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물러선 교육부…1차 블라인드 학생부, 2차 오픈 학생부 서류평가 전 모두 제공
학생부-자소서 매칭, 지원자격 확인 등 문제 해소 기대, 올해 대입부터 전격 적용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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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 기타 제출서류 ‘매칭’ 문제로 우려를 샀던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올해 대입부터 문제점들을 털어내고 적용될 수 있게 됐다. 교육부가 서류평가가 전부 끝난 이후에 개인정보가 담긴 학생부를 제공하겠다던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 서류평가 시작 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학생부와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학생부를 동시에 제공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제도 도입 논의 초기부터 대학들이 지적했던 문제점을 이제야 받아들인 데 대한 비판은 남아있지만, 대학들의 의견을 뒤늦게나마 반영해 기존 방침 강행 시 발생할 수 있던 문제점을 털어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이 나온다.

■학생부 매칭 문제 털어낸 블라인드 서류평가, 올해 대입부터 전격 적용 =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 등을 통해 학생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일체 알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기존에 제기됐던 우려를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열린 ‘전국 대학교 입학관리자협의회 정기총회 및 관리자 연수’에 참가한 교육부 대입정책과 관계자는 “기존 안내됐던 것과 다르게 학생부 자료를 동시에 제공하려 한다”며 “블라인드 서류평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칭이나 자격기준 문제 등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의 골자는 기존 블라인드 서류평가 방법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본래 교육부는 학생부를 2개로 구분해 대학들에 제공할 계획이었다. 서류평가가 끝나기 전에는 지원자의 개인정보가 모두 가려진 ‘블라인드 학생부’만 대학 측에 제공하고, 서류평가가 끝난 이후에야 지원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예년과 동일한 학생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1차 학생부 제공 시 블라인드 학생부만 제공해 서류평가 과정에서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지향하는 바다. 

문제는 이렇게 학생부를 1차와 2차에 걸쳐 제공하는 경우 여러 문제점들이 파생된다는 데 있다. 동일인의 서류 식별이 불가능한 ‘매칭 문제’, 지원자의 자격요건을 평가 이후에나 파악할 수 있는 자격요건 확인 문제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들이다. 

가장 대학들을 곤혹에 빠뜨린 문제점은 학생부-자소서 등의 ‘매칭’ 문제였다. 1차 학생부는 일체 학생의 개인정보가 없기에 학생이 대학에 별도로 제출하는 자기소개서, 교사가 작성해 제출하는 교사추천서 등과 ‘매칭’을 할 방법이 없다. 1차 학생부에는 학생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전혀 담겨있지 않아 어느 학생의 것인지를 특정 지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따로 평가하고, 2차 학생부를 받은 후 평가결과를 합산하는 방법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종합평가·정성평가를 지향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성상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실제로는 실현될 수 없고, 실시해서도 안 되는 방법에 불과하다. 

교육부도 이같은 ‘매칭’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여러 문제점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매칭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공정성이 중요하다지만, 전형자료가 서로 매칭되지 못하면 학생부종합전형의 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을 함께 공유했다”고 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1차와 2차로 시기를 나눠 제공하려던 블라인드 학생부와 일반 학생부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 안내했던 방식은 고교 정보 등을 가린 1차 학생부를 먼저 제공하고, 전형 진행 이후 합격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2차로 온전한 학생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기존 안내와 달리 1차 학생부와 2차 학생부를 평가 시작 전에 동시에 제공하려 한다. (이를 통해) 지적됐던 자료 매칭이나 자격기준 확인 문제 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류평가 이전부터 개인정보가 담긴 ‘2차 학생부’를 제공한다고 해서 ‘블라인드 서류평가’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서류평가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핵심은 학생부 제공과 관계없이 유지된다. 학생부 자료를 관리하는 인력과 평가를 진행하는 인력이 분리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 부서 내에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입학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작업해 평가자들에게는 고교명이나 고교유형 등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하길 당부한다. 기존에 제공하려던 1차 학생부보다 더 많은 부분을 블라인드 해도 된다. 자체 규정과 기준을 만들어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게 고집하더니…이제라도 바꿔서 다행 = 교육부가 한 발 물러서 학생부를 동시 제공하기로 결정, 그간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향해 쏟아지던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지만, 대학들은 여전히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최근까지 교육부가 대학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잡음’을 꾸준히 낸 탓이다. 

교육부는 그간 블라인드 서류평가 관련 대학들에 상당한 혼선을 안겨줬다. 최초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되도록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유예하는 것이 맞다”고 했지만, 이후 전개는 사뭇 달랐다.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유예해야 한다던 교육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들에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강행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대입정책과와 교육정보화과 등의 부서가 협업해 진행하는 일이기에 생긴 일이라고 했지만, 이후로도 의견 수렴 창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등 문제점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가 입학관리자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관련 방침을 발표한 이후에도 대학들의 불만 섞인 반응은 계속 이어졌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올해 교육부와 대학들이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놓고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문을 통해 1차 학생부, 2차 학생부를 따로 제공하겠다더니 갑자기 두 자료를 동시에 제공하고 대학 자율에 따르겠다고 한다. 대학 자율을 존중하는 건 좋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감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답답한 마음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생각을 바꿔 관련 문제들을 해결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대학의 입학 관계자는 “기존 평가방식대로라면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없애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사전 예고제 때문에 이미 평가요소로 공표한 자기소개서를 없애는 것도 불가능했던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두 자료를 전부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평가자인 입학사정관 등과 자료 관리를 맡는 직원이 별도로 존재하기에 관련 자료를 블라인드 처리해 평가자에게 제공하면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교육부는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놓고 빚어진 잡음에 대해 대학들에 미안함을 표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에) 참 죄송하다. 대입전형 자체는 원칙적으로 대학 자율이다. 때문에 대학들에 대입전형 관련 사항을 강제할 수는 없다. 공정성 관련한 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이기에 대학들에 협조를 구할 뿐이다. 블라인드 서류평가 관련해 교육부가 강하게 나오다가 대학 자율로 바꾼 것에 불만이 있는 것에 대해 심정적으로 공감이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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