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허영만 《독립운동가 김원봉 》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분단 이후 정쟁과 이념의 그늘 속에서 약산 김원봉은 서서히 잊혀가는 듯했지만, 영화 〈암살〉에 나온 짧고 굵은 대사 한마디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를 시작으로 영화 ‘밀정’에서도 배우 이병헌이 김원봉을 모티브로 한 인물 정채산 역할을 맡았고,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이몽’이 방영되며 사람들에게 ‘김원봉’은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은 이름이 됐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굵직한 영화와 드라마에 김원봉이 자주 등장한 이유는 그만큼 그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조국과 민족을 위해 불꽃 같은 삶을 산 김원봉을 얼마나,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김원봉은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항일 단체 의열단을 이끈 수장이었다. 당시 김원봉의 현상금은 100만원(현재 약 360억원)으로 백범 김구의 현상금 60만원보다 월등히 높았고, 당시 일제가 내걸었던 현상금 중 최고 금액이었다. 김원봉에 대한 일제의 강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강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923년 단재 신채호는 의열단의 독립운동 이념과 강령을 천명한 조선혁명선언, 일명 ‘의열단 선언’을 작성해 당시의 모든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민족 구성원에게 독립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불어넣었고, 이 문서는 지금도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명문이 됐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가들에게 수여하는 건국훈장 명단에 김원봉은 없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서훈에서 배제된 김원봉은 김일성에 의해 숙청된 이후 북한에서도 잊힌 인물이 됐다. 김원봉이 남한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월북을 한 이후, 남한에 남은 김원봉의 형제 네 명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인해 총살당했다. 김원봉은 일생을 다 바친 조국에서도 발 디딜 곳이 없는 비운의 독립 영웅이다. 

《독립혁명가 김원봉》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진행된 성남시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김원봉의 생애를 담은 일대기에서 더 나아가 의열단원으로서 그리고 조선인으로서 피어린 투쟁을 하다 떠나간 박재혁, 최수봉, 김익상, 오성륜, 이종암 등 의열단원 각각의 활약도 꼼꼼히 담겼다.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졌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한 명이라도 더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함이다. 국군 창설의 뿌리이자 항일 영웅 김원봉의 치열했던 삶, 피로 쓴 역사를 눈으로 만나고 마음에 담아보자. 희생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빛나는 자긍심이 키워질 것이다. (가디언,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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