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 앞두고 입사 취소 속출… 확산세 꺽일 생각에 사용않고 기다리기도
서울대·신촌 일대 임대 직장인·고시생 등 수요층 많아 생각보다 타격 적어
대학가 특성상 단기임대 많고 ‘임대차 3법’ 영향 미미… 확산세 장기화가 관건
개강 코앞 공지로 경제적, 학업적 부담… 학교측의 선제적 학사 공지 아쉬워

중앙대학교 앞 담벼락
중앙대학교 앞 담벼락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지만, 혹시라도 ‘3단계’로 격상되면 무조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잖아요. 친구들은 혼합형(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은 취소했대요. 1학기처럼 될지도 모르는데 자취 비용은 큰 부담이죠.” 성북구와 인접한 학교에 다니는 A씨는 수도권발(發) 코로나19 재확산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A씨는 자취를 해야 할지, 친구처럼 오프라인 수업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2학기 개강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세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수도권 학교들은 짧게는 2주, 길게는 2학기 중간고사 때까지 온라인 수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A씨의 학교는 교·강사의 재량에 맞춰 온라인, 오프라인, 병행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지가 개강을 1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됐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이지만 해당 학교 익명 게시판에는 ‘원룸 양도’, ‘단기임대’ 등의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숙사도 안 가”, ‘지방러’들은 본가로 
온라인 수업 여부는 모든 학생이 주목하는 공지다. 하지만,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나 사정상 자취를 할 수밖에 없는 학생에게는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이미 1학기 때도 코로나19의 확산세로 거의 모든 대학이 1~2주씩 감염 추세를 보며 오프라인 수업을 미뤘고, 결국 그대로 여름방학을 맞았다.

기숙사나 지역학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었다. 김아원(숭실대3)씨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는데 굳이 불안해 하면서 서울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라며 “강원지역기숙사가 자취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그래도 월세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숙사와 지역학사는 거주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형태로, 학년이 낮거나 일정 성적 이상을 요구하는 등 입사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하지만 곧 있을 2학기는 달랐다. 안전을 위해 1인 1실로 운영해도 입사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입사일 이전에 ‘입사 포기’를 하면 전액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 B씨는 “혹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혀 10월에는 오프라인을 할 수도 있으니 기숙사를 취소하지는 않겠지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여덟 개 대학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기숙사 등록 비율이 예년보다 떨어졌다.

자취방의 경우는 기숙 형태보다 거주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일반적이라 부담이 더 크다. 집의 상태와 위치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보증금 500~1000만원, 월세 40~60만원 선에 분포돼 있다. 자취방 계약을 취소하거나, 방을 양도할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각자 본가가 있는 지역으로 흩어지는 추세다.
 
“대학가마다 달라요” 월세는 조정 가능
“생각보다 공실은 없어요. 학생들 거래량은 줄었지만”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해온 관악구 소재 A부동산은 2학기 온라인 개강으로 학생들이 방을 찾는 경우는 평소보다 줄었지만, 빠진 수요들을 채우는 다른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아주 큰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지방 학생들의 중도 계약해지 수요가 있는지 묻자 “이미 1학기 때 그런 수요는 많이 빠져서 거의 없는 편”이라고 답했다.

같은 지역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B공인중개사는 “서울대 근방은 원룸 거래량은 많지만, 일반 직장인을 비롯해 고시·로스쿨·감정평가사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 수요가 있어 학교의 온라인 수업 전환이 거래 규모에 직격탄을 날리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신촌 일대도 대학 밀집 지역이지만, 학생들 대신 일반인 수요가 있어 가격 변동이 괄목할 만큼 일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신촌역 근방의 C공인중개사는 “단기 계약 시 6개월과 1년 월세 차이가 10만원 가량 있었는데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다 보니 6개월이든, 1년이든 비슷한 가격에 월세를 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월세를 내놓는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높게 잡는 걸 꺼리는데, 지금은 보증금을 높게 잡아서라도 월세 계약을 하려는 임대인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중앙대가 위치한 흑석동에서 영업 중인 D공인중개사는 “작년에 비해서 월세는 5만원 정도 낮춰서 거래되고 있고, 아무리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돼도 (집주인들이) 그 이하로는 더 내리지 않는 추세”라며 “(방을) 비워두는 한이 있더라도 월세를 유지하려는 임대인들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D공인중개사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확실히 거래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중앙대는 국내 대학 중 중국인 유학생 수가 3번째로 많은 곳이다.

