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조직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룬다. 넓은 저변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그 폭은 점점 좁아져 꼭짓점의 팀장으로 이어진다. 작은 단위의 팀 피라미드 조직들은 다시 상위 꼭짓점으로 수렴돼 조직 전체의 큰 피라미드가 완성된다. 조직 생태계는 이 피라미드 구조를 바탕으로 살아 움직인다. 예를 들어 어떤 현안이 있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 피라미드 조직들은 이 안건을 중심으로 재배치된다. 이러한 협업체계를 조직도로 그려보면, 업무 현장에 각 꼭짓점이 모이게 되고 이를 중심으로 각 팀 피라미드의 저변은 서로 연결돼 큰 원을 그리게 된다. 그 협업 구조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한판의 피자 모양과 같다. 각 꼭짓점이 모여 있는 피자의 중심은 각 팀이 소통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러한 모습의 조직도는 구성원에게 조직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원의 중심에 있는 팀장들의 회의를 귀 기울여 들어본다면 조직 간 소통이 조직도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팀장들은 외형적으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고 있지만 마음속 목표는 제각각 회의장 밖으로 향해 있다. 그 심리적 목표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꼭짓점이 밖으로 향해 있는 뒤집힌 피자 모양, 즉 해바라기를 닮은 모양이 된다. 해바라기 조직의 각 꼭짓점은 그 거리만큼이나 팀장 간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부서 간 팀장의 소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건너편 꼭짓점으로 건너 소통하기 위해서는 현기증 나는 외줄을 타고 건너야 한다. 이러한 불통의 원인은 팀장 개인역량의 문제보다는 조직 구조 자체의 근본적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팀장은 옆 부서나 고객과 본인이 직접 일을 하지 않는다. 직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에 관여한다. 직원은 누구보다도 더 현장 가까이에서 고객과 소통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팀장은 사무실의 가장 안쪽자리에 자리를 잡고 현장으로부터 고립돼 있다. 업무 현장에서 고객의 불편과 불만이 있더라도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어떻게든 직원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위계조직 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의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를 자신의 이름을 따서 ‘피터의 원리’라고 했다. 위계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현장 감각은 떨어지고 인생무상을 느끼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직장인의 일반적 생애 경로를 냉철하게 짚었다고 볼 수 있다.

피라미드 조직에 기대하는 소통과 능력이 실제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이 불균형은 위계조직이 지닌 숙명적인 취약점이다. 이 취약점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기 위한 처방 중의 하나로 권한을 업무에 따라 적절하게 분배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직원 각자에게 담당업무에 대한 재량권을 최대한 부여해 피라미드의 정점에 집중된 권한을 현장으로 이양, 분산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팀장은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재량권을 주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해바라기 조직이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더 조직으로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패러글라이더는 캐노피와 파일럿이 줄로 연결되어 역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한다. 캐노피는 각 셀에 공기가 가득 차면 비행기 날개처럼 펼쳐져 공기 역학적 성질을 가지게 된다. 파일럿은 캐노피를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으며, 또 캐노피의 공기가 빠지거나 한쪽 날개가 접히게 되면 균형을 잃고 추락한다. 캐노피의 각 셀은 직원이고, 그 속의 공기는 그 직원에게 부여된 재량권이다. 팀장인 파일럿은 줄을 통해 캐노피를 조정해서 바람을 타고 하늘을 오르내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피라미드 조직을 패러글라이더 조직으로 혁신해서 하늘로 날아올라 보자. 멋진 변신이 아닌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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