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잠시 기억의 저편으로 밀렸지만, 학령인구감소가 대학가의 위기 요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8월 27일 ‘2020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학교와 학생 수, 학생 충원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조사 대상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2만3703개 기관. 고등교육기관은 일반대 258개교, 전문대 181개교, 대학원 1474개교 등이 해당된다.

고등교육기관 재적학생 수는 대학원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재적학생 수는 327만6327명으로 전년보다 1.5%인 5만406명이 감소했다. 이는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고등교육기관 입학자 수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입학자 수는 전년보다 6536명이 감소한 72만6981명이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입학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549명(0.2%↓), 9364명(4.7%↓) 감소했다.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는 601만명으로 전년 대비 12만6780명 감소했다. 이에 대학 입학자 수가 점차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학령인구감소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교육부도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정원을 감축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통계를 보니 2021년도부터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4만명 가량 줄어든다. 대학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감소에 따라 대학이 ‘선발형’과 ‘충원형’으로 극명하게 나뉠 것으로 전망한다. 선발형 대학은 수험생 선호도가 높아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 신입생 모집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서울권 주요대학을 비롯해 수도권 소재 대학들, 지역거점국립대와 지방 주요 사립대 등이 선발형 대학으로 분류된다.

반면 충원형 대학은 입학정원을 채우기 급급하다. 신입생 충원을 위해 ‘선발’이 아닌 ‘모집’에 더욱 집중할 처지다. 상대적으로 수험생 선호도가 낮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지방 일반대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볼 때 학령인구감소의 타깃은 ‘충원형’ 대학이다. 그렇다고 ‘선발형’ 대학이 마냥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선발형’ 대학들은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대학의 학령인구감소 시대 대비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학이 진정으로 학령인구감소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 그리고 자기 혁신의 방점은 바로 ‘학습자’다.

본지는 학습자를 수험생과 학부모로 명명한다. 선발형 대학이든, 충원형 대학이든 결국 학습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학습자의 선택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 ‘유학생들이 선택한 국공립대학 1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학 1%’ 등에 빛나는 대학이 애리조나주립대(이하 ASU)다. 마이클 크로우 ASU 총장은 라이벌이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 “UBER(우버)”라고 답했다.

의외의 답변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버는 모바일 차량 예약 이용 서비스다. 그런데 크로우 총장은 주저없이 우버를 라이벌로 꼽았다. 이에 크로우 총장은 “애리조나주의 고등학교 졸업생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우버 드라이버, 한 부류는 대학 졸업장을 가진 우버 드라이버다. 애리조나주는 디트로이트처럼 자동차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처럼 첨단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버의 매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애리조나주의 청년들에게 ASU의 졸업장보다 값어치 있게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대학은 학령인구감소와 코로나19 사태를 동시에 겪으며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학령인구감소에 대처하지 못하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에 주문한다. 혁신의 방점을 학습자에게 맞추고 학습자에게 선택받는 대학으로 거듭나라. 이를 위해 학습자의 수요가 무엇인지, 학습자의 특성이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Z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세대로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도 불린다. 2000년대 초반 IT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 생활 패턴의 중심에 디지털이 자리를 잡고 있다. Z세대는 대학이 공략할 학습자 집단이다. 당연히 디지털 기반의 혁신이 대학에 필요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것이 학습자 중심의 혁신이다. Z세대 학습자 집단의 특성인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학습자 중심의 혁신으로 학령인구감소와 코로나19 사태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대학으로서 진일보하길 재차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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