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숙련의 미스매치…일반대의 연구ㆍ교육중심 대학 변화
법적ㆍ행정적ㆍ재정적 제도화 필요…지자체의 권한과 위상 강조
교육부, ‘지역혁신사업’ 시행…전문가들, 지역주도의 대학연계협력 요청

고등·직업교육 관련 8개 기관이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기반 대학·직업교육 혁신 방안과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포럼을 열고 전문가 발제와 지정 및 자유토론을 하며 방안을 논의했다.(사진 =한명섭 기자)
고등·직업교육 관련 8개 기관이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기반 대학·직업교육 혁신 방안과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포럼을 열고 전문가 발제와 지정 및 자유토론을 하며 방안을 논의했다.(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ㆍ이지희 기자] 대학 혁신이 지역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국가교육회의 등 교육기관과 전문가들이 정부 주도가 아닌, 지방정부와 대학 주도의 지역정책이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지역 기반 대학·직업교육 혁신 방안과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이렇게 지적한 가운데, 교육부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지역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고등교육 혁신 샌드박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 “일반대는 연구ㆍ교육중심 대학으로…정책과 현장의 미스매치 해결해야” =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채창균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전문위원은 한국 고등교육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지역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채 위원은 한국의 고등교육정책이 △국가의 직접 설립 투자 △제도와 규제 변경 등 행정부처의 강한 영향력 △평가와 연계한 목적사업비 배분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대학은 고비용 대비 저성과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학력과 숙련의 지속적인 미스매치로 대졸자 노동시장 이행의 질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과 현장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대는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으로 그리고 전문대는 시민(전문)대학 부문으로 나눠 고등교육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학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지역 상황에 맞는 대학의 역할’과 ‘대학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 위원은 연구중심대학은 기초학문과 고위험 연구를 담당하며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고, 지역대학 네트워크 중심으로 지역거점 신성장 산업 고급인력 양성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중심대학은 기초학문 연구 대신 응용 연구를 통해 문제해결형 교육을 제공하고, 학·석사급 전문가를 양성해 재교육에 나서는 기관으로 분류되는 모델을 제시했다.  

지역시민(전문)대학은 전문대학, 기능대학, 직업전문학교, 평생학습기관으로의 역할 모델을 제안했다. 고졸 학력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평생 직업·시민교육 기관으로의 기능을 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시민대학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 재원의 투입을 통한 공공성 강화, 규모의 확대를 통한 교육 효율성 제고를 꼽았다. 

채 위원은 “부문 간 거버넌스 확충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학과 산업계·노동계·과학기술계의 협의체를 통한 지속적인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협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자체 권한과 역할 위해 법적ㆍ행정적ㆍ재정적 제도 갖춰야” = 이어서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이 중앙정부의 대학지원과 관련해 시도와의 사전협의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최 연구원은 “지자체가 지역-산업계-대학의 협력을 위해 조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나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대학행정 지자체에 이양 △재원 확보방안 마련 △법률 개정 등을 제안했다. 

최 연구원은 교육부가 올해 시행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이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발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가 심사해 지원함으로써 상향식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행정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지자체는 대학행정에 관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대학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전문 인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향후 지자체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리더십과 역량을 갖추고 대학 및 관련 기관들과 협력 조정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서 시도 지자체의 권한 역할을 법에 명시하고, 행정ㆍ재정적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대학행정을 시도 지자체에 이양하기 위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관련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해당 법률 19조에 명시한 협의회의 운영 근거를 시행령에 규정해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지방대학에 직접 재정지원할 수 있도록 재원 확보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 지역-대학 주도의 연계협력 강조 =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혁신의 주체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이라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지역정책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가 올해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은 사업이 아닌 정책”이라며 “지역에서 지자체와 대학 간의 신뢰를 공고히 해나가는 것이 플랫폼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 정책관은 “‘고등교육 혁신 샌드박스’를 법제화할 계획”이라며 “인력양성과 일자리 생성을 위해 제한 요소를 과감히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재승 청주대 교수 역시 “대학이 각 지방정부에 위치하면서도 정책 결정은 중앙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함으로써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하면서 한계 극복을 위한 지역주도의 대학연계협력 접근을 위해 △행정주도 지역발전 방안 △대학주도 지역발전 방안 △지역주민주도 지역발전 방안 △대학연계를 통한 지역활성화 방안 등 4가지를 제언했다.  

심 교수는 “지금까지 대학과 산업과의 연계협력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중앙정부 주도의 산학연계 합력방식을 탈피하고, 지방정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역혁신사업에 대해 “과거의 경우 대학과 지자체의 ‘먹튀’ 사례가 존재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과거 정부 지원사업의 성과를 측정해 추후 신사업 신청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최 연구원이 제안한 ‘지자체장의 행·재정적 조정 역할을 위한 법적 권한과 책임 명시’ 방안에 대해서는 “동법 3조에도 명시돼 있듯이 지자체도 필요한 종합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필요한 재정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가 이런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의회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를 실시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첨언했다. 

김영석 경상대 교수(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교육복지전문위원)는 “지역 대학에 필요한 인재를 묻는 조사에서 기업들은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답했다”면서 “지역에서는 대학 졸업 후 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는 R&D 인재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R&D를 기반으로 한 대학-기업 연계 인재양성 모델’을 사례로 제시했다. 지역 대학의 교수들과 기업이 R&D를 함께 하면서 대학원생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지역·권역별 거점 대학을 설정, 지역의 대기업과 연계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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