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정비에 상당 시간 소요 막아야, 기본역량진단과 규제 완화 간 괴리 해결도 필요
원격수업 평가 인증제?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질라’ 우려…온라인 ‘권역’ 개념도 문제
대학 재정문제 해결 ‘관건’, 유휴시설 수익용 전환 등 허용해야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이 13일 ‘위드(With)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의 미래방향’을 주제로 열린 ‘2020년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1회 콘퍼런스’에 참석,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시대 교육부 고등교육혁신지원 방안과 향후 과제’에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이 13일 ‘위드(With)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의 미래방향’을 주제로 열린 ‘2020년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1회 콘퍼런스’에 참석,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시대 교육부 고등교육혁신지원 방안과 향후 과제’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들로서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맞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교육부의 규제 완화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안 정비 작업을 비롯해 역량진단과 규제완화 간의 괴리, 권역 개념의 검토 필요성, 국제화와 신규제 등장에 대한 우려, 대학 재정문제 해결 등 해결해야 할 향후 과제가 많다.”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동서대 총장)은 13일 ‘위드(With)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의 미래방향’을 주제로 열린 ‘2020년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1회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장 회장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시대 교육부 고등교육혁신지원 방안과 향후 과제’에 관한 발제자로 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들이 경험한 변화와 대응 모습 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2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대학 총장들의 만남에서 나온 혁신지원방안이 성공적으로 대학들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향후 과제들에 대한 생각도 풀어놨다.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은 ‘법안 정비’…상당 시간 소요 막아야 = 교육부가 내놓은 고등교육혁신지원방안의 중점은 ‘규제 완화’다. 현재 20%로 제한돼 있는 일반대의 원격수업 비율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 석사학위, 대학 간 공동 온라인 학위 등 온라인 학위과정 운영도 허용한다. 온라인 수업 전면 활성화에 따라 더 이상 강하게 규제할 필요가 없어진 교사·교지 등 전통적인 대학 설립요건에 대한 근본적 검토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교육부가 정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다. 대학이 할 수 없는 것들만 제시하고, 이외의 사항들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K-EDU라는 이름으로 국내-해외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은 온라인 수업 이수만으로도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며, 국내대학의 해외 진출도 해외 대학이 국내 대학의 교육과정을 운영토록 하는 방식으로 촉진한다.

문제는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법안 정비’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며, 이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장 회장은 “교육부의 규제 완화 방안을 실현하려면, 법안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안 정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학기 시작 전에 온라인 수업 규제 관련 법령·기준 등을 수정하고 개선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탓에 수업 준비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개선된 법안이 빨리 통과되도록 해야 규제 완화도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3주기와 규제완화 사이 괴리 어떻게 =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의 재정과 평가부담이 심화되고 있으니 이를 완화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내년에 실시될 대학기본역량진단 3주기 평가에서 일부 지표를 조정해 대학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실태조사 등의 지표를 일부 조정하려는 의사도 교육부는 내비쳤다.

하지만, 교육부가 앞서 밝힌 규제완화 방안과 대학기본역량진단 3주기의 실현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고 장 회장은 꼬집었다. “교육부의 계획대로 4대 설립요건 등이 완화되고, 평가지표도 향후 완화될 예정이라면, 당장 내년 실시되는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기존 지표를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경쟁 중심’이 유지되는 이상 평가의 정책목적이 모호해질 수 있음도 지적했다. “현재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 간 공유보다는 경쟁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모든 대학이 경쟁을 벌여 일정 비율 안에 들어야 하는 방식이다. 규제 완화와 상충되는 부분이기에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정책목적 자체가 모호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격수업 평가 인증제, ‘또 다른 규제’될까 우려 = 교육부가 원격수업을 대학 자율로 전면 허용하면서 도입 의사를 밝힌 원격수업 평가 인증제는 ‘규제완화’라는 본 취지와 달리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장 총장은 내다봤다. 

교육부의 고등교육혁신지원방안에는 ‘대학별 원격교육 지원센터’의 설치·운영과 강의평가 실시, 외부 콘텐츠 인정기준 마련 등 원격수업에 대해 대학이 자율적인 질 관리체제를 구축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와 병행해 원격수업을 운영하는 일반대에는 ‘원격수업 평가 인증제’를 시행하는 방침도 뒤따랐다.

장 회장은 ‘인증제’는 “또 다른 규제 탄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실질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평가하고 인증할 것인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인증심사를 수행할 주체와 해당 주체의 역량 확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권역별 원격교육지원센터? 온라인 강의에 권역 개념은 불필요 = 온라인 학위과정 운영을 허용하면서 ‘한국형 원격교육체제 플랫폼’과 ‘권역별 원격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도 장 회장은 비판을 이어갔다. 굳이 ‘권역’이라는 개념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은 권역이라는 개념이 필요 없다. 왜 권역별로 원격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국단위로 지원센터를 구축해도 된다”는 게 장 총장의 지적이다.

이 외에도 장 회장은 K-EDU가 ‘일방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 대해 우려섞인 반응을 내놨다. 국내대학과 해외대학이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시 온라인 이수만으로도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부분이지만, K-EDU에 대한 상대 국가의 경계심도 앞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려 할 때 외국 교육법과 상치되는 부분이 나올 수 있는 ‘정합성’ 문제도 장 회장은 교육부와 대학들이 생각해야 할 향후 과제로 꼽았다. 

■‘관건은 재정’, 일반 지원 시행하고, 유휴시설 수익용 전환 허용해야 = 장 회장이 교육부의 고등교육혁신지원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한 부분은 ‘대학 재정문제’다. 아무리 교육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들에 새 활로를 열어준다 한들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현장에서의 실현은 요원하다는 점에서다. 

그간 국내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온 ‘대학 등록금 동결’ 문제는 이번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되는 부분이다. “등록금이 지난 12년간 동결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등록금 반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대학들에는 지속 가능한 재정구조 확립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일반 재정으로 대학들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장 총장은 호소했다. 

일반 재정으로 대학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대학들의 ‘욕심’이 아닌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인력 양성이 대학이나 학생에게만 이익이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나 기업을 포괄한 사회에도 득이 된다는 판단 아래 인재 양성비용을 분담하는 체제가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인재 양성에 드는 비용 부담을 대학들에만 전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 회장은 “이제는 일부 학생만 대학에 다니는 시대가 아니다. 거의 모든 국민이 대학에 다니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지원 형태로 대학들의 인재 양성을 도와줄 필요가 크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 활성화로 인한 유휴시설 발생, 그리고 더해질 설립요건 완화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용 전환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장 회장은 “온라인 강의가 많아지고, 4대 설립요건이 완화된다면 대학에는 유휴시설이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휴시설들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들이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내고, 이를 학교에 재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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