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수학’ 가형 ‘난도 상승’, 나형 ‘난도 하락’…지난해 수능과 반대 양상
국어·영어 지난해 수능과 ‘비슷’, 영어 1등급 8.73% ‘소폭 증가’
영어 2등급~4등급 ‘대폭 감소’…원격수업이 부른 고3 학력 격차?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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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지난달 18일 실시된 ‘2021학년 6월 수능 모의평가(6월 모평)’이 적정한 난도 범위에서 출제됐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쉬웠던 수학 가형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반면, 어려웠던 수학 나형은 다소 난도를 낮추는 등 영역별 난도를 균형있게 맞춰 안정감을 우선시한 출제기조가 엿보인다. 지난해에도 ‘적정 난도’로 평가받던 국어는 비슷한 난도를 선보였고, 영어는 1등급 비율이 소폭 늘어나는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영어는 2등급과 4등급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탓에 원격수업으로 인해 고3 재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큰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는 상황이다. 

■평가원 6월 모평 채점결과 발표, “졸업생-재학생 성적 격차 예년 수준”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8일 실시한 ‘6월 모평 채점결과’를 9일 수험생들에게 통지한다고 8일 밝혔다. 개인별 성적통지표는 접수처를 통해 수험생에게 교부한다. 

채점 결과에 따르면 ‘N수생’은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 6월 모평 응시생은 39만 5486명. 이 중 재학생은 33만 9658명, 졸업생은 5만 5828명이다. 비율로 보면 N수생으로 분류되는 졸업생은 14.1%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모평 졸업생 비율이 14.8%였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 모평 채점결과 발표 시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구분짓지 않고, 전체 집단을 하나로 합한 채점결과만 공개된다. 평가원은 관련 자료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재학생과 졸업생의 성적 차이가 예년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귀띔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졸업생과 재학생 간 성적차이는 존재한다. 6월 모평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수능에서도 졸업생과 재학생 간 차이가 예년에 비해 크게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어, ‘안정적 추세 유지’ 1등급컷 92점…만점자 비율은 늘어 = 평가원은 ‘영역·과목별 등급 구분 표준점수’와 ‘도수분포’ 등의 자료도 채점결과와 함께 공개했다. 수험생 진학 지도를 위해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모평 난도는 최근 치러진 시험들과 비교했을 때 ‘적정 수준’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지어진다.

모평·학평·수능의 난도를 측정하기 위해 활용되는 지표는 원점수 1등급컷과 표점 최고점과 1등급컷, 1등급 비율 등이다. 원점수 1등급컷은 낮을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을수록 시험이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반대의 경우 시험이 쉬웠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표점 1등급컷이나 1등급 비율 등은 시험의 전반적인 난도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만점자 비율도 난도 측정에 활용될 수 있다. 

이같은 지표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난도였다. 원점수 1등급컷은 92점으로 지난해 수능의 91점과 큰 차이가 없었고, 표점 최고점도 139점으로 지난해 수능에서의 140점과 엇비슷했다. 

최상위권 수험생은 지난해 수능 대비 쉽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점자 비율이 0.16%에서 0.32%로 2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6월 모평이 끝난 직후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예상이 들어맞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입시기관들은 다소 까다로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험생들에게 좌절을 안겨줄 만한 초고난도 지문이나 문제는 출제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국어영역은 최근 들어 완연한 ‘안정세’를 보이는 중이다. 2019학년 수능에서 희대의 ‘불국어’로 악명을 떨쳤고, 지난해 6월 모평에서도 상당히 어려운 난도를 선보였던 국어영역은 지난해 9월 모평부터 ‘안정적인 출제 기조를 보여 왔다. 올해 6월 모평 국어영역도 같은 추세를 이어 가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수학, ’적정 난도‘ 지향하나…가형 어려워지고, 나형 쉬워져 = 수학영역은 유형에 따라 출제 기조가 완전히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가형은 지난해 대비 어려워진 반면, 나형은 쉬워졌다. 다만, 지난해 수능에서 가형이 쉽고, 나형이 어려웠다는 것을 볼 때 평가원이 ‘적정 난도’로 출제하기 위해 노력을 쏟았음을 엿볼 수 있다. 

수학 가형의 경우 원점수 1등급컷부터 대폭 낮아졌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92점을 받으면 1등급을 획득했지만, 올해는 88점만 받아도 1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시험이 어려워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최상위권 수험생도 수학 가형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에서 143점으로 무려 9점이나 치솟았고, 만점자 비율도 0.58%에서 0.21%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나형은 원점수 1등급컷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84점만 받아도 1등급이었지만, 올해 6월 모평에서는 93점 이상이어야 1등급이다. 9점이나 1등급컷이 치솟을 정도로 시험이 쉬웠다는 얘기다. 표준점수 최고점도 149점에서 140점으로 내려 앉으며 시험 난도가 지난해 수능 대비 상당히 쉬워졌음을 증명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시험을 더 쉽게 체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점자 비율이 지난해 0.21%에서 1.21%로 무려 6배 가까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학 나형 만점자가 1%를 넘긴 것은 2017학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나마 만점자가 많이 나왔던 지난해 6월 모평에서도 만점자 비율은 0.69%로 올해와는 차이가 컸다. 

