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미래교육’ 7주간 코로나19로 다양한 분야 ‘미래’ 다뤄
“시즌2 기대해”, 웨비나(Webinar)와 오프라인 공간에서 쏟아져 나온 ‘좋은 질문들’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는 소나기처럼 불쑥 찾아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장마가 되어 삶에 스며들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연세대학교 청년문화원은 ‘슬기로운 미래교육 시즌1’(이하 미래교육 시즌1)을 열어 각 분야 교육에 대한 미래를 고민하는 장을 마련했다. 송인한 연세대 청년문화원장의 진행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린 ‘미래교육 시즌1’은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윤상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의 발제로 6월 24일 피날레를 맞았다.

발제 중인 김경일 교수(왼쪽)

김경일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 전천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보다 상황을 보는 ‘메타인지’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지심리학자로서 볼 때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고 주장하며, 지금까지의 대학교육이 ‘능력’에 초점을 맞춘 전문인재 양성에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전문가의 자리를 AI가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질 전망이라 대학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메타인지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인지는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메타인지 능력이 높으면 객관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판단하고, 서로 다른 영역이라도 상황에 맞춰 효율적으로 엮을 수 있다. AI는 ‘모르는 상태’를 그대로 두지 못하고 ‘찾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메타인지에서 말하는 자기성찰 능력과 지식의 조절 능력이 없는 상태다.

김 교수는 대학이 학생들의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간격을 벌릴 것’을 제안했다. 이 말은 이제까지의 대학이 ‘가진 도구를 이용해, 어떤 방법을 통해, 현실 목표를 이루는 순’의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신 김 교수는 “대학이 이제는 학생들이 실현 가능성에 구애받지 않는 목표를 세우게 돕고, ‘도구’로 여겨지는 지식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목표와 자유로운 꿈을 두루 가질 수 있도록 대학 환경 조성이 돼야한다”는 발언으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강정한 교수(왼쪽)가 PPT를 보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강정한 교수는 “팬데믹이 앞당긴 비대면 교육은 사회적 자본의 양극화를 가져올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강 교수는 먼저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자본을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으로 나눈 뒤, 그중에서도 장기간 습득해야 하는 ‘문화적 자본’(아비투스)이 제일 배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어떤 충격이든 경제조직이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학교는 상대적으로 늦게 변화하는데, 그럼에도 팬데믹은 ‘교육의 플랫폼화’를 불러올 정도로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때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플랫폼화가 가속화 할수록 자본의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로 대학들은 재정문제에 더 많이 시달리고, 이는 외국 학생들이 많으면 더 심각해진다. 코로나 특수라고 해서 논문 투고 수는 증가했지만, 평균적으로 협업의 사이즈는 줄어들었다는 게 네이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아직은 이르지만 어떤 대학들은 도태되고 핵심 연구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IT기술의 발달이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었을까. 대학에는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물론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어디서든 많은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이것은 TED처럼 압축된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 강 교수는 “IT가 발달한 시대에 특정 시공간의 향유는 희소자원이 되고, 엘리트 대학의 위치와 실제 강의는 여전히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플랫폼화된 교육콘텐츠는 압축적 습득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머릿속 지식으로 축적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식이 되려면 발표자의 연구를 찾거나, 추가로 관련 도서를 봐야 통찰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윤상철 교수(왼쪽에서 첫번째)가 마지막 발제를 맡았다.

강 교수는 그 밖에도 코로나로 바뀔 교육 환경과 삶의 모습에 대해서 예측해 보았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했을 때 학생의 수업 접근권이 평등한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자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경쟁하게 되면,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이 바뀔 때마다 정보를 옮기는 일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공간도 ‘집’에 한정되면 “삶과 수업이 구별되지 않고 섞여버릴 것”이고, 특히 “이제까지 양육부담을 가장 큰 문제로는 생각지 않는데, 이는 성공의 정도, 즉 커리어의 차이를 크게 벌릴 가능성이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미래교육 시즌1’의 공동기획자이자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윤상철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갓 간호대를 졸업한 간호장교들이 현장에 나가게 됐다. 물론 기존 의료인력을 부족때문이었지만, 그러다가 혹시라도 감염되면 오롯이 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가는데 그런 상황을 고려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 상황은 나은 편이다. 이탈리아는 의대생들의 의사 면허시험을 면제하고 바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 현장에 투입했다.

윤 교수는 “많은 사람이 ‘비록 의사면허는 없으나 현장에 투입돼 준 의료인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결정에 의해서 두 가지 사회적 원칙을 쉽게 깨버렸다”고 꼬집었다. 포르투갈은 의과대학 교육과정 중단됐다. 한국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던 2월에 ‘실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윤 교수는 “여러 가지 질문이 나와도 논의를 확장해보면 ‘트롤리 딜레마’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에서는 장·단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실습방법에 대한 고민과 (코로나19 시대에) 졸업 준비생들의 고민까지 함께 나눠야 한다”라고 질문 방향을 제시했다.

송인한 교수(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사회를 보고 있다.

청년문화원장인 송인한 연세대 교수는 “‘미래교육 시즌1’에서 나온 질문들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보고, 시즌2에서 해결과 새로운 질문들을 더 나눴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히며, 이때까지 함께해준 연사들과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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