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해군발전자문위원)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미국 대통령은 우리 항공모함이 지금 어디 있는가부터 묻는다고 한다. 항공모함의 위상을 짐작하게 하는 언급이다. 미국이 여전히 패권 국가로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정치‧외교적 배경도 있겠지만, 군사력의 위엄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1996년 당시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대양해군으로 나아가기 위한 항공모함 보유 계획을 보고했다. 그런데 국방부와 합참의 수뇌부는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라며 항모 계획에 완강히 반대했고,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율곡 이이의 십만 양병설을 무시하다가 임진왜란을 맞이한 역사가 있다. 늦었지만, 해군이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2033년 도입할 3만5000톤급(만재 톤수 4만5000)의 경항모 건조에는 약 2조가 필요하며 매년 1500억원씩 소요된다. 국방 예산의 2.5% 정도다.

항모 건설은 첨단 과학기술의 총화로 우리 조선 기술을 한 단계 높일 것이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일 것이다. 항모에 탑재할 F-35B 수직이착륙기 조종사나 정비사와 무장사는 공군이 담당하며, 상륙군인 해병대는 공격기동 헬기를 운용한다. 그야말로 합동군으로 운용된다. 따라서 항모 보유는 우리 군의 통합성 작전개념을 충족하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항모는 독도와 이어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시에 장기적인 해상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2척의 중형 항공모함을 운용하고 있으며, 곧 원자력 추진 대형 항모도 보유한다. 일본도 2025년이면 F-35B를 탑재한 이즈모급 경항모 2척을 가진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도 2033년에야 1척의 경항모를 갖는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한정된 국방 예산은 생각하지 않고, 중형급이 아니라며 경항모 도입에 부정적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으로 갑론을박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일단 항모 크기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경제력과 예산에 맞게 설계‧건조‧운용하면서 숙련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임진왜란을 불과 1년 앞두고 거북선과 판옥선을 건조하며 전쟁에 대비했던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유비무환 교훈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지상 고정 활주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자유롭게 움직이는 항공모함의 기동성을 군사 전략적인 차원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열린 해양의식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1함대 동해상의 프리깃함 사통관이었다. 우리 기술로 최초로 건조한 1500톤의 울산함은 거친 파도에 요동쳤다.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했던 승조원들은 악전고투하며 작전해야만 했다. 울산함의 10배나 큰 미 해군의 1만5000톤급 순양함은 유유했다. 더 놀란 것은 어느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산더미 같은 미국 항공모함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광경을 잊지 못한다. 가난한 나라의 해군 사관으로서 아쉬움과 자괴감을 후배들에게 더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 우리 해군이 세계 어느 해군보다 더 훌륭한 시설과 무장이 갖춰진 군함을 타고 근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항공모함 보유는 국민의 자부심과 우리 군의 사기 진작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항공모함 건설에 대한 국민의 성원이 필요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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