이번 6월 모평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실제 수능에서 가형에 응시해 상위 등급을 받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가형 응시자 수가 실제 수능에서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6월 모평의 가형 응시자는 38.6%인데, 실제 수능에서는 응시자 비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모평에서 가형에 응시해 5등급 이하를 받은 수험생은 나형으로 유형을 바꿀지 여부를 빠른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을 남겼다. 

■영어, ‘학력격차’ 우려…1등급 늘었지만, 2~4등급 대폭 감소 = 절대평가 체제인 영어는 다른 영역과 달리 등급 비율을 통해 난도를 측정한다.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 부여되는 등 원점수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기에 등급 비율의 변화를 통해 난도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등급 비율만 놓고 보면, 영어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다소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7.43%였던 1등급 비율이 이번 모평에서는 8.73%로 늘어났다. 전체 수험생 가운데 3만 4472명이 1등급을 받는 데 성공했다.

반면, 2등급부터 4등급까지는 지난해 수능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2등급이 16.25%, 3등급이 21.88%, 4등급이 18.48%로 전체 수험생의 64.04%가 4등급 이내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6월 모평에서는 2등급이 12.1%, 3등급이 16.7%, 4등급이 16%로 대폭 감소했다. 4등급 이내 인원도 53.5%로 지난해 대비 10%p 이상 줄었다. 

이처럼 1등급은 늘었지만, 2등급부터 4등급까지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5등급부터 9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늘어난 점을 볼 때 수험생 간 ‘학력격차’가 더 커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올해로 절대평가 4년차를 맞은 영어영역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은 늘어난 반면, 70점대, 80점대 수험생은 도리어 줄었다. 영어 학력 차이가 발생했다는 이상 징후”라고 했다.

학력 차이가 크게 발생한 ‘집단’이 어디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수험생 분포를 봤을 때 고3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 대표는 “어느 집단인지 특정하긴 어렵지만, 고3이 85.9%, N수생이 14.1%인 점을 볼 때 고3 내에서의 격차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원격수업 상황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효과적으로 학습을 이어나간 반면, 중위권이나 중하위권 학생들은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 1등급이 확실시 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남은 기간 국어, 수학에 더 집중할 수 있기에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6월 모평 채점결과 어떻게 활용할까…수시 지원전략 ‘기준점’ = 수험생들은 6월 모평 채점결과를 수시 지원전략의 ‘기준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시행될 예정인 올해 수시모집에서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지원할지 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하라는 얘기다. 

기본 전략은 어디까지나 ‘상향지원’이 돼야 한다. 6월 모평 채점결과를 기반으로 정시모집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추린 후 이보다는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수시 지원전략에 있어서는 기초 중의 기초다. 굳이 수능을 통해 지원 가능한 대학에 수시모집에서부터 지원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시 지원대학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모평 성적에 더해 다른 평가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이영덕 소장은 “모평 결과를 토대로 학생부 교과성적과 대학별고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시 지원 시에는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 충족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상향 지원’이 기본 전략이라지만, 수능최저가 있는 경우 이를 충족하기 어려운 것이 불보듯 뻔하다면 지원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영덕 소장은 “올해 수시에서도 수능 성적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많다. 때문에 수능 공부에 최선을 다하며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수험생 수가 감소했기에 수능최저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상향지원 판단 시에는 ‘향후 성적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임성호 대표는 “고3과 재수생 모두 6월 모평에 비해 수능성적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반수생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향후 성적 하락을 겪는 수험생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점수로만 ‘상향지원’을 가늠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

수험생들은 이번 6월 모평 점수를 기반으로 ‘수시파’가 될지 ‘정시파’가 될 지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중 어디에 무게를 두고 학습할지를 이제는 결정해야 될 때라는 얘기다. 임 대표는 “수시에 집중할 학생들은 기말고사에 집중하고, 정시에 집중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기간부터 수능 대비 모드로 과감히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월 모평 점수를 바탕으로 향후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이영덕 소장은 “모평 결과를 토대로 전체 영역 가운데 취약한 영역을 찾아 수능을 대비해야 한다. 모평은 재학생과 재수생이 함께 응시하는 시험이기에 내 위치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다. 영역별 강점과 약점을 잘 확인해 수능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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