실제로 중앙대 정문에서 월세 전단이 붙어있는 게시판을 촬영하고 있는 기자에게 “혹시 월세 구하냐”며 말을 걸어오는 집주인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의 수요가 확실히 줄었고, 원하면 당장 방을 보여줄 수 있는데 가격은 시세보다 싸게 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스테이션3 다방 데이터 분석센터 관계자는 “학기가 시작될 즈음에는 ‘대학생 방 구하기 난’이라는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했었는데, 이제는 임대사업자들의 ‘공실 걱정’이 평소보다 많이 증가한 편”이라며 “방학 기간은 거래량 증가로 월세가 상승하는 편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소폭이라도 내린 곳이 많다”고 분석했다. 다방에 따르면 2020년 7월 서울시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원룸) 평균 월세는 51만 원으로 지난달 대비 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대학가는 수요예측이 정확히 되지 않는 편에 속하고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9월 초 나오는 8월 통계를 봐야 대략적인 가격 변동이 보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제공=다방)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제공=다방)

대학가, ‘임대차 3법’ 영향 아직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어
코로나19로 대학가 월세 시장이 조금 주춤한 가운데 또 하나의 변수로 ‘주택임대차보호 개정안’(이하 임대차 3법)이 언급되고는 한다.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이 가지는 권리 중 주요 권리로 꼽히는 3가지 권리를 칭하는 말이다. 여기서 3가지 권리는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로 7월 31일부터 시행됐다. 1981년 제정된 뒤 몇 차례 개정은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바뀐 적은 없었다.

현재 전세 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지만, 임대차 3법 시행 후부터는 세입자가 원한다면 2년을 동일한 거주지에 전세로 더 살 수 있다. 임대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임차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고, 전·월세는 종전 계약의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

이가영(국민대4)씨는 2019년도에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찾아 2년을 계약했다. 가영 씨는 “온라인 강의만 듣기 때문에 본가로 내려왔다”며 “관리비만 매달 4만원씩 나가고 있는데, 3학년 때 전세를 어렵게라도 구한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영 씨처럼 목돈을 전세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대학생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설령 LH청년전세임대 제도나 대출을 통해 전세자금을 마련해도 대학가에는 전세 물량이 애초에 수요 만큼 존재하지 않는다. 또 휴학과 취업 계획 등을 고려해 계약 기간을 길게 잡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연세대 인근에서 주로 거래하는 E공인중개사는 “임대차 3법은 아파트나 주택을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관련 있지, 대학가 학생들과는 그렇게 관련성 깊지 않아”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가는 일반 임차 시장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며 “오히려 학생들은 임대인 쪽에서 2년을 제시해도 1년을 계약하는 경우가 많고, 한 학기(6개월)만 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이 조금씩 연장된다면, 길게 집을 구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도 “임대차 3법에 의해 동일하게 권리를 보호받을 수는 있지만, 대학가 임차인 수요도 ‘4년 계약’을 바라는 전세 수요와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온라인 강의 전환으로 1년을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가 나와 세입자를 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지역 게시판에 방 소개가 붙는 상황이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전세 수익률이 월세를 앞지를 가능성은 적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가 임대차 3법의 영향을 받아 오른다 해도, 대학가 월세 특성상 1~2만원 차이도 크게 느끼기 때문에 크게 오를 수 없을 것”이며 “코로나19가 꽤 장기화하고 있다고들 생각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6개월 정도는 아직 ‘단기적’인 정도라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언제까지 확산세를 이어갈지 몰라 부동산 시장의 동향도 예년에 비춰 예측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학생들 위한 빠른 학사공지 필요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서 해줄 있는 부분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선제적 학사 운영 공지다. 물론 ‘깜깜이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확산 추세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일부 학교는 사회적 거리 1단계~3단계 시행에 따른 학사 일정을 이미 밝혔다. 가령 고려대의 경우 이미 7월 말에,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및 2단계에서는 실시간 온·오프라인 병행수업을 진행하고, 3단계 격상 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는 사회적 거리 단계가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가자, 8월 20일 학사 공지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해제 시까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고, 대면수업이 불가피한 실험·실습·실기과목에 한해서 별도 승인 아래 철저한 방역 관리 후 대면수업 실시를 허용한다”고 변경 사항을 공지했다. 

수업 형태를 명확히 기준을 세워 제시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월세라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학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정신적인 부담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략적으로나마 당장 어떤 형태로든지 학사 운영을 진행할지 학생들에게 알려야만, 학생들도 해당 학기를 어떻게 보낼지 갈피를 잡을 수 있다. 대학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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