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스 칼럼] “디지털 뉴딜 정책과 대학의 대응방향을 위한 제언”
[아너스 칼럼] “디지털 뉴딜 정책과 대학의 대응방향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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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종 전북창조경제 혁신센터 이사장
(전 원광대 총장,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 회장)
김도종 전북창조경제 혁신센터 이사장
김도종 전북창조경제 혁신센터 이사장

예로부터 정치의 기본은 치산치수(治山治水)였다. 치산치수는 경제와 안전,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과 국가를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판 뉴딜종합계획은 산업을 개조하겠다는 것으로 현 정부의 임기로 봐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온 힘을 다해 성공시켜야 할 일이다. 산업 개조 수준을 넘어 산업혁명을 하겠다는 의지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가져온 경제공황 상황에 대응, 쫓기듯 추진하면 자칫하다 산업혁명이 아니라 ‘보여주기 정치’로 둔갑할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기술의 목표는 개별화
‘디지털로 바꾸기’를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생산도구의 혁명이다. 디지털 생산도구는 개인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도구가 됐다. 철학적으로 보면 인류는 ‘개인의 자각’이라는 단계로 진화했다. 신화시대에 대항해 ‘인간’의 시대를 실현했다. 다시 ‘인간’의 차원에서 ‘민족’의 단위로 ‘줏대(정체성)’를 실현했다. 민족국가 시대가 그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개인 그 자신의 개성’으로 줏대를 실현한다. 자유와 평등의 자연권을 일반적으로 실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 18세기부터 진행된 산업혁명은 사람들의 의식주(衣食住) 욕구를 충족시켰다. 인구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나라에서 사람들의 의식주 수요를 공급하기 위해 제조업 혁명이 필요했다. 그 결과 대공장 체제, 기계화 공업으로 개편해 단일 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를 만들었다. 세계적 단위로 보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재고(在庫)상품이 극대화됐다. 산업화 선발국들의 도덕성만 바꿔진다면 모든 지구상의 사람이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의식주 생활에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새로운 정신적 욕구를 현실화하려고 했다. 진선미(眞善美)라는 범주의 정신적 욕구를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실현하고 있다. 정신적인 욕구는 개성적인 것이다.

그에 맞추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바뀌고 있다. 정신적인 욕구를 현실화하는 것을 ‘문화적 욕구’라고 규정할 수 있다. 문화적 욕구는 의식주 욕구와 진선미 욕구를 융합, 생산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해 자본주의 역사가 새로운 단계로 가는 것이다.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를 거쳐 문화자본주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문화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과정을 개별화한다. 디지털 기술로 이것이 가능하다. 과학기술 발전과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 역사철학적 운동이 21세기라는 한 지점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자본주의는 ‘슬기모(콘텐츠)’ 자본주의
사람들은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의 모든 생산과정에 개별화 욕구를 반영한다. 바로 그 내용이 ‘슬기모(콘텐츠)’가 된다. ‘슬기모’를 영상, 게임, 공연 등의 범주로만 이해하면 좁게 보는 것이다. 전체 산업에 걸쳐 개별화, 개성화를 시도하는 작업이 모두 슬기모인 것이다. 수많은 ‘슬기모’를 만들어 내는 것은 5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도구를 디지털로 바꿨지만 그것을 활용, 슬기모로 만들어 내야만 완성된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은 5차 산업혁명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슬기모 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 1인 기업, 소기업이 유리하다. 단일품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의식주 산업의 시대는 대기업이 유리했다. 그런데 빠르게 변하는 개인의 개성적 욕구에 부응하기에는 1인 기업과 소기업이 유리하다. 물론 디지털 기술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기업이다. 대기업은 분업조직으로 경영하지만 1인 기업은 융합 자체다. 대학이 변신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사태가 개별화 사회를 앞당겼다. 개별화 사회는 디지털 과학기술, 역사와 철학운동, 자본주의 발전을 지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은 결국 개별화 특성의 하나다. 디지털 기술로 개인이 독립 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줏대를 실현하는 사회가 가능하다. 열쇠말(어떤 것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말)은 ‘비대면’이 아니라 ‘개별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특별한 계기가 됐지만 극복 방향을 ‘비대면’, ‘거리두기’에 맞춘다면 개별화 사회의 작은 부분에만 집중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대학구성원의 ‘디지털 바꾸기’ 의식이 먼저
대학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사태에 대응한다는 짧은 시야가 아니라 문화자본주의, 슬기모 자본주의로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 디지털 뉴딜정책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이 나라를 이끌고 가는 학문과 기술, 시대정신을 생산할 수 있다.

