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대학 흐름은 ‘지난해와 동일’…일반고 서울시립대 많고, 연세대 적어
실제 일반고 비율 더 높아…‘실질적 일반고’ 자공고 수치 별도
‘상대적 우수자원’ 특목고·영재학교, 주요대·과기특성화대 ‘주력’
검정고시 출신 늘어나, 수시모집 지원 제한 ‘위헌’ 판결 영향?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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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주요대학 입시에서는 여전히 일반고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신입생 출신고교 유형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권 15개 주요대학 신입생 10명 중 6명은 일반고 출신이었다. 자율고 출신 신입생 중 상당수가 ‘실질적 일반고’로 분류되는 자율형 공립고를 나왔을 개연성이 높기에 실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다고 봐야 했다.

일반고가 꾸준히 주요대학 입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영재학교 확대나 검정고시 대입문호 전면 개방 등의 악조건을 딛고 낸 실적이라는 점에서다. 정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일반고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실태조사 끝에 정시를 확대하는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새 정책이 무색하게도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큰 주요대학 입시에서 일반고가 ‘선전’하고 있다. 

■올해도 ‘여전’한 일반고 강세, 주요대학 신입생 59.6% 일반고 = 올해도 대입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고교유형은 일반고였다. 본지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0학년 신입생의 출신 고교 유형별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일반고가 서울권 15개 주요대학(이하 주요대학)에 가장 많은 신입생을 배출한 고교유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주요대학 신입생 10명 중 6명은 일반고 출신이었다. 2020학년 대입을 통해 주요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은 총 5만4745명, 이 중 59.6%인 3만2645명이 일반고를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고는 매년 주요대학 입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년간 추이를 보면, 2017학년부터 2020학년까지 매년 59%대의 비율을 꾸준히 기록하며 다른 고교유형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일반고 출신이 드러난 것에 비해 더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20학년 주요대학 신입생 가운데 8389명으로 15.3%를 차지, 일반고 다음가는 비중을 보인 ‘자율고’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자공고)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사고는 선발권이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특목고와 유사한 반면, 자공고는 실질적 일반고나 마찬가지로 다뤄지곤 한다. 정보공시에서 두 학교 유형을 구분하지 않는 탓에 명확히 추정하기 어렵지만, 자공고 인원들까지 더하면 주요대학 입시에서 실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훌쩍 넘긴다고 봐야 한다. 

일반고가 이처럼 다른 고교유형 대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규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 해 전인 2019년 2월 졸업생을 기준으로 볼 때 일반고 출신은 41만2392명으로 다른 고교유형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당시 특성화고 졸업생은 8만9541명, 자율고 졸업생은 4만3863명이었다. 과고, 외고·국제고, 예고·체고, 마이스터고 등을 전부 포괄하는 개념인 특목고의 졸업생은 2만1049명에 불과했다. 과학영재학교·과학예술영재학교를 아우르는 개념인 영재학교는 전국에 단 8개교에 불과한 탓에 졸업생이 겨우 687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실제 주요대학 입시와는 거리가 먼 인원들이 일반고에 상당수 포함된 점 등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단순 인원 비율만 놓고 봐도 일반고의 비율이 72.7%나 되기에 대입에서도 그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반고 비율 높은 주요대학은? 서울시립대 1위, 연세대 최하위 = 주요대학별로 보면,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서울시립대는 일반고가 많고, 연세대는 일반고가 가장 적은 흐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일하게 이어졌다. 

일반고 비중이 제일 큰 서울시립대는 전체 1822명의 신입생 가운데 70.1%인 1278명을 일반고로 채웠다. 지난해에도 서울시립대는 1852명의 신입생 중 71.5%인 1324명이 일반고 출신이었다. 

다음으로는 홍익대의 일반고 비율이 높은 편이다. 올해 홍익대 신입생 가운데 일반고 비율은 69.6%. 지난해에도 홍익대는 신입생의 69.7%를 일반고로 채운 바 있다. 

반면, 연세대는 올해도 가장 낮은 일반고 비율을 기록했다. 올해 연세대 신입생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47.3%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록한 48.3%와 비교하더라도 1%p 가까이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모습이다.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기에 특목고 등과 경쟁이 치열한 탓도 있겠지만, 연세대와 선호도가 엇비슷한 고려대는 정작 56.8%로 연세대보다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 차이가 크다. 

