졸업생은 6919명으로 52.6%를 차지했다.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을 기록한 데 그친 것이다. 

하지만,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17학년에는 졸업생이 1만 1963명 중 6597명으로 55.1%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늘어났으며, 2018학년에도 1만 739명 중 6526명으로 60.8%가 졸업생의 몫이었다. 2019학년에도 61.6%로 ‘오름세’를 유지한 졸업생 비율은 지난해 실시된 2020학년 대입 들어서는 66.5%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졸업생 비율이 △52.6% △55.1% △60.8% △61.6% △66.5% 순으로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당연히 재학생들이 수능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개별 대학을 보더라도 졸업생이 수능전형에서 재학생을 압도하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건국대·경희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 등 9개대학이 최근 5년간 실시한 수능전형에서 재학생이 졸업생보다 많았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서울대와 서울여대, 숙명여대 등에서는 재학생이 졸업생보다 많이 등록한 사례가 있었지만, 2020학년 들어서는 이같은 사례가 단 1개 대학에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최근 5년의 시작과 끝을 비교해보면, 졸업생이 수능전형에서 보이는 ‘강세’가 얼마나 더 심해졌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건국대의 경우 2016학년에는 졸업생이 54.4%, 재학생이 45.6%로 두 집단의 차이는 8.8%p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학년에는 재학생이 26.4%로 크게 쪼그라든 반면, 졸업생이 73.6%로 크게 늘어 두 집단 간 차이가 47.3%p로 5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립대는 2.5%p 차이였던 것이 38.8%p, 연세대는 1.4%p 차에서 37.4%p, 성균관대는 4.3%p에서 41.1%p가 되는 등 5년만에 재학생과 졸업생 격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늘어난 대학들이 부지기수였다. 

서울대도 이같은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2016학년과 2017학년만 하더라도 서울대 수능전형 입학생 중에는 재학생이 더 많았다. 2016학년에는 55.7%, 2017학년에는 57.7%가 재학생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2018학년 49.9%로 재학생이 졸업생만 못한 모습을 보인 이후 2020학년에는 재학생 43.4%, 졸업생 56.6%로 졸업생이 재학생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강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고교 재학생들의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수시는 물론 정시에서도 불이익이 예상돼 전체적인 대학의 재학생·재수생 입학 현황을 조사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정시가 사실상 재수생을 위한 전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정시확대’ 정책 재검토, 철회 필요…사교육 조장에 교육격차 키워 = 대학들이 공개한 현황에 따르면, 정시모집이 사실상 ‘재수생 판’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상 ‘정시모집’으로 인식되는 수능전형을 통해 일반적인 고3 재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정부정책이 이와 정반대로 내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말 정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서울권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 대입부터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수능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으며, 주요대학 수시모집에서 비중이 큰 학생부종합전형은 불공정한 전형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크다는 점에서다. 수능전형이 여타 전형 대비 ‘공정한 전형’이라고 본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전형 확대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재정지원사업이라는 ‘전가의 보도’마저 꺼내들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해당 대학들이 수능전형을 확대하지 않는 경우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정책에 ‘강제성’을 부여했다. 재정지원사업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수능전형을 늘리지 않아도 되기에 대학들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교육부는 설명하지만, 대학들 입장에서는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그처럼 ‘공정’하다고 보는 수능전형은 재수생 등 N수생 전반을 위한 전형이라는 것이 수치를 통해 드러난 상황이다. 강 의원은 “재수는 값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가능하다. 사회 통념과 달리 (수능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지난 5년간의 대입 결과로 확인(된 것)”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대학을 가려면 재수가 기본인 것으로 나타난다. 수능전형이 불평등 교육을 더 심화시키고 있었다는 것에서 충격이 크다”고 했다. 

때문에 정부의 ‘수능확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강 의원은 “수능전형이 공정하다는 사회 통념과 대비되는 결과이기에 정시확대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시확대는 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격차를 확대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시확대가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와 대치되는 제도라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다. 강 의원은 “2023년 경기교육청이 전면 실시, 2025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고교학점제’는 수능전형 확대와 충돌(한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고교학점제를 현장에 정착시킬 수 없다. 정시확대 정책을 서둘러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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