먼저 대학구성원이 디지털에 대한 이해력을 가져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무엇인지? 왜 디지털 기술로 바꿔야 하는지? 어떻게 디지털 기술로 바꿀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디지털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실행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원격강의 제작과 실행에 관한 이해도와 능력을 높여야 한다. 각 대학별로 한 학기 정도의 시간을 두고 전체 구성원들이 ‘디지털 문화’ 전반에 걸친 연수과정을 이수하도록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대학 디지털 뉴딜 과제의 2대 핵심, 원격강의 국제화와 디지털 창업
정부의 디지털 뉴딜정책을 보면 원격강의 학점 20% 제한 규제를 없앤다고 한다. ‘디지털 바꾸기’를 열정적으로 하는 대학들이 꾸준히 요구하던 일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0% 제한을 없애는 계기가 됐다. 알찬 원격강의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교육 전문 조교’ 제도를 두고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디지털에 미숙한 교수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디지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조교로 함께하면 질 높은 강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창출된다.

한편 정부 계획에 따르면 원격강의 제작시설을 지원한다.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지원하는 것이다. 10개 권역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보다 광역 지방정부 단위로 제2 혁신도시 계획에 포함시켜 원격강좌제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천 개의 강좌를 제작하면서 저작권 위반 사항도 검증하는 것도 필수다. 검증을 원격강좌제작단지에서 정부가 지원하면 대학이나 교수들에게 도움이 크게 될 것이다. 제작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산업단지로서의 기능을 가질 것이다. 연관 산업의 하부구조로 기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반면 원격강의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 구축계획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이미 여러 개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중복투자가 되는 셈이다. 새로운 학습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상당한 규모의 유지비가 필요하다. 여러 해에 걸쳐 시행착오도 거쳐야 한다. 여기서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1997년 이래 ‘학점교류단체’들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회장으로 참여했던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을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수십 개의 회원대학들이 (교양과목) 학점교류를 통해 이미 높은 수준의 학습관리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정부가 새로운 시스템에 큰 돈을 투자하기보다 학점교류단체들의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예산 낭비를 막고, 훨씬 좋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로 강의(講義) 한류와 디지털 창업 지원 기대
특히 원격강의 제작을 지원할 때 강의의 통번역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국내 대학들의 원격강의를 국제화시키기 위해서다. 몇 년 전 한국대학신문의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교육영토가 되는 시대를 대학이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를 다룬 바 있다. 대학 입학 인구가 줄어들어서 위기라고만 탄식할 때가 아니다. 국내 교수들이 우리말로 제작하는 강의를 동시통역이나 자막번역으로 내보내 세계 교육 시장을 휘어잡아 보자는 것이다. 모든 교수가 외국어로 강의할 수 없기 때문에 ‘통번역 무른모(소프트웨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도록 각 대학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또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을 비롯해 학점교류단체들이 이미 학습관리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원격교육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쉽게 할 수 있다. 이들이 블록체인을 운영하며 세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운영본부가 독자적 강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능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코로나19 위기가 아니더라도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개념 자체가 바꿔져야 할 시점이었다. 과거처럼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경영을 함께 할 때가 된 것이다. ‘1학과 1기업 1특허’ 정책으로 대학을 새롭게 해야 한다.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것을 교과과정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이론 강의는 원격강의로 진행하고 대학의 캠퍼스는 산업단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대학 캠퍼스나 연구실을 법인 등록지로 할 것과 대학 학과나 연구소, 창업동아리가 직접 상장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또 있다. 3D프린터, 드론 등 모든 디지털 도구를 지원해 디지털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개론 수업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도구가 아니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디지털 하부구조를 갖춰주는 것이다. 문화자본주의가 슬기모(콘텐츠)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인문학, 예술, 사회과학의 영역에서도 창업이 가능하다. 학문별로 분업화된 현재 종합대학의 구조를 융합하면 무궁무진한 슬기모 생산이 가능하다. 산학협력을 넘어 대학과 기업이 융합되는 대학의 새 개념 시대를 열 기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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