때문에 연세대의 낮은 일반고 비율은 ‘대입전형’에서 연유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세대가 2020학년 들어 논술전형 수능최저를 폐지하고, 국제형 전형을 신설하는 등 전형방법에 대폭 변화를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9학년까지 이어져 온 과다한 특기자전형 모집 등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기에 일반고 학생들이 진학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도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일반고 비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지난해 49.4%에서 올해 49.9%로 0.5%p 일반고 비율이 늘어나긴 했지만, 2년 연속 일반고 신입생이 전체 수치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서울대는 올해 치러질 2021학년 대입에서는 일반고 출신이 절반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불리함을 겪는 고3을 위해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에서 수능최저를 완화하는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현재 지균은 고교유형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지만, 실제 합격생 대부분은 일반고에서 나온다. 

이외 주요대학들은 한 해 전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었다. 일반고 출신이 60.8%에서 65.8%로 5%p나 늘어난 한국외대, 전년 대비 3.8%p 줄며 65.7%를 기록한 숙명여대 정도를 제외하면 전년 대비 일반고 출신의 비중이 크게 달라진 주요대학은 찾기 어려웠다. 

■일반고 이외 고교유형은? 외고·국제고 ‘내리막길’, 영재학교·검정고시 ‘두각’ = 이처럼 일반고가 주요대학 입시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다른 고교유형들은 시기별로 다소 성과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외고·국제고는 매년 실적이 ‘내리막길’이다. 2017학년만 하더라도 외고·국제고 출신이 주요대학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였지만, 매년 소폭 감소한 끝에 2020학년에는 7.9%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국제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외고의 정원이 2016학년을 기점으로 상당수 축소됐고 이들이 2019학년 대입을 치렀다는 점, 이전에는 인문계열 우수자원들에게 외고·국제고 외에 선택지가 없었지만 자사고의 등장으로 고입 풍토가 달라졌다는 점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재학교는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17학년에는 417명으로 0.8% 비중이던 것이 2020학년에는 581명으로 1.1%까지 비중이 커졌다. 2019학년 영재학교 졸업생이 687명 수준이었으며, 과학기술원과 포스텍 등의 ‘과기특성화대’를 선호하는 인원들이 상당수라는 점을 볼 때 다른 고교유형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뛰어난 진학실적을 기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 고교유형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약진’을 선보인 검정고시 출신들이다. 2019학년 입시에서는 409명으로 0.7%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던 검정고시는 2020학년 584명으로 175명이 늘어나며 1.1%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검정고시 출신들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지원자격’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2018년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의 지원을 받지 않는 교대들로 인해 일부 수험생들이 헌법소원을 제기, 헌법재판소(헌재)가 이를 위헌으로 판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교대 등은 학생부가 없는 학생들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항변했지만, 헌재는 교직적성검사나 면접 등 다른 평가방법을 개발하면 된다고 했다. 때문에 이후로 대학들은 검정고시 출신의 지원을 제한하던 규정을 대부분 없앤 상태다.

■특목·영재학교 학생들의 선택은? 주요대학·과기특성화대 선호 ‘뚜렷’ = 주요대학이 아닌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눈을 돌린 결과 상대적 우수자원이라 할 수 있는 과고, 외고·국제고 등의 특목고와 영재학교 등을 나온 수험생들은 주요대학과 과기특성화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입에서 ‘특차’ 성격의 입시를 시행, 가장 우수한 자연계열 수험생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영재학교의 경우 서울대에 가장 많이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282명의 수험생이 서울대를 택했고 160명이 KAIST, 106명이 연세대에 각각 진학했다. 고려대 84명, 한양대 55명 등으로 이어졌으며 포스텍 33명, GIST 32명, UNIST 31명 순이었다.

현재 전국에는 5개 과기특성화대가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해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4개 과기원에 일반대로 분류되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까지 총 5개 대학이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특화된 과기특성화대다. DGIST를 제외하고는 과기특성화대가 모두 상위 20위 내에 든 점을 볼 때 고교-대학으로 이어지는 이공계 인재 양성 흐름이 잘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재학교보다 뒤늦게 신입생을 모집하지만, 이공계 인재 양성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과고생들은 KAIST에 진학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363명의 과고생이 KAIST에 진학했고 123명이 서울대, 114명이 포스텍, 111명이 UNIST, 106명이 고려대, 103명이 연세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 특목고 외고·국제고는 과기특성화대와 연관이 크지 않다 보니 주요대학을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515명이 고려대를 선택한 데 이어 어문계열에 특화된 한국외대로도 486명의 외고·국제고 출신들이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신입생 대비 비율로 보면, 한국외대 신입생 중 외고·국제고는 12.8%를 기록,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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