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훈 본지 논설위원
성균관대 학생처장, 학생성공센터장

배상훈 본지 논설위원성균관대 학생처장, 학생성공센터장
배상훈 본지 논설위원
성균관대 학생처장, 학생성공센터장

코로나 이후 대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다. 초점은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로 귀결된다. 우선 온라인 학습, 인공지능,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접목해서 ‘학습 혁명’을 이루자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근래 주목받고 있는 주장은 개별 대학의 혁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교육 생태계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공유대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점교류, 공동연구 등을 통해서 서로 협력하기는 했지만, 고등교육의 ‘판’을 흔드는 공유대학 수준까지는 나가지 못했다. 공유대학은 여러 대학이 가진 교육 자원과 연구 역량을 가상의 플랫폼에 모아놓고 함께 활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공유대학 플랫폼에는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 해외 대학과 석학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참여 대학의 교육 역량(educational capacity)과 연구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의 학습권과 교수의 연구 네트워크도 확대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금까지 추상적 수준에 머물렀던 공유대학 아이디어가 고등교육 생태계를 생산적으로 재편하는 실천 아젠다로 떠오르는 이면에는 다음 세 가지 흐름이 있다.

우선, ‘공유’는 시대 정신이다. 그동안 우리는 학령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대학의 구조개혁에 집중했고, 평가를 통해 퇴출 대학을 골라내는 데 역점을 뒀다. 대학들은 다른 대학과 지표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대학 경쟁력을 높였는지는 의문이다. 대학을 살리기 위한 특성화 전략도 대학의 내부 자원만을 활용하는 반쪽짜리 계획에 머물렀다. 언제까지 우리끼리 경쟁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 대학 간 칸막이를 높이 세우고, ‘승자 독식’하는 생태계가 언제까지 통할까.

이제 협력과 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때다. 하나보다 둘이 낫다는 것은 평범한 이치다. 대학들이 힘을 모아 교육적 시너지를 발휘하고 연구 지평을 넓혀서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의 건강함과 생산성을 되찾아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는 대학이야말로 자연스럽게 퇴출의 길을 걸을 것이다.

코로나 19가 대학에 준 선물이 있다면, 온라인 시스템의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다. 공유대학은 그 구상이 아무리 훌륭해도, 학생과 교수가 번거롭게 생각하고 비용이 많이 들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예컨대, 다른 대학 캠퍼스로 이동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공유대학의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대학 캠퍼스에 대한 관념을 ‘물리적 공간(space)’에서 ‘배움의 장(場)’으로 바꿨다. 즉, 멀리 떨어진 다른 대학 교수의 강의도 내 방 컴퓨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인근 대학, 연구소, 지역사회의 자원까지 활용해서 더욱 경쟁력을 갖춘 대학 특성화를 추진할 수 있다.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공유대학이라는 아이디어의 실천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의 하나는 지역이 소멸하는 것이다. 지역에 지식과 인적 자원이 축적되지 않으면, 지역의 경쟁력은 낮아지고 결국 ‘지역 소멸’로 진행된다. 이렇게 볼 때, 대학은 지역을 살리는 핵심 동력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깨닫고 대학과 손잡기 시작한 것은 공유대학의 발전을 받쳐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공유대학이 성공하려면, 대학 간 신뢰가 필수다. 정부도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서 대학의 창의적 실험을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들이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협치(協治)를 실천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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